우주에는 매우 다양한 천체들이 존재합니다. 가스가 모여서 구성된 천체도 그 질량에 따라서 태양 같이 밝게 빛나는 항성이 될 수 있지만 태양 질량의 약 0.08 배 내지는 목성 질량의 80 배 이하 질량을 가진 경우 안정적인 수소 핵융합 반응의 유지가 어려워서 항성이 될 수가 없습니다.
대신 갈색 왜성은 중수소등을 이용한 핵융합 반응을 할 수는 있는데 이렇게 생성되는 에너지는 매우 낮지만 아무튼 행성이라고 부르는 것 보다는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이런 갈색 왜성은 우리 우주에 매우 흔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목성 질량의 약 13 배 미만인 경우에는 아예 핵융합 반응이 불가능해서 사실상 갈색 왜성 이하 천체 (sub brown dwarf) 나 혹은 떠돌이 행성 (Rogue Planet) 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Penn State University) 의 천문학자들은 나사의 WISE (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 데이터와 스피처 우주 망원경을 이용해서 태양계 주변 천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들 망원경은 적외선 영역 관측에 최적화 되어 있는데 이렇게 온도가 낮은 천체는 가시 광선 영역에서는 관측이 힘들고 그보다 낮은 온도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영역에서 관측하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연구팀은 태양계에서 불과 7.2 광년 떨어진 위치에서 (아마도 태양에서 4 번째로 가까운 외계 시스템) 새로운 천체를 찾아냈는데 그 명칭은 WISE J085510.83-071442.5 입니다. 이전에 소개드린 루만 16 혹은 WISE 1049-5319 (WISE J104915.57–531906.1) 이라는 태양계에서 약 6.6 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갈색 왜성의 쌍성계 ( http://jjy0501.blogspot.kr/2014/02/first-brown-dwarf-mapping.html 참조) 다음으로 멀리 떨어진 외계 천체인 셈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갈색 왜성이 아니라 그 이하 질량을 (대략 목성의 3-10 배 사이) 가진 준 갈색 왜성급의 천체입니다.
(새롭게 발견된 천체 WISE J085510.83-071442.5 의 상상도. This image is an artist's conception of the brown dwarf WISE J085510.83-071442.5. The Sun is the bright star directly to the right of the brown dwarf. Credit: Robert Hurt/JPL, Janella Williams/Penn State University )
(지금까지 발견된 태양계 외부 천체의 대략적인 거리 비교. 가장 가까운 알파 프록시마는 3 성계이며 루만 16 은 쌍성계임. 나머지는 단성계 This diagram illustrates the locations of the star systems closest to the sun. The year when the distance to each system was determined is listed after the system's name.
NASA's 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 or WISE, found two of the four closest systems: the binary brown dwarf WISE 1049-5319 and the brown dwarf WISE J085510.83-071442.5. NASA's Spitzer Space Telescope helped pin down the location of the latter object.
The closest system to the sun is a trio of stars that consists of Alpha Centauri, a close companion to it and Proxima Centauri. Credit : NASA/Penn State University)
아직까지는 WISE J085510.83-071442.5 라는 살풍경한 이름밖에 없는 이 천체는 아마도 인류보다 훨씬 오래된 천체일 것이고 인류 문명의 여명기에도 태양계 근처에 있었겠지만 너무 어두워 인류는 이제서야 그 정체를 눈치챈 셈입니다. 그 이유는 매우 차갑고 어둡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갈색 왜성은 항성 만큼 안정적인 핵융합 반응을 못하는 만큼 항성에 비해 차가운 것이 당연하고 행성급 천체나 혹은 준갈색 왜성은 그보다 더 차가울 것임에 분명합니다. 다른 별 주변을 공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죠.
WISE J085510.83-071442.5 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차가운 온도를 지닌 천체입니다. 그 온도는 225 ~ 260 K (−48 ~ −13 °C) 에 불과합니다. 만약 그 표면 (이라고 하기엔 가스지만) 에 다가간다면 꽁꽁 얼어버릴 만큼 추운 천체인 셈이죠.
( WISE J085510.83-071442.5 의 실제 관측 모습. 매우 빠른 고유 운동 (Proper motion) 을 가지고 있음 WISE J085510.83-071442.5 was discovered through its rapid motion across the sky in two infrared images the WISE satellite taken six months apart in 2010. Two additional images were taken with the Spitzer Space Telescope in 2013 and 2014 to measure its distance via the parallax effect. Credit: NASA/JPL/IPAC )
이 천체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것이 없지만 천문학자들은 다른 행성계에서 튕겨져 나와 미아가 된 행성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찌 되었건 간에 이 천체 주변에 행성 (혹은 위성) 있다고 해도 이 천체 만큼이나 차가울 테니 생명체가 살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목성이나 토성에도 유로파나 엔셀라두스처럼 내부에 바다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위성들이 있으니 속단은 금물이라고 하겠습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후속 연구가 진행되어야 겠지만 지구 주변을 지나는 떠돌이 행성 내지는 준 갈색 왜성급 형성을 발견한 것은 운이 좋았다고 해야할 것입니다. 앞으로 이 천체를 연구하므로써 여러가지 과학적 사실들이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참고
WISE Y Dwarfs As Probes of the Brown Dwarf-Exoplanet Connection, C. Beichman et al. 9 Feb 2014, The Astrophysical Journal Volume 783 Number 2 doi:10.1088/0004-637X/783/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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