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형 간염 (Hepatitis C) 는 우리 나라 인구의 대략 1% 미만이 감염된 바이러스성 감염으로 국내에서는 B 형 간염 다음으로 흔한 바이러스성 간염의 원인이며 간세포암과 간경변의 중요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전세계적으로는 대략 1억 8500 만명이 감염되어 있고 이중 35 만명에서 50 만명이 C 형 간염과 연관되어 사망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불과 수십년 전만해도 C 형 간염은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으로 인식되어 왔고 현재에도 B 형 간염과 달리 백신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잘못된 인식이 널리 퍼저 있으나 실제로는 리바비린 (Ribavirin) 및 페그인터페론 알파의 병합 요법으로 치료할 경우 완치 (SVR)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입니다. C 형 간염은 바이러스 유전자형에 따라 약 6-12개월을 치료하며 완치율은 60-80% 까지 높아졌습니다.
현재 C 형 간염의 치료 목표는 치료 종료 후 24주에 검출 한계 50 IU/mL 이하의 예민한 검사법으로 혈중 HCV RNA가 검출되지 않는 상태인 지속바이러스반응(sustained virological response, SVR)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SVR에 도달하면 99% 이상의 환자에서 혈중 HCV가 지속적으로 검출되지 않아 완치로 간주하게 됩니다. 이미 SVR 에 도달하는 환자의 수가 상당히 많아졌지만 현재에도 계속해서 신약과 새로운 병합 요법을 연구해서 C 형 간염 완치율을 더 높이기 위한 시도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에 테스트되는 C 형 바이러스 약물 가운데서 기존의 약제를 뛰어넘는 효과를 지닌 것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길리어드 사이언스 Gilead Sciences 사가 개발한 소포스부비르 (Sofosbuvir) 와 레디파스비르 (Ledipasvir (formerly GS-5885)) 의 복합 제제가 최근 있었던 3 상 임상 실험 (Phase III Clinical Trial) 에서 상당한 효과를 입증해 향후 C 형 간염 완치가 한결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소포스부비르 (Sofosbuvir, 위) 와 레디파스비르 (Ledipasvir, 아래) 의 분자 구조 public domain image)
이 두 약물의 복합 제제의 임상 시험 결과는 유럽 간학회 European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the Liver (EASL) 의 국제 간 학술회의 International Liver Congress 2014 에서 발표되었으며 동시에 권위있는 의학 저널 NEJM 에 실렸습니다. 이에 의하면 서로 다른 두 가지 기전을 가진 (Sofosbuvir 는 nucleotide analogue polymerase inhibitor 이고 ledipasvir 는 NS5A inhibitor) 약물의 복합한 약물을 이전에 치료 경력과 간경변이 없는 유전자형 1 형인 C 형 간염 환자에게 하루에 한알씩 투여했을 때 8 주간의 치료 만으로도 94% 에 달하는 치료 효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기존의 C 형 간염 표준 치료 약제였던 리바비린의 병행 요법과 비교했을 때 8 주간의 단독 치료만으로도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앞으로 유전자형 1 형인 C 형 간염 환자에서 새로운 표준 치료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기존에 치료를 받았던 환자에서도 새로운 병행 요법은 12-24 주간의 치료에서 높은 완치율을 보여서 향후 유전자형 1 만성 C 형 간염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유전자형 2,3 형에 대한 완치율 더 높이기 위한 연구도 같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확실히 만성 C 형 간염환자에게는 희소식일 뿐 아니라 향후 미래에는 C 형 간염 자체를 정복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보이게 하는 뉴스이긴 하지만 한가지 나쁜 소식도 같이 있습니다. 지금도 C 형 간염의 치료비는 꽤 비싼편입니다. 그런데 이 신약들은 더 비쌉니다. 길리어드는 Sovaldi 라는 상품명을 붙인 소포스부비르의 8 주 치료분의 가격을 84000 달러로 책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는 미국과 유럽에서 상당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논쟁의 여지없이 대부분의 만성 C 형 간염 환자들은 이 비용을 지불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런 약물들은 수십년 후에는 가격이 매우 저렴해지긴 하겠죠. 그러나 당장에는 신약을 개발한 제약회사들이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 비싸게 파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는 상태입니다. 사실 이를 규제하게 되면 신약 개발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적지 않을 테니 그렇게 할 수도 없겠죠.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엄청난 가격 때문에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가격 때문에 획기적인 신약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아주 소수의 환자들만 이용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Nezam Afdhal at el. Ledipasvir and Sofosbuvir for Untreated HCV Genotype 1 Infection. April 12, 2014DOI: 10.1056/NEJMoa140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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