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태양광 드론을 개발 중인 업체를 인수했습니다.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 (Titan Aerospace) 라는 신생 업체가 그 대상으로 아직은 검증되지 않은 태양광 에너지 동력을 이용한 무인 항공기를 제작하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목표는 6 만피트 (약 18000 m) 상공에서 최대 5 년까지 날아다닐 수 있는 드론의 제작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간단한 일이 될지는 두고봐야 알 수 있습니다.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의 드론의 개념도 Source : Titan Aerospace)
현재 구글은 단순한 검색 업체를 넘어서 인터넷 시대의 강자가 되기 위해서 여러 분야에 동시 다발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서비스나 안드로이드 OS 는 물론이고 미래 유망 분야인 로봇 개발에 나서기 위해서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하는가 하면 ( http://jjy0501.blogspot.kr/2013/12/Google-buys-Boston-Dynamics.html 참조) 아직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느린 미국에 광섬유 기반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인 구글 파이버 ( http://jjy0501.blogspot.kr/2013/04/blog-post_7152.html 참조) 를 도입해 향후 광기반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시장도 노리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구글이 인터넷 기반 사업 뿐 아니라 인터넷 통신망 사업 자체에도 관심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구글 처럼 검색 기반 광고로 먹고 사는 기업에게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속해서 검색을 하고 광고를 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구글이 개발 도상국에 무선 인터넷을 보급하는 사업인 프로젝트 룬 (Project Loon) 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합니다. 프로젝트 룬은 풍선을 이용해 지상 20 마일 (32 km) 정도 높이에서 3G 와 비슷한 속도의 무선 인터넷을 보급하는 것으로 유선 인터넷을 깔기 어려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구글 광고를 보고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룬의 풍선. Misc photos from the Christchurch launch event for the Google Loon Project of June 13, 2013. http://en.wikipedia.org/wiki/File:Google_Loon_Balloon_close_up.jpg )
(프로젝트 룬 )
사실 고고도 드론이나 풍선 모두 대기권 위성 (Atmospheric Satellite) 라는 한가지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데 높이나는 무인 드론이나 비행선을 이용해서 통신에 사용해 보려는 시도는 구글만 하는 게 아닙니다. 이미 다른 기업과 국가에서 널리 시도된 바 있습니다. 다만 아직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한 걸 개발한 사례가 없을 뿐이죠.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서 착륙하지 않고도 24 시간 비행이 가능한 고고도 드론이라면 (밤에는 배터리로 작동) 사실 10 년도 전에 매우 목표에 근접했던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미 짐작하신 분도 있겠지만 나사의 ERAST (Environmental Research Aircraft and Sensor Technology) 프로젝트입니다. 1995 년부터 나사 패스파인더, 패스파인더 플러스, 센튜리온 등이 개발되었으며 마지막으로 헬리오스 (Helios) 가 개발되었는데 날개 너비가 무려 75.3 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태양광 에너지 비행기였습니다. 하지만 자체 무게는 600 kg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비행중인 헬리오스 The solar-electric Helios Prototype flying wing is shown over the Pacific Ocean during its first test flight on solar power from the U.S. Navy's Pacific Missile Range Facility on Kauai, Hawaii, July 14, 2001. The 18-hour flight was a functional checkout of the aircraft's systems and performance in preparation for an attempt to reach sustained flight at 100,000 feet altitude later this summer. Credit : NASA)
(비행 영상)
태양에너지는 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에 비해서 물론 막대하긴 하지만 단위 면적당 에너지는 그렇게 많지 않으며 더 중요하게는 현재 기술로는 태양에너지의 극히 일부만 전기로 전환이 가능합니다. 이를 바꿔 말하면 태양에너지로 24 시간 365 일 비행을 하려면 극도로 큰 태양 전지 패널을 탑재하면서 극도로 가벼운 기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헬리오스는 183.6 ㎡ 에 달하는 거대한 면적에 날개를 가지면서 자동차 보다 더 가벼운 항공기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태양광 항공기가 2001 년 8월 13 일에 태양광 항공기 역사상 가장 높은 기록이었던 96,863 피트 (29,524 m) - 사실 고정익 비행기의 수평 비행으로도 신기록이었음 - 비행기록을 세웠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대기권 통신 위성이라는 원대한 목표도 가까워지는 듯 했지만 기본적으로 한가지 문제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엄청나게 큰 항공기가 극도로 가볍게 만들어지다 보니 마치 종이로 만든 비행기처럼 내구성이 떨어졌던 것입니다. 이렇게 날개 면적이 큰 비행기가 강풍이나 난기류에 휩쓸리면 어떤 일이 생길지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2003 년 6월 26일 헬리오스는 하와이 인근 바다에 추락해 잔해만이 남았습니다.
(헬리오스 추락 사고 Helios Prototype disintegrates as it falls into the Pacific Ocean. Author : Knoll, Thomas E. et al)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던 결과였습니다. 결국 나사는 이 항공기가 매우 위험 (특히 잔해가 인구 밀집 지대로 떨어질때) 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헬리오스 이후 비슷한 형태의 무인 고고도 태양광 비행기의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10 년이 지난후 구글이 다시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 사업에 뛰어든 것입니다.
비록 그 사이 소재 기술이 더 발전했고 특히 무인기 기술은 큰 진보를 보이긴 했지만 극도로 크고 가벼운 항공기를 수년간 비행시켜야 하는 기술적 어려움은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일이죠. 과연 구글이 이런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고 태양광 드론으로 무선 인터넷을 보급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시도는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NASA_Hel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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