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나 컴퓨터로 콘트롤 되는 로봇에게 학습 기능을 부여하려는 연구는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워싱턴 주립대의 연구자들이 선정한 과제는 진지한 과학 연구에서는 약간 생뚱맞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두개의 인공지능 컴퓨터가 서로에게 팩맨 (Pac-Man) 과 스타크래프트 (Starcraft) 를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게임 유저들에게 친숙할 팩맨의 화면. 최근에는 모바일로도 이식 되었음. Wikipedia)
매튜 테일러 워싱턴 주립대 교수 (Matthew E. Taylor, WSU's Allred Distinguished Professor in Artificial Intelligence) 와 그의 동료들이 저널 Connection Science 에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두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서로 교사와 학생의 역할을 담당해 더 나은 게임 플레이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즉 하나의 인공 지능 프로그램이 가진 노하우를 다른 인공 지능에 가르쳤다는 것이죠.
(동영상)
사실 이미 게임 하는 인공지능은 나와있지 않느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속칭 오토라고 불리는 것들이나 봇 (bot) 같은 것들이 그것인데 이들은 사람이 프로그래밍 한대로 작동하는 프로그램이지 다른 인공지능에 뭔가를 가르쳐주는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테일러 교수에 의하면 이것이 매우 쉬워보여도 극도로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직접 코딩을 해서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고 프로그램 스스로가 다른 프로그램으로부터 배우는 것이니까요.
이 프로그램들은 (연구팀은 Agent 라고 부르는) 교사 (Teacher Agent) 와 학생 (Student Agent) 의 두개의 가상 로봇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학생은 팩맨을 더 잘 플레이 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교사는 이런 학생들에게 이런 저런 조언과 플레이 방법을 알려줍니다. 학생은 이런 내용들을 취합하고 스스로 학습하면서 마침내는 교사를 능가하는 학생 (즉 청출어람 靑出於藍 ) 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팩맨보다 스타크래프트가 훨씬 힘들 것 같은데 과연 얼마나 잘 가르켰는지도 궁금합니다. 주로 내용은 팩맨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연구팀은 앞으로 이와 같은 기술을 응용해서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복잡한 업무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소 로봇이 학습한 내용을 다음에 사는 청소로봇에게 전수해 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되면 어느 순간에는 로봇이 점점 똑똑해져 인간을 위협하지 않을까요 ?
테일러 교수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것들은 대단히 멍청합니다 (They're very dumb)" 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실제로 인간만큼 복잡한 지능을 가진 인공 지능 개발은 아직은 미래의 일입니다. 현재로써는 연구팀은 팩맨 보다 더 복잡한 업무를 서로 가르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개량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하네요.
다른 한편으로 이런식으로 서로 더 나은 플레이를 가르칠 수 있다면 이것 자체로 게임 산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즉 게이머의 특성을 파악해서 점점 학습해 나가는 게임이나 혹은 게이머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 이 뉴스를 듣고 나서 문득 드는 생각입니다.
참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