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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의 방사선 환경에 적응한 새



 지난 1986 년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 (Chernobyl) 원자력 발전소와 그 인근 지역 상당 부분은 현재까지도 일반인의 출입과 거주가 제한된 체르노빌 출입 제한 구역 (Chernobyl Exclusion Zone, 공식 명칭은 Chernobyl Nuclear Power Plant Zone of Alienation (Ukrainian: Зона відчуження Чорнобильської АЕС, zona vidchuzhennya Chornobyl's'koyi AES)) 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총 2600 ㎢ 에 달하는 출입제한 구역은 현재에도 지구상에서 방사선 레벨이 가장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인데 사고 직후에 방사선 낙진으로 숲이 괴사되었던 붉은 숲 (Red Forest (Ukrainian: Рудий ліс)) 을 비롯해서 버려진 도시인 프리피트 (Pripyat : 게임 콜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의 무대로도 잘 알려져 있음) 등으로 유명한 죽음의 땅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최초의 수소폭탄 실험이 일어났던 비키니 환초도 점차로 그 피해를 회복한 것 처럼 체르노빌 주변 지역의 생태계 역시 복구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체르노빌 참사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되겠지만 아무튼 체르노빌 주변 지대는 다량의 방사선 물질로 오염된 지역이 어떻게 회복될 수 있는지 그리고 자연 상태에서 높은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연구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스마엘 가반 ( Dr Ismael Galvan of the Spanish National Research Council (CSIC))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바로 이 체르노빌 주변 지대에서 조류 생태계를 분석했습니다. 이전까지의 연구를 통해 방사선에 계속 노출될 경우 (물론 이것 자체는 생체에 유해하지만) 전리 방사선 (Ionizing Radiation) 에 대한 저항력이 늘어나는 것이 실험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즉 인간과 동물들이 점차 높은 방사선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는 것이죠.


 본래 우리가 사는 환경은 다양한 형태의 전리 방사선을 포함한 방사선이 항상 존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그런데 생명체 내에 존재하는 DNA 는 이런 전리 방사선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비록 지구의 자기장, 대기, 오존층이 태양에서 나오는 강력한 전리 방사선과 고에너지 입자들을 막아주기는 하지만 일부는 지표에 도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외에 존재하는 자연 방사선도 있죠. 따라서 오래전부터 지구 생명체들은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항산화제 (anti oxidant) 들을 진화시켜왔습니다. 전리 방사선이 자유 라디컬 등을 만들어 DNA 에 손상을 주기 때문이죠. ( http://blog.naver.com/jjy0501/100142689751  참조)


 아무튼 연구팀은 자연 상태에서 포유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방사선에 취약한 조류들이 방사선에 적응하는 흔치 않은 과정을 직접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사실 이 연구는 상당히 오랬동안 진행된 것으로 연구자들은 1990 년대 부터 그물을 이용해서 체르노빌 제한 구역 8 곳에서 16 가지 다른 종의 조류 152 마리를 잡아 혈액 샘플과 깃털 샘플을 추출해서 분석했습니다.   



(체르노빌에서 잡은 것과 같은 종의 조류인 콩새 (Coccothraustes coccothraustes   Author: Sławek Staszczuk)     


(1996 년 당시 체르노빌 주변의 방사선량 지도  Chernobyl radiation map 1996.   Credit  : CIA Factbook )


 연구자들이 콩새 ( Hawfinch (Coccothraustes coccothraustes)) 를 비롯한 포획 조류들의 샘플을 분석하자 역시 예상했던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이 지역에 서식하는 조류들은 핵심적인 항산화제인 글루타티온 (glutathione : 생체내의 산화 환원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 의 수치가 높아져 있는데 특히 방사선량이 높은 지역에서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깃털 샘플에서 구한 멜라닌의 일종인 페오멜라닌 (pheomelanin. 역시 항산화제) 역시 같은 양상을 보였습니다. 연구 지역에서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0.02 - 92.90 마이크로 시버트 (micro Sieverts per hour) 로 다양했다고 하네요. 


 체르노빌을 배경으로 한 게임에서 체르노빌 인근 지역은 방사선으로 괴물이 된 생명체들이 돌아다니는 죽음의 땅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스토커 같은 경우) 일반인들의 상상도 비슷할 지 모르지만 사실 치명적이지만 않다면 약간 높아진 방사선 수치는 이곳에 사는 동물들에게 이 땅에 적응해서 살만한 동기를 부여하기 충분합니다. 왜냐하면 동물들에게 더 큰 위협인 인간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죠.
 

 실제로 이전 연구에서도 (  http://blog.naver.com/jjy0501/100155902659 참조) 나타났듯이 인근 지역은 점차로 야생동식물들이 번성할 만한 환경이 되가고 있습니다. 야생 동물들에게 더 나쁜 쪽은 방사능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약간은 씁쓸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참고 


Journal Reference:
  1. Ismael Galvan, Andrea Bonisoli-Alquati, Shanna Jenkinson, Ghanem Ghanem, Kazumasa Wakamatsu, Timothy A. Mousseau, Anders P. Møller. Chronic exposure to low-dose radiation at Chernobyl favors adaptation to oxidative stress in birds. Functional Ecology, 2014; DOI: 10.1111/1365-2435.12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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