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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이야기 232 - 화성에 존재했던 구세프 호수 ?



 화성 탐사로버 스피릿 (Spirit) 은 2004 년 화성의 구세프 분화구 (Gusev Crater) 에 착륙했습니다. 구세프 분화구는 약 166 km 지름의 대형 크레이터로 과학자들은 여기에 과거 호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크레이터 내부에는 이로 인한 침전물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실제 탐사 결과는 여러가지 가능성이 혼재된 것이었습니다.  


 스피릿은 최종적으로 착륙 지점에서 약 3 km 정도 떨어진 콜럼비아 힐 (Columbia Hill,  이 명칭은 우주 왕복선 콜럼비아호 참사를 기념해서 주어짐) 을 탐사하는 과정에서 임무를 종료했는데 애리조나 대학의 스티프 러프 (Steve Ruff, associate research professor at Arizona State University's Mars Space Flight Facility in the School of Earth and Space Exploration) 가 이끄는 연구팀은 스피릿의 데이터를 다시 분석해서 콜럼비아 힐의 과거 역사를 재구성했습니다.  




(스피릿의 착륙 지점에서 본 콜럼비아 힐    Credit : NASA)  


 구세프 크레이터 내부에 솟아오른 300 피트 (약 120 미터) 정도 높이의 야트막한 산인 콜럼비아 힐에서 스피릿이 본 것은 사실 호수의 침전물에 의해 생성된 암석이 아니라 옐로스톤 국립 공원의 뜨거운 온천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열수 활동 (hydrothermal activity) 의 증거들이었습니다. 이 증거는 이곳에 과거 거대 호수가 있었던 대신 화산활동을 포함한 지질 활동이 있었던 증거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러프 교수의 팀은 스피릿이 찾아낸 여러 암석들 가운데 특히 코만치 (Comanche) 라는 암석 노두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스피릿은 Miniature Thermal Emission Spectrometer (Mini TES) 라는 기기를 이용해서 코만치의 표면에 마그네슘 - 철 탄소 미네랄 (magnesium-iron carbonate minerals) 이 매우 풍부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런 물질은 지구에서는 열수 활동에 의해서 쉽게 형성됩니다. 그러나 연구팀은 다른 각도에서 이를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코만치와 가까이 있는 암석 노두의 화학적인 조성입니다. 이 암석들은 모두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성되는 쇄설물인 테프라 (tephra) 라는 물질에서 기원했습니다. 아마도 이 화산은 구세프 크레이터 근방이나 혹은 내부에서 오래전 폭발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코만치 근방에 있는 암석들은 지속적인 높은 열에 노출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이 생각하기에 코만치의 탄소 화합물들은 열수 분출공 대신 반복적인 홍수와 증발을 통해서 생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사실 콜러비아 힐은 주변에 비해서 약 120 미터 정도 높지만 사실 그 인근 지대는 구세프 크레이터에서 가장 낮기 때문에 구세프 크레이터 내부를 다 덮는 호수가 아니라도 충분히 물이 그 위를 덮을 수 있습니다. 만약 이 가상의 호수의 수위가 끊임없이 변하면서 콜럼비아 힐의 암석들이 증발과 침수를 반복한다면 이와 같은 탄소 미네랄의 생성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생각입니다.  



(스피릿이 발견한 코만치  The Comanche outcrop, seen in a mosaic of Panoramic Camera images from the Mars rover Spirit, holds key mineralogical evidence for an ancient lake in Gusev Crater. Credit: NASA/JPL-Caltech/Cornell University/Arizona State University )  


 아무튼 구세프 크레이터에 과거 구세프 호수가 있었다고 해도 그 사건은 수십억년 전의 일이며 그 증거 중 상당수는 화성에 있는 바람에 의해 침식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스피릿의 데이터만으로는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었습니다. 따라서 보다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추가 탐사는 불가피 합니다.  


 러프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은 2020 년 화성에 보내게 될 2020 로버의 탐사 목표를 이 구세프 크레이터로 다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지역에 보내는 것 보다 과거 탐사했었던 자료를 토대로 목표를 잡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고 더 확실한 과학적 결론을 내리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주 오래전 화성에 물이 풍부했다는 증거는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물이 얼마나 있었고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 등 아주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서 답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미래에도 더 많은 로버들이 화성에서 활약할 필요도 있으며 더 궁극적으로는 토양, 암석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거나 혹은 인간이 직접 화성 현지에서 탐사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당장에는 어려운 일이지만 아마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화성 현지에서 지질 탐사를 진행하는 사람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이런 논란들에 대해서 더 확실한 답을 찾게 될 것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S. W. Ruff, P. B. Niles, F. Alfano, A. B. Clarke. Evidence for a Noachian-aged ephemeral lake in Gusev crater, MarsGeology, 2014; 42 (4): 359 DOI:10.1130/G355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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