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를 일으키는 HIV-1 바이러스에 대한 의외의 사실 중 하나는 생각보다 전파력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증식을 억제하는 약물을 복용할 경우 전파력은 휠씬 약해져 트루바다 (Truvada)나 데스코비 (Descovy) 같은 약물을 사용할 경우 최대 99% 감염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HIV-1 유행 국가에서 약물을 이용한 예방적 약물치료 pre-exposure prophylaxis (PrEP)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매일같이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는 불편함과 함께 의료 기관 이용이 쉽지 않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번 접종으로 평생 면역을 확보할 수 있는 백신 접종이지만, 현재까지 효과적인 백신 개발은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제약 회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 (Gilead Sciences)가 개발한 레나카파비르 (lenacapavir)는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항레트로 바이러스 약물로 놀랍게도 일년에 두 번만 주사로 접종하면 HIV-1 감염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레나카파비르는 바이러스의 껍데기 부분인 캡시드 (capsid) 억제제로 역전사 효소 (reverse transcriptase) 억제제인 트루바다나 데스코비와 작용 기전이 좀 다릅니다. 둘 다 바이러스 증식에 핵심적이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면 바이러스 증식 억제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침입할 경우 아직 숫자가 적을 때 아예 체내 증식을 차단해 HIV-1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원리입니다.
최근 남아프리카 공화국 및 우간다에서 53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된 PURPOSE 3상 임상 시험에서 레나카파비르는 100% 예방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습니다. 대조군인 트루바다 그룹에서는 16 명이 감염되고 데스코비 그룹에서 39명이 감염된 점을 생각하면 효과면에서 놀라운 결과입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레나카파비르의 부작용이 대부분 견딜만한 수준이었다고 보고했습니다. HIV-1 감염율이 높은 국가에서 이 약물이 전파 차단에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 셈입니다.
다만 가격이 얼마나 할지가 실제 유병률이 높은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에서 실제 HIV-1 유행을 차단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와 좋은 약물이라도 실제 필요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없다면 그림에 떡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health-wellbeing/twice-yearly-lenacapavir-prep-h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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