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ues depicting the high dignitary Nefer and his wife (Abusir, Egypt). Credit: Martin Frouz and the Czech Institute of Egyptology, Charles University.)
고대 이집트에도 사람들이 선망하는 사무직이 존재했습니다. 바로 상형문자를 이용해 글을 기록하는 필경사(scribes, 혹은 서기관)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현재 기준으로 보면 행정, 회계 및 기타 사무 업무를 보는 사무직보다는 상형문자를 돌에 새기거나 파피루스에 기록하는 인간 프린터들로 필경사나 서기관으로 흔히 번역됩니다.
아무튼 필경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림 실력도 뛰어나야 하고 수많은 상형문자를 암기하고 틀리지 않게 그리는 집중력도 필요했습니다. 한 번 그리는 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 이들의 삶은 끊임 없는 복사 작업의 연속이었습니다. 당시 아무나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필경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으며 일단 되면 상당한 부와 명예를 지닐 수 있었습니다.
체코 프라하 카렐 대학교의 페트라 브루크너 하벨코바 (Petra Brukner Havelková)가 이끄는 연구팀은 BC 2700년에서 2180년 사이의 이집트 미라 69구를 조사해 필경사들의 직업병을 조사했습니다. 조사한 미라 가운데 30구가 필경사의 것으로 당시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렸던 사람들답게 많은 부장품과 함께 뭍혀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필경사의 미라에서 여러 가지 공통된 특징을 찾아냈습니다. 예를 들어 이들은 주로 사용하는 오른쪽 쇄골, 상완골, 손등 뼈인 손허리뼈, 엄지 손가락 뼈 등에 상당한 마모 흔적이 있었습니다. 또 무릎을 꿇은 자세나 양반다리로 앉은 자세로 오래 일하면서 허리를 숙이는 경우가 많아 이에 따른 변형이 척추와 고관절, 다리 뼈, 무릎에 남아 있었습니다.
(Model of the skull of Nefer—"overseer of the scribes of the crew" and "overseer of the royal document scribes". Credit: Veronika Dulíková, Czech Institute of Egyptology; data processing and creation of 3D model Vladimír Brůna, Zdeněk Marek, Department of Geoinformatics, UJEP Most. Czech Institute of Egyptology, Charles University)
또 다른 특이한 사실은 필기구로 사용한 식물 줄기의 끝 부분을 자주 씹어 날카롭게 만드는 과정에서 턱뼈에도 마모와 손상 흔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당시 기록을 보면 이집트의 뙤약볕에서 땀 흘려 일하지 않고 앉아서 일하는 필경사는 모두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들은 당시의 고학력 엘리트들로 인류 최초의 사무직형 직업병을 지닌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도 이들이 더 좋은 직업으로 보였을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아마 이 시기에도 필경사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자녀를 열심히 교육시킨 부모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6-occupational-hazards-ancient-egyptian-scribes.html
Petra Brukner Havelková, Ancient Egyptian scribes and specific skeletal occupational risk markers (Abusir, Old Kingdom), Scientific Reports (2024). DOI: 10.1038/s41598-024-63549-z. www.nature.com/articles/s41598-024-6354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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