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423 - 외계 문명의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물질은?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지적 외계인을 찾으려는 노력은 지금까지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30억 년 이상 생명체가 산 지구에서도 인간 같은 지능을 가진 생물이 등장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인간도 현재 같은 문명을 발전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흐른 점을 생각하면 고도의 문명을 지닌 외계인은 아주 드물게 존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존재하더라도 현재 기술로 아주 멀리 떨어진 지적 외계인을 찾아내기는 어려울지 모릅니다.

그래도 과학자들은 여전히 가능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우주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슈비터만 (UCR astrobiologist and lead study author Edward Schwieterman)이 이끄는 연구팀은 대기 중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기체를 검출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외계인도 인간처럼 산업화 과정에서 여러가지 물질을 대기 중에 배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처럼 양은 많아도 자연적으로 생길 수 있는 물질은 산업화의 증거로 삼기엔 부족합니다. 따라서 연구팀은 자연적으로 생길 수 없으면서 대기 중 기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물질을 선정했습니다.

연구팀이 선정한 물질은 불소화 메탄, 에탄, 프로판과 불소와 결합한 황 및 질소 화합물입니다. 이중 일부는 전자기기와 컴퓨터를 만드는데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 정도 양으로는 대기 중에 의미 있게 검출되기 어렵기 때문에 연구팀은 의도적으로 외계인들이 대기 중에 이런 물질을 뿌리는 경우를 가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과 반대로 행성의 온도를 올리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해당 외계 행성이 너무 춥거나 혹은 우리가 화성에 대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처럼 같은 행성계에 있는 다른 행성을 테라포밍할 때 이런 물질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육불화황 (Sulfur hexafluoride)은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기체로 매우 안정적이며 이산화탄소보다 25,300배 정도 강력한 온실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기 중에서 5만 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 자주 보충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이런 기체를 대기 중에서 검출한다면 과학자들이 찾고 있는 외계 문명의 기술 흔적 (technosignatures)으로 의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현재 기술로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나 앞으로 발사할 유럽 우주국의 LIFE 탐사선을 이용하면 40광년 떨어진 TRAPPIST-1 같은 외부 행성계의 불소화합물을 찾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과연 움직일 수 없는 외계 문명의 증거를 찾아내는 것은 언제가 될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6-intelligent-life-years-greenhouse-gases.html

The Astrophysical Journal (2024). DOI: 10.3847/1538-4357/ad4ce8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