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0일 2012 년 회계 년도 기준 실적을 발표한 HP 로 인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2012 년 10월 31일로 끝나는 HP 의 2012 년 회계 년도에서 HP 는 1204 억 달러 매출로 전년 대비 5% 가 감소했는데 이는 최근 PC 시장의 위축 및 HP 의 부진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문제는 4분기에 영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토노미 (Autonomy) 의 인수 관련해서 88 억 달러의 손실이 났다고 보고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4 분기에만 69 억 달러라는 엄청난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 지면서 HP 의 주가가 (이미 많이 떨어졌지만)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오토노미는 기업용 의미 기반 검색 솔루션 제공 업체로 일반인들에게는 친숙하지 않지만 그 분야에서는 1 위인 업체입니다. 작년 아포태커 전 HP CEO 는 기업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부분이 부실한 HP 의 약점을 만회하고자 오토노미 인수를 결정했습니다. 인수 비용은 110 억 달러에 달했는데 본래 이 회사가 35 억 달러의 가치를 가졌다고 보고한 점에 비해서 과도한 인수 비용이라는 이야기는 그 때도 있었습니다. 다만 파는 사람이 그 가격아니면 팔지 않겠다고 하면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인수자 입장에서는 내야 하겠죠.
문제는 이번에 HP 가 실적을 보고하면서 오토노미가 실제 가치를 매우 부풀린 탓에 무려 88 억 달러나 손실을 봤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미 HP 는 영국과 미국의 당국에 조사를 의뢰한 상태입니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당시 실사에 참여한 버클레이 같은 유명 회계 법인에게도 책임이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과연 HP 는 책임이 없는 것일까요. 110 억 달러 짜리 인수 합병을 진행하면서 기업 가치를 잘못 판단해 88 억 달러의 손실을 회사에 입힌게 사실이라면 HP 경영진 역시 이 책임에서 완전 자유롭지 못할 수 있습니다. 110 달러 짜리 제품을 살 때도 한번은 생각해 보고 사게 마련인데 110 억 달러 짜리 인수를 진행하면서 그렇게 대충 일을 진행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진상이 무엇인지 차차 밝혀지겠지만 아무튼 이번 일로 인해서 여러 회사가 외상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PC 업계의 부진과 갈팡질팡한 노선, 모바일 전략의 부재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HP 로써는 안좋을 때 대형 악재를 만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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