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AMD 매각설 그리고 부인





 지난 뉴욕 증시에서는 모처럼 AMD 주가가 장중 한 때 18% 이상 폭등하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AMD 가 매각된다는 설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매입하는 측은 AMD 주식을 구매할 테니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겠죠. 하지만 AMD 는 공식적으로 매각설을 부인했고 AMD 의 주가는 다시 하락 반전했습니다. 


 AMD 의 2012 년 2,3 분기 실적에서 논의했듯이 ( http://blog.naver.com/jjy0501/100169681000  참조) AMD 는 2012 년 매우 힘든 한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3 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무려 25% 나 감소했는데 이는 상당한 순손실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생각해도 매우 좋지 않은 일입니다. 시장에서 더 이상 AMD 의 제품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니까요. 


 물론 이는 AMD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사실 2012 년 하반기는 전체적으로 경기, 특히 PC 부분의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잘 나가는 인텔마저 3 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특히 PC 부분 사업은 8% 나 감소해 PC 사업 부분이 불황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시켰습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69583670 참조)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인텔마저 매출이 감소했는데 AMD 는 더 큰 어려움이 봉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불경기만의 문제라고 생각할 유저들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렇게 문제가 심각해진 가장 중요한 이유는 2-3 년전 잘못된 판단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MD 가 야심차게 준비한 불도저 아키텍처 기반의 새로운 FX 제품군은 현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엄청난 전기를 먹는 괴물이었습니다. 성능이 모자란건 가격을 낮춤으로써 어느 정도 커버를 한다고 해도 애시당초 전력대 성능비가 너무 떨어지는 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문제였습니다. 특히 경쟁자인 인텔이 점차 전력을 적게 먹는 프로세서를 만들어 급성장하는 부분인 모바일 부분으로 집중할 때 AMD 는 그저 구경만 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 AMD 의 매출이 급감한 이유로 뽑히고 있습니다. 


 울트라씬이나 맥북 처럼 얇은 노트북이 시대의 대세가 되고 윈도우 8 의 출시와 더불어 다양한 타블렛이나 그 형태의 노트북이 대거 등장하는데 여기에 AMD 의 프로세서가 사용된 경우를 거의 보지 못하는 건 애시 당초 전력 대 성능비와 발열이라는 문제에서 AMD 가 너무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정이 뒤진 것도 문제가 되긴 하지만 불도저 아키텍처는 처음 부터 전력 대 성능비가 아니라 절대 성능에서 인텔을 따라 잡을 생각으로 만들어져 아키텍처 자체가 지금같은 저전력을 외치는 시대에는 적합하지 못합니다.  


 AMD 는 현재 밥캣 제품군의 뒤를 이을 재규어 (Jaguar) 를 준비하면서 모바일 시장에서 반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텔 역시 밸리뷰를 준비중에 있으며 더 중요하게는 ARM 의 모바일 지배력이 더 커짐에 따라 심지어 인텔도 스마트폰과 같은 분야에서 애를 먹고 있는 중입니다. 따라서 AMD 가 급성장하는 모바일 부분에서 갑자기 경쟁력을 크게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긴 쉽지 않습니다. 


 또 AMD 는 물론 이전에 회사가 매우 어려울 때 회생을 위한 조치이기도 했지만 모바일 그래픽 부분을 퀄컴에 매각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AMD 는 스마트폰이나 타블렛 시장에 내놓을 제품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이것과 대조되는 상황은 엔비디아입니다. 엔비디아는 수년 전부터 테그라 제품군을 꾸준히 준비했고 처음에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으나 2012 년부터는 널리 확산되어 2012 년 엔비디아의 수익을 견인하는 제품이 되고 있습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71322651  참조) 



 이렇게 AMD 는 인텔과 엔비디아가 각각 저전력 프로세서와 테그라로 모바일 시대를 준비할 때 사실상 저전력 모바일 시장에 대해 효과적인 제품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AMD 가 내놓은 저전력 프로세서는 주로는 넷북이나 아주 가끔 타블렛 PC 에 탑재되는 것들이었고 이것 마저도 그다지 큰 인기를 끌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나마 APU 라도 내놓지 않았다면 사실 AMD 의 매출은 더 심각하게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AMD 의 주가는 크게 내려갔고 이로 인해 매각설이 올해만 벌써 몇번째 나왔지만 모두 근거없는 루머로 드러났습니다. 사실 AMD 의 비극은 매각설이 나올 만큼 회사가 나빠졌다는 것이 아니라 기업 가치가 이렇게 폭락했는데도 (즉 가격이 저렴해졌는데도) 아무도 사겠다는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AMD 만의 비극은 아닙니다. 사실 소비자들의 비극이기도 합니다. 몇년째 인텔이 하이엔드 제품군에서 그저그런 제품들만 출시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쟁자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하이엔드 유저들은 업그레이드를 자주 할 필요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래픽 부분에서도 엔비디아는 이번 3 분기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를 달리 말하면 AMD 의 라데온 제품군이 HD 7000 대에서 경쟁력 확보에 실패하므로써 GPU 들을 비싸게 팔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만약 AMD 가 좀더 힘을 썼더라면 소비자는 어느 회사 제품을 구매해도 같은 성능의 제품을 더 저렴하게 구매하거나 아니면 더 높은 성능의 제품을 같은 가격에 구매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아니 모르는 일이 아니라 분명 그렇게 되었을 것입니다. 


 현재 우려되는 상황은 AMD 가 특허를 쪼개팔고 몇가지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정리되는 것 입니다. 혹은 인수 합병된 후 그렇게 되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 라데온 그래픽 부분 기술이 필요한 회사에서 - 이를 테면 애플이나 삼성에서 이를 인수해 그 그래픽 기술을 자사의 AP 에 통합할 수 있음 - AMD 를 매입한 후 도저히 수익이 남지 않는 x86 시장에서 철수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심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죠. 이미 x86 시장은 인텔을 제외하곤 큰 수익이 남지 않는 시장 구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매입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그냥 철수하는 게 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우려들을 뒤로 하고 AMD 가 다시 살아나기를 기원하는 것은 평소에 AMD 를 좋아했든 아니든 간에 일반적인  PC 유저들의 바램일 것입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