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2선 당선이 확정되고 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 가운데 하나는 재정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연설과 발표였습니다. 미국의 공공 부채 문제와 2013 년 다가올 재정 절벽 문제는 누가 당선이 되었더라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이며 어떻게 해결을 시도해도 강력한 반발을 무마하기 힘들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을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릴 사안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세계 경제에, 그리고 한국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일단 이전 미 정부 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몇차례 다룬 적이 있는데 미국이 왜 지금처럼 부채가 증가했는지 그리고 왜 재정 수입에 비해 지출이 많은지 (그리고 조세 부담율이 낮은데도 좀처럼 높이기 어려운지) 에 대해서는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존재합니다.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면 이전 포스트 참조 http://blog.naver.com/jjy0501/100136937917 )
조세 부담율이 낮은 이유는 세금과 정부의 기능을 줄이는 게 좋다는 생각이 미국에 널리 퍼져있기 때문인데 기본적으로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미국의 국가적 배경을 생각하면 그다지 놀랄일은 아니지만 특히 공화당은 1980 년대 레이건 집권 시절부터 세금을 줄이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실업률이 감소한다는 믿음을 굳건히 지켜왔으며 매 선거 때마다 이에 관련된 공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상당한 지지를 받는 다는 것은 미국내에서도 이것이 소수 의견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금을 높여 재정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상당한 저항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부유층이 세금을 더내는 문제가 아니라 경제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러면 부유층 아닌 사람들의 지지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이것이 거짓말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라고 해야겠죠.
(미국이 조세 부담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작은 편에 속함 OECD 국가들의 GDP 대 총 세금 수입 출처 : OECD http://www.oecd-ilibrary.org/taxation/total-tax-revenue_20758510-table2 )
이윤 추구라는 경제 활동의 동기를 최대한 끌어내려면 세금이 아예 없는 게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는 없고 재정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가장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게 현실적인데 (세금은 필요한 최저치를 거두는 것이 당연합니다. 필요 없는 돈을 거둔다는 것은 어불 성설이니 말이죠) 이론은 간단해도 실제 적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세금은 내기 싫어하고 반대로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것도 싫어하기 때문이죠. 즉 세금은 덜 내고 싶어하고 정부가 여러가지 일을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건 만국 공통입니다. 아니라고 생각되면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를 보면 확실하게 그렇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 부분의 상세한 설명은 이전 포스트들을 참조해 주십시요)
미국의 경우 2001 년 부시 행정부 때 통과된 Economic Growth and Tax Relief Reconciliation Act of 2001 (EGTRRA) 와 2003 년 통과된 Jobs and Growth Tax Relief Reconciliation Act of 2003 (JGTRRA) 라는 두 법률을 통해 최대 수조달러 규모의 세금을 줄였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를 했으니 당연히 부시 행정부가 정부 지출도 줄였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반대였다는 점은 이전에 설명한 대로 입니다.
911 이후 국방 지출이 증가한 것도 물론 중요한 이유지만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관련 지출이 연방 재정에 더 큰 부담이 되었고 그외에 인구 노령화에 따른 사회 보장 제도 유지. 그리고 갈수록 증가하는 각종 보조금과 사업으로 인해 세금은 줄이는데 정부 지출은 대폭 늘어나는 운명을 겪으면서 부시 행정부는 이전 클린턴 행정부에 비해 거의 2배에 근접하는 부채를 남기고 오바마 행정부에 이를 넘겼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오히려 더 심각한 재정 불균형에 시달리게 되었는데 부시 감세 조치 (Bush Tax cut) 으로 알려진 위의 두 법안의 효력이 아직 남아있고 역시 부시 행정부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 위기로 세금은 늘릴 수가 없는데 지출은 경기 부양을 위해 여전히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곧 심각한 재정 불균형에 처하게 됩니다.
(미국 연방 정부 지출 (위) 와 수입 (아래) 항목. 지출에서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 그리고 사회 보장 항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이를 합치면 43%. 앞으로 국방비는 줄일 수 있겠지만 이 두 항목을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지출과 수입에 무려 1조 2 천억 달러 규모의 갭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매년 미국의 연방 정부 부채가 1 조 달러 이상 증가하는 이유가 됩니다. Source : Wiki/CBO Historical table )
지난 2012 년 8월 31일에 미국 국가 부채는 16 조 달러라는 기록을 돌파해 2011 년 11월 15조 달러 돌파 이후 1 년도 채 안되는 시기에 다시 부채 한도 16조 4천억 달러에 근접했습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66506676 참고 ) 따라서 이전의 약속대로 부채를 16.4 조 달러에서 막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예산 삭감과 증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 경제는 민간 부분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았고 실업률도 낮아졌다곤 해도 아직 8% 에 근접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현재도 경기 부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시기에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세금은 늘리는 경우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할 수 있는 데 이것이 재정 절벽 (Fiscal cliff) 입니다.
만약 우려하는 데로 미국이 재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예산을 대폭 삭감할 경우 (세금을 갑자기 1.5 배를 더 거둔다는 것은 조세 저항은 낮은 국가에서도 생각하기 어려운 조치) 정부 부분 소비 및 정부에서 각종 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는 의료/사회 복지 부분 지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소비가 크게 감소할 것이고 이는 경기 위축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CBO (미 의회 예산국) 는 두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했는데 2013 년 연방 회계 연도 (FY 2013) 에 재정 적자를 6410 억 달러로 유지하는 경우와 10370 억 달러 (즉 1 조 달러) 로 유지하는 경우 각각 GDP 성장률은 -0.5% 와 + 1.7% 로 추정되었습니다. 전자의 긴축 시나리오를 2022 년까지 유지하는 경우 연방 정부 부채는 GDP 의 58% 정도로 생각되며 후자의 경우는 90% 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CBO 가 세운 두가지 가상 시나리오 2013 년 회계 년도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결국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클릭하면 원본 Source : CBO )
재정 삭감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일부 에서 잘못 알고 있듯이 이 부채가 전쟁으로 인한 일시적인 게 아니거든요. 전쟁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국방비 지출의 경우 전쟁이 끝나면 줄일 수 있지만 위에서 보듯이 메디케어/메디케이드, 그리고 사회 보장 (social security) 항목만 지출의 43% 에 달하며 기타 국가가 해야 하는 기본적인 공공 교육/ 치안 유지, 기타 국가 기간 시설 관리까지 합치면 연방 정부 재정의 절반 이상이 국민 생활에 밀접한 연관을 지니는 복지성 예산이라 이를 줄이게 될 경우 사회 안전망 붕괴와 강력한 국민적인 저항이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의료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메디케어 없이 저소득 노인층이 의료 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제한 될 것입니다. 메디케어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 돈이 없어 치료 받지 못하는 노인의 수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므로 이는 큰 사회적 문제가 됩니다.
그럼에도 증세만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오바마 대통령과 미 의회는 예산 삭감을 안 할수 없는 상황입니다. 예산 삭감보다 더 큰 논란 거리가 될 것은 바로 증세인데 오바마 대통령은 부유층 증세를 거론했지만 현실적으로 더 거둬야 하는 세금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증세의 범위가 중산층 이하로까지 내려갈 수 밖에 없습니다. 또 부시 감세 조치 완화시 사실상 중산층도 많은 세금을 낼 수 밖에 없기도 하죠.
CBO 의 첫번째 (6410 억 달러 재정 적자. 사실 이것도 엄청난게 이 수준이면 우리나라 1 년 예산의 2배 규모) 시나리오를 달성하려면 3990 억 달러 정도 세금을 더 거두어야 하고 5만 - 8.5 만 달러 소득을 올리는 중산층 가구의 경우 년간 2200 달러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사실 반발이 적을 거라고 예상할 수 없죠. 또 세금을 더 내는 만큼 구매력 감소로 인한 소비 위축도 우려됩니다.
일단 2013 년의 재정 절벽 문제와 균형 재정 문제가 아무것도 아닌 채로 넘어가기는 힘들 것입니다. 어떤 해결책도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데다 고통을 수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재정 균형이 필요한 이유는 부채 규모가 16 조 달러를 돌파한 시점에서 이미 이자 지급만 연간 2000 억 달러를 초과하고 있고 앞으로 더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빚이라는 것은 일정 규모가 넘으면 자체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스스로 증식하는 암세포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엄청난 수술이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에 꽁짜가 없듯이 저절로 사라지는 빚도 없게 마련이죠.
물론 미래를 반드시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어쩌면 미국 경제가 2013 년 부터 본격적으로 회복 된다면 저절로 세금이 더 걷히게 되고 GDP 자체가 늘어남에 따라 부채의 GDP 대비 비율도 저절로 낮아지면서 문제 해결이 훨씬 쉬워질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2013 년은 이미 다가왔고 당장에 누가 얼만큼 세금을 더내고 어떤 부분 예산을 삭감할 것인지는 피해갈 수 없는 문제입니다.
재정 절벽이 실제 얼만큼의 파급력을 지니게 될지는 워낙 여러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즉 실제 미국 경제의 활성화 정도 및 증세와 예산 삭감의 정도, 그리고 유럽 재정 위기 같은 외부적인 요소) 단순하게 말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야 말로 오바마 대통령의 능력을 시험하는 가장 중요한 가늠자이자 미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물론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력도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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