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트에서 설명한 대로 연방 세수는 (지방세 제외) 2 차 대전 이후 GDP 의 15 - 20% 선에서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습니다. 다만 최근에 감소한 정도라고 해야겠죠. 하지만 이 내용을 보고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법인세와 부유층에 대한 세율이 급격히 감소했는데 어떻게 세율이 더 큰폭으로 낮아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더구나 미국은 상품에 붙는 소비세가 높은 나라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 이유는 아래 있습니다.
(1950 년에서 2010 년 사이 연방 수입의 비중. Source: JCX-49-11, Joint Committee on Taxation, September 22, 2011, pp 4, 50. http://www.jct.gov/publications.html?func=startdown&id=4363 )
개인 소득세 (Individual Income Taxes) 는 여전히 그 비중이 40 - 50% 인데 이 말은 중산층이 내는 세금의 비중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급여 소득세 (Payroll Tax - 인두세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있음. 임금이나 봉급에 붙이는 세금) 가 점차 높은 비중을 차지해 봉급 생활자가 많은 세금을 부담한 반면 기업에 대한 법인세는 계속 낮아져 전체 세수에서 차지 하는 비중이 미미해졌습니다.
여기까지 본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 직후 밝힌 것 처럼 부자 증세 (라기 보단 이전 세율로 회복) 와 법인세 혜택 중지 등을 통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에 몇차례 언급했듯이 미국의 세율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으니 세금이 다시 좀 높아진다고 해도 사실 여전히 다른 선진국보다 세금이 낮은 편에 속합니다.
(미국이 조세 부담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작은 편에 속함 OECD 국가들의 GDP 대 총 세금 수입 출처 : OECD http://www.oecd-ilibrary.org/taxation/total-tax-revenue_20758510-table2 )
하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습니다. 과거 부시시절 감세의 범위는 절대 고소득층과 기업에 대한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사실은 전국민에 대한 매우 광범위한 감세였습니다. 이 말을 뒤집어 말하면 고소득측에 대한 감세 혜택 중지 만으로 필요한 만큼 세수를 확보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2001 년 감세 조치 (EGTRRA) 에서는 새로운 10% 최저 세율 구간이 생기고 기존의 15% 세율 구간은 10%로, 기존의 28% 세율 구간은 25%로, 기존의 31% 세율 구간은 28% 로, 36% 세율 구간은 33% 로 39.6% 세율 구간은 35% 하는 식으로 세율이 전체적으로 다 낮아졌습니다. 따라서 이전 세율을 확보하려면 사실 부자 증세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미국 역시 고소득 층이 소득세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편입니다. 오히려 상품에 붙는 소비세가 얼마 안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는 소득에 맞춰 비교적 공평하게 과세가 되는 편일 수도 있죠. 다만 전체적으로 세율이 다 낮기 때문에 세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즉 고소득층만 세금 좀 더 거둬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세율을 높여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소득대 세율 부담 비교. 미국에서도 상위 1% 가 전체 소득세의 21.6% 를 지불하고 상위 20% 까지 63.1% 를 이미 부담하고 있음. 즉 사실 생각보다 고소득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편. 그런데도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이 낮다는 이야기는 결국 전체적으로 세율이 다 낮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Based on: Andrea Coombes, "Taxes—Who Really Is Paying Up", Wall Street Journal, April 15, 2012. http://online.wsj.com/article/SB10001424052702304356604577338122267919032.html?mod=googlenews_wsj
Original Source: Institute on Taxation and Economic Policy )
오바마 대통령이 2012 년 11월 제안한 증세안은 사실 전체 소득 상위 2% 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이 정도로는 사실 당장에 필요한 세수를 확충할 수 없다고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 장관도 지적한바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정도 증세안도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인데 사실 공화당 일부에서도 실질적인 의미에서 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세금을 좀 더 거둘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다만 미국 국민 상당수를 대상으로 한 증세안은 이제 막 살아나기 시작한 소비를 크게 위축시키고 정치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 및 민주당 측에서도 피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 공화 양당이 합의를 통해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기존의 법안의 효력이 정지되면 2013 년 부터는 갑자기 세금이 오르고 재정은 축소되는 재정 절벽이 현실화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어떻게 될지 장담이야 당연히 못하는 일이지만 아마도 그와 같은 파국을 막기 위해 어떤 합의안이 나오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그다지 단순하지는 않을 것이며 (세금 인상안이 왜 미국에서 통과하기 힘든지는 앞서 설명한 대로 입니다. ) 재정을 긴축하는 것은 그 이상으로 힘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 재정 긴축은 어려운가를 설명하기는 사실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어느 나라나 재정 긴축은 다 힘든 과제 이기 때문이죠. 재정 지출은 늘리기는 간단해도 줄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대 국가에서 국가 재정 지출의 상당 부분은 전쟁 이나 재해 같은 일시적인 지출 증가가 아니라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국민들에게 설명하기가 더 어려운 부분인데 많은 사람들이 국가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 매우 피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막연히 많은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몇몇 국가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쓸데없이 새는 세금을 막아서 재정을 아주 쉽게 건전화 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당선된 후 전임자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는 패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정부 재정을 축소해서 정부 재정 지출을 억제할 수 있다면서 호기롭게 당선된 후에 왜 그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데 비해 출산율은 저조해서 인구의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일단 오래 사는 사람의 수가 적었고 얼마 안되는 노인 인구는 가족들이 돌보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대부분 핵가족화 현상을 겪었고 무자녀 가구나 일인 가구가 늘면서 노인 인구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해졌습니다.
전체 인구에서 엄청난 비율을 차지하는 노인 인구를 대부분 그냥 방치할 경우 이로 인한 사회 문제가 매우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에 - 예를 들어 상당수 노인들이 메디케어 같은 공적 의료 보장에 기대어 진료를 받는 미국에서 메디케어가 사라질 경우 아주 일부만이 비싼 의료비를 감당 가능할 것이고 상당수는 돈이 없어 진료를 받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음 - 대부분의 선진국이 이에 대한 보호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상적으로는 젊었을 때 벌어놓은 연금으로 모든것이 해결되면 좋겠지만 예상보다 평균 수명이 증대되는 반면 의료비는 갈수록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실 더 근본적으로 따지면 기술이 진보해서 지만) 점점 비싸져서 사실 상당수에 나라에서 의료 보험 제도를 손질하든 아니면 의료 보호 (국가에서 공적으로 의료비의 일부나 전액을 부담하는 것)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노인 인구가 늘면 인구 수준이 비슷해도 결국 세금을 내는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세금으로 나가는 지출은 급속히 증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전에 언급했듯이 일본입니다. 일본의 막대한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의 근본적인 원인은 토목 공사 때문이 아니라 고령화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이미 이전에 설명한 바 있습니다. 2011 년 일본의 국가 예산에서 공공 사업비가 차지한 비중은 5% 에 불과한 반면 사회보장 관련비는 31% 에 달했습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로 사실 평균 수명이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편인데도 갈수록 노령화가 진행하면서 사회 보장비 (Social Security),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 이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 http://blog.naver.com/jjy0501/100137329307 를 참조 ) 의 의무 지출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 연방 정부 예산 지출에서 1 위 항목이 메디케이와 메디케이드이며 2위는 사회 보장 관련 비용입니다. 이 둘을 합치면 대략 2/5 가 되는데 문제는 인구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앞으로는 지출이 더 늘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국채에 대한 이자,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 사회 보장등 의무 지출 (Mandatory spending) 이 현재 추세대로면 어떻게 미래에 증가할지 보여주는 미 회계 감사국 GAO 의 그래프 FY 2008 guide now available at FY 2008 Citizen's Guide. The image is from the FY 2007 guide. )
사실 미국에서도 사회 보장비 부정 수령이나 메디케이드 부정 이용 사례를 적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새는 돈만 막아도 세금을 더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이것은 지출이 증가하는 근본 이유가 아닙니다. 고령화가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죠. (사실 레이건 대통령도 선거 캠페인에서 사회 보장비 부정 수령 사례를 들어 자신이 집권하면 사회 보장비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 처럼 이야기 했으나 애시당초 전혀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였습니다.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 한마리가 강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걸 막지는 못하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를 가르켜 강물이 중력과 반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사실 말이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부정 수령에 대해서는 그것과는 무관하게 계속해서 단속이 필요하겠지만 말입니다.
이전에 행해진 오바마 케어라고 알려진 의보 개혁은 수천만명의 미국인에게 보험 혜택을 추가했다는 의의는 적지 않지만 당장에 비용에 대한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군가 보험을 더 누리려면 그 비용은 꽁짜가 아니기 때문이죠. 더구나 이 결과로 메디케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미래의 고령화를 생각하면 사실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장담하는 건 거짓말입니다. 지출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만 해도 기적에 가까운 일인데 가능하면 그렇게라도 해야 미래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 뿐 아니라 한국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미래에는 우리 역시 고령화로 세수는 주는 데 지출은 증가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직 고령화가 충분히 진행하지 않아서 잘 모를 뿐이죠.
한편 최근에 재정 절벽에 대한 논의에서는 사실 지출을 줄이는 것도 (위에 언급한 내용과는 별도로) 경제적 재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지방 정부에 대한 보조금 지금 중단 사태는 공공 교육 및 기타 공공 서비스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정부 부분 지출 감소로 인한 경제적 충격도 적지 않습니다.
내용이 꽤 길고 두서가 없었지만 결론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처럼 미국의 재정 적자가 매년 1 조 달러 이상 적자가 나는 상황이 계속 유지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더 이상 부채를 증가시키기 힘든 상황이 올 것이며 이자 상환 마저도 벅찬 위기 시점이 오게 되면 미국의 디폴트라는 정말 생각하기 힘든 경제적 재앙이 세계 경제에 메가톤급 핵폭탄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따라서 어떻게든 재정 적자를 좀 줄이기는 해야 합니다. 한번에 다 줄이진 못해도 일부는 막아야겠죠.
하지만 재정 건전화를 위해서 대거 세금을 인상하고 지출을 줄이면 이번에는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경제가 더 위축되는 재정 절벽이 우려됩니다. 그러면 미국 경제가 위축되면서 미국이 더 큰 위기에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적당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지 않으면 안됩니다. 실제 2013 년 미국 재정적자의 허용폭은 본래 법안에서 계획했던 것 보다 훨씬 큰 액수가 될 가능성이 일단은 높습니다. 건전 재정을 말하기엔 미국 경제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국 부채 한도인 16.4 조 달러가 이미 근접한 상황이라 부채를 어디까지 더 증액할 것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민주 공화 양당의 진통이 예상됩니다.
한편 세수를 조금씩 증가시키지 않으면 이 심각한 문제를 일부라도 덜 수 없기 때문에 증세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물론 정치적 반대가 적지 않겠지만 결국은 일부라도 증세안을 관철시키려는 게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생각이고 공화당과의 마찰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일부라도 반영될 것으로 현 시점에서는 예상합니다. 미래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말이죠.
재정 지출 감소에 대해서는 쉽게 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닌게 고령화라는 시대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래살기를 희망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더구나 의학이 계속 진보하지 퇴보하지는 않습니다) 일시적으로 지출을 줄일 순 있지만 재정 절벽에 대한 우려로 대폭 줄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모두가 행복해지는 마법같은 해결책은 없을 것이고 가능한 많은 사람이 가장 덜 불만을 가질 수 있는 해결책이 빨리 나와야 그나마 이 문제가 해결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생각됩니다. 증세는 현 문제에 대한 간단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일부 증세는 아마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걸 정치적으로 밀어 붙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가 되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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