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십 수년간 여러 연구들에 의해서 외계 행성 (exoplanet) 들에 대한 여러가지 사실들이 밝혀졌습니다. 그중에서 한가지 연구자들에 주목을 끄는 것은 과연 목성이나 그 이상 수준의 거대 가스 행성들이 그 행성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비교 연구는 목성이나 토성 같은 우리 태양계의 거대 가스 행성들이 태양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과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다시 말해 이런 거대 가스 행성들이 없다면 어떤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
초창기 발견된 외계행성들은 주로 뜨거운 목성이라 불리는 모성에서 가깝고 목성보다도 더 질량이 큰 외계 행성들이라 이런 질문에 대해서 정확한 답을 주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관측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함에 따라서 해왕성이나 혹은 지구 만한 크기의 외계 행성들이 차차 발견되었고 이 중에서는 목성급의 외계 행성이 존재하지 않는 행성 시스템을 가진 외계 행성들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 시스템 가운데 글리제 581 (GJ 581, or Gliese 581 ) 와 처녀자리 61 (61 Vir 혹은 61 Virgin 가 그 사례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리제 581 은 이미 이전 포스트들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는 M type 적색 왜성으로 이런 형태의 별이 사실 은하계에 가장 흔하다는 점에서 외계 행성 시스템이 매우 흔할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하게 만드는 행성 시스템입니다.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 (약 20 광년) 덕분에 상대적으로 연구가 수월한 글리제 581 의 행성들은 비교적 잘 연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글리제 581 에서 발견된 외계 행성들 가운데 가장 큰 축에 속하는 것도 해왕성급 크기이며 대부분은 지구보다 몇배 정도 큰 슈퍼 지구들입니다. 즉 이 행성계에는 목성 급 행성이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글리제 581 의 추정되는 행성들. 글리제 581 의 행성이 모두 몇개인지 현재까지는 다소 논란이 있는 상태이나 여기서는 의심되는 행성들을 대부분 표시함. http://en.wikipedia.org/wiki/File:Gliese_581_-_2010.jpg )
그런데 글리제 581 을 면밀하게 관측한 유럽 우주국 (ESA) 의 허셜 우주 망원경 (Herschel space observatory ) 에 의하면 글리제 581 에는 25 ± 12 AU 에서 60 AU 에 이르는 궤도상에 적어도 태양계와 비교해서 10 배 수준의 혜성 벨트 (comet belt) 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또 같은 관측 결과로 부터 0.75 AU 이상 궤도에 적어도 토성 크기의 행성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관측 결과를 토대로 생각했을 때 글리제 581 이 생성될 때 많은 물질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거대 행성을 이루는 데 참여하지 못하고 남아서 카이퍼 벨트의 대형 버전을 형성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거대 혜성 후보군과 목성 같은 가드 역할을 할 대형 행성의 부재는 글리제 581 의 안쪽 궤도를 도는 행성들에 막대한 혜성 충돌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들로 인해 거대한 바다를 가진 외계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혜성이 막대한 물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죠.
(글리제 581 시스템의 행성과 거대 디스크의 아티스트 컨셉 Artist impression of the debris disc and planets around the star known as Gliese 581, superimposed on Herschel PACS images at 70, 100 and 160 micrometre wavelengths. The line drawing superimposed on the Herschel image gives a schematic representation of the location and orientation of the star, planets and disc, albeit not to scale. (Credit: Image courtesy of European Space Agency (ESA)) )
한편 지구에서 대략 28 광년 정도 떨어진 처녀자리 61 (61 Vir) 역시 3 개 정도의 외계 행성을 가진 행성 시스템과 꽤 거대한 외각의 먼지 디스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3 개의 행성들은 대략 지구 질량의 5 배에서 22 배 사이 질량을 가지고 있어 역시 목성급 행성이 존재하지 않으면서 바깥의 거대 먼지 (얼음 등으로 구성된) 디스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크기는 30 AU 에서 100 AU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처녀자리 61 이 더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별이 태양과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처녀자리 61 은 태양 질량의 대략 95% 수준 정도 되는 별로 나이는 60 억년 이상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지구 공전 궤도보다 더 안쪽에 지구보다 더 큰 행성 3 개가 존재합니다.
비록 추가적인 관측이 필요하겠지만 최근 연구에서 대형 가스 행성의 존재는 없는 대신 카이퍼 벨트에 해당하는 지역에 아주 큰 먼지 구름이 확인되어 역시 목성급의 대형 행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이것과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제기하는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목성 같은 대형 가스 행성들은 그 중력으로 혜성들을 가로막거나 혹은 흡수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주장이 있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목성에 충돌한 슈메이커 레비 혜성이 그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직접 충돌 하는 것 이외에 그 중력으로 혜성의 궤도를 크게 변경시켜 오르트 구름 쪽으로 튕겨내는 것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지구 등 내행성들은 혜성과의 충돌 횟수와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었다는 것이죠. 물론 태양계 역사의 초기에는 적지 않은 혜성과 소행성이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안쪽 천체와 충돌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대형 혜성 충돌은 지구 역사에서 아주 가끔씩 일어나는 이벤트였습니다.
따라서 혜성을 막거나 흡수하는 목성급의 거대 행성이 없다면 이런 외계 행성계에는 혜성 벨트 자체가 거대해지고 더 자주 내행성들과 충돌을 했을 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어쩌면 내행성에 많은 물을 공급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고등 생명체가 살기에는 다소 위험할 지도 모르죠. 자주 거대 혜성이 충돌할 지 모르니까요.
다만 위에 내용들은 아직 가설 단계 입니다. 현재까지 우리의 외계 행성에 대한 지식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해서 진짜 위의 행성계에 목성급 행성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를 못할 것 같습니다. 향후 지속적인 관측을 통해 다른 행성계의 모습을 상세히 알 수 있다면 우리의 태양계에서 목성이 진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해서 검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 합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s:
- M. C. Wyatt, G. Kennedy, B. Sibthorpe, A. Moro-Martín, J.-F. Lestrade, R. J. Ivison, B. Matthews, S. Udry, J. S. Greaves, P. Kalas, S. Lawler, K. Y. L. Su, G. H. Rieke, M. Booth, G. Bryden, J. Horner, J. J. Kavelaars, D. Wilner. Herschel imaging of 61 Vir: implications for the prevalence of debris in low-mass planetary systems.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2012; 424 (2): 1206 DOI: 10.1111/j.1365-2966.2012.21298.x
- J.-F. Lestrade et al. A DEBRIS disk around the planet hosting M-star GJ 581 spatially resolved with Herschel.Astronomy & Astrophysics, (accepted)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