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년 11월. 재선에 성공하자 마자 오바마 행정부는 큰 시련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것은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경제의 앞날을 좌우할 문제이면서 그 파급 효과가 전세계적으로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유럽 재정 위기와 함께 여기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은 재정 절벽 (Fiscal Cliff) 이야기 입니다. 이것은 또 증세와 재정 지출 삭감에 관한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이 내용은 이전의 재정 절벽과 재정 균형 사이 포스트 내용에 연결됩니다.
이야기의 기원은 2001 년으로 거슬로 올라갑니다. 당시 집권했던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은 Economic Growth and Tax Relief Reconciliation Act of 2001 (EGTRRA) 와 Jobs and Growth Tax Relief Reconciliation Act of 2003 (JGTRRA) 라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 조치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일자리를 늘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략 2002 년에서 2009 년 사이 이 법안으로 1.8 조 달러 정도의 세수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사실 효과가 있다고 해도 상당한 논란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만큼 미국 정부 부채가 증가한 셈이니까요. 결국 당장에는 세금 깍아주니 좋았을 지 몰라도 세상에 꽁짜는 없습니다. 결국 그 돈은 원금에다 이자까지 합쳐서 미래에 미국의 납세자들이 모두 내야 하는 돈입니다. 따라서 경제 부양 효과도 없었던 감세 조치라면 꽤 곤란하겠죠.
사실 이 감세 조치가 실제로 목표한 효과를 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더 많습니다. 왜냐하면 부시 행정부 내내 경제 성장률은 사실 클린턴 행정부 시절만도 못했으며 부시 행정부가 끝날 무렵 실업률과 정부 부채는 거의 2배로 증가되었기 때문입니다. 부시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GDP 성장률은 연평균 2.5% 에 불과해 클린턴 행정부 시절 3.5% 보다 낮은 것은 물론 사실 20 세기 후반 미국 평균 성장률에도 못미쳤습니다. (2008 년 경제 위기를 빼고 계산해도 같은 결과) 그리고 실업률에 대해서 말하면 부시 대통령 집권시 4.2 % 로 완전 고용에 가깝던 미국내 취업 사정이 집권이 끝날 무렵에는 7.2% 수준으로 증가되었죠.
아무튼 이 감세 조치 ( 부시 감세 조치 bush tax cut 이라고 부르는) 는 본래 2010 년 종료 예정이었습니다. 이 시기가 끝나면 다시 클린턴 시절 세율로 돌아가게 되지만 불행히 그렇게 하기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선 미국 경제가 충분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실업율이 계속 높게 유지되었고 이는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경기 침체기에는 할 수 없이 정부 지출은 늘리고 세금은 줄이는 방식으로 적자 재정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게 마련입니다. 미국이 심각한 경제 위기에 빠진 2008 년 이후 2009 년 오바마 행정부는 공화당과의 타협을 통해 ARRA ( 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of 2009 ) 를 통과시키는데 이 조치는 대략 5000 억 달러 이상의 지출을 증가시키고 2880 억 달러 규모의 세금을 줄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다시 미국 정부 재정에 8000 억 달러 이상의 구멍이 생겼는데 당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생각되었습니다.
미국에서 민주당이 집권한 경우 증세를 택했을 것 같지만 2009 년 경제 위기 상황은 도저히 증세를 생각하기 힘든 경우였기 때문에 당시에는 오바마 대통령도 감세안에 합의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2010 년으로 이어져 본래는 중단될 예정이었던 (즉 본래 한시적인 감세 조치였던) 부시 감세가 수면 연장을 해서 더 오래 살아남게 됩니다.
Tax Relief, Unemployment Insurance Reauthorization, and Job Creation Act of 2010 이 그 조치인데, 부시 감세 조치 연장 법안 (Extension of Bush tax cuts ) 이라고도 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했기 때문에 오바마 감세 조치 (obama tax cut)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미 의회 공화당의 합의의 산물인 이 법안은 2012 년까지 재정에 다시 8580 억 달러의 부담을 지우게 됩니다.
(2010 년 12 월 17일 Tax Relief, Unemployment Insurance Reauthorization, and Job Creation Act of 2010 에 서명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source : White House photographer)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생각했던 것은 부부합산 연소득 25 만 달러 (그리고 독신인 경우 20 만 달러) 이하인 중산 가구에 한해서 부시 감세 조치를 연장하는 Middle Class Tax Relief Act of 2010 (중산층 감세 법안 2010) 였습니다. 즉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이전 클린턴 시절 세율 (39.6% 이나 그 이상 세율) 을 적용하는 것이었는데 (참고로 감세 조치후에는 개인 소득세에 대해서 35%, 그리고 자본 소득에 대한 세율은 이것보다 훨씬 낮음) 증세라면 우선 반대하고 보는 공화당이 이에 반대해 난항을 겪다가 결국 감세 조치를 고소득층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으로 법안이 통과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경제 활동을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세금이 낮을 수록 유리한 건 사실일 것입니다. 아예 세금이 없다면 가장 좋겠죠. 하지만 현대 사회는 국가가 여러가지 국민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서비스를 해야 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안그러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아무런 보호 조치도 없어질 뿐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지만 당장에 큰 이윤이 될 수 없는 사회 간접 자본 - 예를 들어 대부분의 도로망, 항만, 철도 등등 - 관리를 할 사람이 없어지겠죠. 그리고 그외에도 국방, 치안, 공공 교육, 의료 보호, 과학 기술 개발 등 현대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이 집권하면 국가에서 쓸데없이 지출하는 예산을 줄여 세금을 줄이면서도 균형 재정을 이루겠놓라고 큰소리를 치고 집권한 후 전임자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는 정부를 만드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는 것은 이런 서비스 없이는 현대 국가가 유지될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세금을 가장 적게 거두면서도 - 세금 많이 내면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 말이죠 - 가능한 국가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최대한 해야 하는 것이 현대 국가가 가진 딜레마입니다.
사실 미국이란 나라가 본래 세금 문제 때문에 독립을 한 국가이기도 하고 역사적으로 세금 문제에 꽤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이긴 하지만 20 세기 중반에는 의외로 높은 세율에 대한 저항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20 세기 후반에서 21 세기 초에는 조세 저항이 매우 커져 미국이란 나라의 큰 국가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오바마 대통령이 부자 증세를 이야기 하고 있지만 결국 이것만으로 필요한 증세를 이룰 수는 없을 것이고 더 광범위한 증세가 불가피할 것입니다. 현재 발생하는 매년 1 조 달러 이상의 재정 적자를 막으려면 엄청난 증세를 하든지 지출을 엄청나게 줄여야 하는데 지출을 줄이는 것 역시 세금을 올리는 것 만큼이나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결국 적당한 선에서 지출을 줄이고 세금은 늘려 재정적자를 0 으로 만들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는 감당이 가능한 수준 - 2013 년에 6410 억 달러 규모 - 로 줄이는 것이 현재의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쓰다보니 좀 길어져서 다음에 미국의 세율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와 지금 세율이 사실상 2 차 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데도 왜 세금을 그렇게 올리기 힘든지에 대해서 나름대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지출을 줄이기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이전 포스트들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다음에 계속 :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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