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122- 카시니가 관측한 토성의 폭풍들



 
 나사의 카시니 (Cassini) 탐사선은 지난 1997 년 발사된 이후 2004 년 토성궤도에 돌입하여 2012 년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카시니는 실제 예상 임무 기간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확장 임무를 맡았으며 2010 년에는 Cassini Solstice Mission 을 시작 2017 년까지 진행할 수 있다면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 이후 카시니의 운명은 토성 대기권 안쪽으로 사라지는 것입니다. 마치 지구를 도는 인공 위성 중 상당수가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져 최후를 맞이하듯 카시니 역시 그렇게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 현재 계획입니다. 


 하지만 카시니는 현재도 토성 궤도에서 우리에게 생생한 토성의 모습을 전송하고 있습니다. 토성 역시 태양계에서 매우 거대한 폭풍이 발생하는 행성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 스케일은 지구 전체가 들어가고도 남는 수준일 때도 있습니다. 이는 지구에 있는 망원경으로 관측이 가능할 정도이지만 카시니는 더 선명한 해상도로 근접 촬영 사진을 지구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사진들의 이야기 입니다. (사진들은 클릭하면 고해상도 원본을 볼수 있습니다) 




(2012 년 11월 27일 촬영된 토성의 거대 사이클론, 토성의 북극에서 관찰되었는데  마치 그 생김새가 지구의 태풍의 눈과 흡사합니다  Image: NASA/JPL/Space Science Institute. )


 위의 사진은 토성에서 약 40 만 km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찍은 것으로 토성의 크기를 고려하면 꽤 근접 사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성의 상부 대기는 100 - 160 K 수준으로 매우 춥지만 초속 500 미터 수준 (시속 1800 km) 의 아주 빠른 바람이 불어대는 환경이기도 합니다.


 토성 상층의 대기를 이루는 기체의 96.3% 는 수소이고 나머지 3.25% 정도는 헬륨입니다. 사실 이 물질들만 있다면 토성 대기의 생김새는 매우 단조로울 것입니다. 하지만 기타 암모니아, 아세틸렌 (Acetylene), 에탄 (ethane), 프로판 (propane), 메탄 (methane) 및 이보다 더 복잡한 유기 화합물들이 토성 대기 상층부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토성 역시 목성 처럼은 아니지만 다양한 폭풍과 구름의 패턴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물질들은 토성의 추운 기온에서도 기체나 액체 상태로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토성의 극지방에서 역시 다양한 극와류 (polar vortex) 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위에서 보는 것 같은 소용돌이 패턴 이외에 독특한 육각형 무늬를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사실 이런 태풍을 보다 멀리서 바라보면 아주 독특한 모양이 나타납니다. 



(2012 년 11월 27 일. 같은 날 카시니에 의해 쵤영된 토성의 북극의 거대 육각형 모양 구름 구조   This raw, unprocessed image of Saturn was taken on November 27, 2012 and received on Earth November 27, 2012. The camera was pointing toward Saturn at approximately 376171 kilometers away, and the image was taken using the CB2 and IRP0 filters. The image has not been validated or calibrated.    NASA / JPL-Caltech / Space Science Institute   ) 


 위의 사진은 이 태풍의 눈 주변을 살펴본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안쪽은 거대 허리케인 같은데 주변에는 다시 작은 소용돌이들이 존재하고 크게는 육각형 모양이 나타납니다. 흑백으로 보이는 이유는 본래 이미지라서 그런데 우리가 보는 아름다운 천체 사진들은 본래의 이미지 (Raw Image) 이외에 컬러 처리와 칼리브레이션 등을 거친 이미지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거대 육각형 (Saturn'e Hexagon) 이 정확하게 왜 생기는 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그 위치는 북위 78 도 이상에서 북극 까지이며 각변의 최대 길이는 13800 km 로 지구 지름보다 더 큽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육각형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육각형 자체로 지구보다 거대합니다. 그리고 대략 10 시간 39 분 24 초를 주기로 이 육각형이 회전합니다.




(실제 움직이는 토성의 육각형을 연속 사진으로 본것. 2009 년 12월 10 일    NASA/JPL/Space Science Institute )  


 이 육각형은 토성이 계절과 연관이 있습니다. 토성의 1 년은 대략 29 지구년인데 아마도 긴 겨울동안은 보이지 않다가 다시 봄이 되면 등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1980 년대 보이저 탐사 때 나타난 이 육각형은 이후에는 확인되지 않다가 2009 년에 이르러서 다시 등장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왜 이런 이상한 현상이 토성에서 주기 적으로 나타나는지 매우 궁금해 하고 있으나 아직 확실한 이론은 없습니다. 다만 이것이 북위 78 도 이상에서 나타나는 제트 기류의 패턴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토성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기 패턴을 뽑으라면 역시 위의 북극 와류와 태풍, 그리고 무엇보다 육각형이겠지만 토성에서는 다른 주목할만한 기상현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특히 토성의 거대 폭풍이 그렇습니다. (아래 사진) 




(  토성의 거대 폭풍인 대백점 (great white spot)   2012 년 3월 11일  NASA/JPL-Caltech/SSI


 토성의 거대한 폭풍인 대백점은 목성의 대적점 (great red spot) 과 비슷한 이름으로 지어졌는데 사실 19 세기 부터 지구에서 관측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목성의 대적점과는 달리 적어도 400 년 이상 지속된 폭풍은 아니며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1876 년 Asaph Hall 에 의해 처음 관측된 이래 1903 년, 1933 년, 1960 년, 1990 년 하는 식으로 28.5 년 주기로 등장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이 주기를 지키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백점은 카시니 덕분에 더 상세한 관측이 가능해졌는데 2010 년 - 2011 년 사이 관측에 의하면 이 흰색 구름에는 아세틸렌 (acetylene) 성분은 소실된 반면 포스핀 (phosphine) 의 양은 증가되어 있으며 구름 가운데는 기온이 떨어져 있는 것이 관측되었습니다. 카시니의 composite infrared spectrometer (CIRS) 관측 결과에 의하면 실제로 가시 광선 영역에서 관찰이 가능한 (그래서 지구의 아마추어 천문가들도 관측이 가능한) 대백점이 사라진 이후에도 적외선 영역에서는 관측이 가능한 거대한 변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최근 밝혀졌습니다. 



(These red, orange and green clouds (false color) in Saturn's northern hemisphere indicate the tail end of the massive 2010-2011 storm. Even after visible signs of the storm started to fade, infrared measurements continued to reveal powerful effects at work in Saturn's stratosphere. (Credit: NASA/JPL-Caltech/Space Science Institute )    


 아래 사진은 가시 광선 영역이 아닌 적외선 영역 관측 결과로 대백점 등장 이후에 다시 비정상적으로 온도가 상승하는 구름이 있으며 미스테리 하게도 에틸렌의 농도가 증가하는 것이 관측되었습니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 아직 우리는 별로 아는 것이 없습니다. 






 

(타이탄과 토성의 구름, 고리의 모습 Image credits: NASA/JPL-Caltech/SSI ) 


 이런 흥미로운 거대 폭풍과 구름에 대한 관측을 포함 카시니는 계속해서 수명을 다할 때 까지 우리에게 토성과 그 위성, 고리의 사진들을 전송하고 있습니다. 토성은 1 년이 대략 29.5 지구년 정도로 계절의 변화 역시 매우 긴 편입니다. 하지만 카시니가 예상외로 오래 임무를 수행하면서 우리는 그 변화에 대해서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2017 년 이후에 토성 탐사 임무는 한동안 공백이 생길 것으로 생각됩니다. 인류의 지식의 한계를 확장하기 위한 새로운 탐사 미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