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가운데 하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산업 시대 이전에 260 - 280 ppm 사이를 장기간 유지했던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는 인류가 막대한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점차 늘어나 2012 년 10월에는 391 ppm 까지 증가했고 최근에는 매년 2 ppm 씩 평균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 증가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상당부분은 대기에서 다시 바다로 녹아들어가게 되는데 이산화탄소가 물에 잘 녹는 기체임을 생각하면 당연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상당량의 이산화탄소가 일단 바다로 흡수되기 때문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는 장점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녹아들어가면 바다가 산성화 된다는 사실입니다.
(현재까지 연구들에서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업화 시대 이전과 1990 년대의 바다가 산성화 된 정도를 나타낸 그래픽 Change in sea water pH caused by human created CO2 between the 1700s and the 1990s, from the Global Ocean Data Analysis Project and the World Ocean Atlas Plumbago )
( 지난 40 만년간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 This figure was prepared by Robert A. Rohde from publicly available data and is incorporated into the Global Warming Art project.
Data Source
- (blue) Vostok ice core: Fischer, H., M. Wahlen, J. Smith, D. Mastroianni, and B. Deck (1999). "Ice core records of Atmospheric CO2 around the last three glacial terminations". Science 283: 1712-1714.
- (green) EPICA ice core: Monnin, E., E.J. Steig, U. Siegenthaler, K. Kawamura, J. Schwander, B. Stauffer, T.F. Stocker, D.L. Morse, J.-M. Barnola, B. Bellier, D. Raynaud, and H. Fischer (2004). "Evidence for substantial accumulation rate variability in Antarctica during the Holocene, through synchronization of CO2 in the Taylor Dome, Dome C and DML ice cores".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 224: 45-54. doi:10.1016/j.epsl.2004.05.007
- (red) Law Dome ice core: D.M. Etheridge, L.P. Steele, R.L. Langenfelds, R.J. Francey, J.-M. Barnola and V.I. Morgan (1998) "Historical CO2 records from the Law Dome DE08, DE08-2, and DSS ice cores" in Trends: A Compendium of Data on Global Change. Carbon Dioxide Information Analysis Center,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U.S. Department of Energy, Oak Ridge, Tenn., U.S.A.
- (cyan) Siple Dome ice core: Neftel, A., H. Friedli, E. Moor, H. Lotscher, H. Oeschger, U. Siegenthaler, and B. Stauffer (1994) "Historical CO2 record from the Siple Station ice core" in Trends: A Compendium of Data on Global Change. Carbon Dioxide Information Analysis Center,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U.S. Department of Energy, Oak Ridge, Tenn., U.S.A.
- (black) Mauna Loa Observatory, Hawaii: Keeling, C.D. and T.P. Whorf (2004) "Atmospheric CO2 records from sites in the SIO air sampling network" in Trends: A Compendium of Data on Global Change. Carbon Dioxide Information Analysis Center,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U.S. Department of Energy, Oak Ridge, Tenn., U.S.A. )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감에 따라 해양 산성화가 점차 진행되는 것은 사실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정도와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큰 관심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막으려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당장에 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해야겠죠)
해양의 산성화 정도에 대해 진행된 한 연구에선 18 세기와 비교했을 때 20 세기 후반에는 (1751 년에서 1994 년 사이) 해수 표면의 평균 pH 가 8.25 에서 8.14 로 감소한 것으로 보고했습니다. 이는 큰 차이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실은 이전과 비교시 H+ 이온 농도가 거의 30% 가까이 증가한 것입니다.
물은 매우 여러가지 물질을 녹일 수 있는 용매이며 특히 이산화탄소는 물에 잘 녹아 탄산 (carbonic acid) 을 형성합니다.
CO2 (aq) + H2O H2CO3 HCO3− + H+ CO32− + 2 H+
따라서 간단히 생각해봐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 수록 탄산의 농도도 높아질 것이며 해양 속의 H+ 이온 농도 역시 따라서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점차 산성화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해수의 온도 같은 다른 요인들도 같이 작용하게 될 테지만 말이죠.
현재까지 진행된 해양 산성화도 우려스럽지만 미래에는 이보다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과연 이런 해양의 산성화가 바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여러 연구자들의 관심사였습니다. 영국의 남극 탐사 프로그램 (BSA : British Antarctic Survey),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University of East Anglia) 과 미국의 우즈홀 해양 연구소 (US 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 ) 미국 대기 해양 연구소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NOAA) ) 의 국제 합동 연구팀은 남반구의 바다에서 이 문제를 집중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이들은 익족류 (pteropods 바다 달팽이 및 바다 민달팽이류. 해양 동물 플랑크톤 ) 의 껍질들이 심하게 용해되어 손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 껍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라고나이트 (Aragonite :CaCO3 탄산 칼슘의 일종) 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미 이 아라고나이트 (산석) 의 포화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들을 통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아라고나이트 포화도는 바다 상층 200 미터 샘플에서도 낮아지기 시작했으며 실제 익족류의 껍질이 용해되는 사실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Limacina helicina antarctica 라는 익족류의 표본 샘플을 연구한 결과 전자 현미경 사진에서 그 껍질이 심하게 손상이 되었으며 실험실에서 이를 재현했을 때 8일간 0.94 - 1.12 수준의 아라고나이트 포화도에서 이와 같은 손상이 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작고 약한 익족류를 보호해주는 껍질 없이는 결국 이 생명체는 살아가기 힘듭니다.
( Limacina helicina antarctica 의 모습 The pteropod (marine snail) Limacina helicina antarctica which is abundant member of the Southern Ocean zooplankton community. Specimens mainly inhabit the top 200 m of oceanic waters where they graze on phytoplankton and detritus. Their shells are made of aragonite, a form of calcium carbonate that can dissolve rapidly. (Credit: Image provided by Nina Bednarsek) )
이 연구는 이론적으로 예측되었던 일을 실제 실험 및 샘플 측정을 통해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연구는 Nature Geoscience 에 기재되었습니다.
앞으로 정책에 아주 큰 변화가 없는 한 인류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일반적인 해양 생물체들이 적응할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를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해양 생물 대멸종을 유발할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왜냐하면 이 작은 생명체들이 해양 생태계의 가장 밑바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죠.
먹이 피라미드의 아래쪽이 무너지게 되면 그 위에 있는 수많은 바다 생명체의 생존도 매우 위태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아직 바다 생태계가 심각하게 무너지지 않았을 때는 기회가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최악의 상태가 진행하는 경우 이를 막기엔 너무 늦어버릴 것입니다. 대기와 해양에 존재하는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갑자기 없애는 일은 누구도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이를 대대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는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을 듯 합니다.
참고
Jacobson, M. Z. (2005). "Studying ocean acidification with conservative, stable numerical schemes for nonequilibrium air-ocean exchange and ocean equilibrium chemistry".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 Atmospheres 110: D07302. Bibcode2005JGRD..11007302J. doi:10.1029/2004JD005220.
N. Bednaršek, G. A. Tarling, D. C. E. Bakker, S. Fielding, E. M. Jones, H. J. Venables, P. Ward, A. Kuzirian, B. Leze, R. A. Feely, E. J. Murphy. Extensive dissolution of live pteropods in the Southern Ocean. Nature Geoscience, 2012; DOI:10.1038/ngeo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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