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인텔 제온 파이 코프로세서 (Xeon Phi Coprocessor) 출시



 
(인텔의 Xeon Phi Coprocessor.  패시브 쿨링의 5110P 와 액티브/패시브 쿨링의 3110 )  


 인텔이 오랜 연구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MIC (Many Integrated Core ) 의 첫번째 결과물을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인텔의 제온 파이 코프로세서 (Xeon Phi Coprocessor) 의 기원은 적어도 2006 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당시 인텔은 wide SIMD (512 bit) 유닛과 코어당 4 개의 멀티 쓰레드를 지원하는 x86 기반의 GPU 를 기획하고 이를 그래픽 시장에 투입하기 위해 라라비 (Larrabee) 라는 코드명을 부여했으나 결국 2010 년에 GPU 대신 병렬 컴퓨팅 시장에 투입하기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당시 나왔던 이야기는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엔비디아와 AMD 의 GPU 와 맞서서 승산이 크지 않은 데다 커다란 GPU 를 생산해서 낮은 가격에 팔면 손해라는 이야기였죠. 대신 비싸게 칩을 팔수 있어 인텔의 구미에 더 맞는 HPC 전용의 병렬 연산용 코프로세서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인텔의 새로운 계획이었습니다.  


 이미 인텔은 펜티엄 기반의 x86 코어를 이용한 병렬 연산용 프로세서를 하나의 다이 (die) 위에 다수를 집적하는 기술을 개발중에 있어서 2009 년에는 Single Chip Cloud Computer 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이며 48 개의 코어를 하나의 다이위에 집적했고, 2007 년에는 Teraflops research chip 을 선보이며 80 개의 x86 코어를 하나의 다이위에 집적한 바 있습니다.


 이후 인텔은 엔비디아의 테슬라와 같은 포지션의 제품인 코드명 Knight Ferry 를 2010 년에 선보였는데 실제 판매용은 아니고 프로토 타입이었습니다. 그리고 2011 년 22 nm 공정의 후속 제품을 선보였는데 코드명 Knight Corner 였습니다. 나이트 코너는 적어도 50 개 이상의 x86 코어를 하나의 다이위에 집적하고 단일 칩으로는 처음으로 배정밀도 (double precision) 1 TFLOPS 연산 능력을 구현했습니다.  


 하지만 나이트 코너가 실제 출시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려 2012 년 11월 13일에서야 정식으로 기자 회견을 가지고 출시를 선언했습니다. 일단 먼저 출시되는 제품은 제온 파이 5110P 이며 이후에 3110 제품이 출시됩니다. P 는 패시브 쿨링의 약자라고 합니다.  


 제온 파이 5110P 는  

 60 개의 x86 코어와 코어당 4 개의 쓰레드 (즉 240 쓰레드)  
 1053 MHz 클럭
 PCIe X16 슬롯
 8 GB 메모리와 320 GB/s 메모리 대역폭
 패시브 쿨링
 2649 달러
 2013 년 1월 23일 출시 예정
 225W TDP  

 로 가격으로 봐서는 엔비디아의 K20 시리즈보다 약간 낮은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실제 성능도 1.011 TFLOPS (배정밀도) 로 K20 보다 약간 낮은 수준입니다. (K20 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http://blog.naver.com/jjy0501/100171576375  참조)  


 2013년 상반기에 출시될 제온 파이 3110 은 별도 쿨러를 가지고 있는데 TDP 가 300 W 로 PCIe 카드인 점을 생각해도 꽤 큰편입니다. 최대 1 TFLOPS 이상 속도를 가지고 6 GB 메모리와 240 GB/s 대역폭을 가지고 있는 이 카드는 2000 달러 이하로 출시된다고 합니다.  


 제온 파이의 구체적인 트랜지스터 집적도 및 다이 사이즈는 이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명확하지 않지만 61 개의 코어와 31 MB L2 캐쉬를 집적한 점으로 볼 때 22 nm 공정이라고 해도 매우 거대한 크기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온 Phi 의 다이샷   Source : intel ) 


 병렬 연산 능력 자체는 K20 보다 약간 떨어지지만 대신 인텔에게는 한가지 큰 장점이 있습니다. 발표 시기 전부터 인텔이 강조한 것은 기존의 x86 기반의 표준화된 단일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CPU 와 GPU 어플리케이션에서 다른 코드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 - 엔비디아의 CUDA 처럼 - 이 인텔이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입니다. 실제로 얼마나 간단한지는 아직 말하긴 힘들어도 말이죠.  


 일단 국내에서는 한국 과학 기술 정보원 (KISTI) 슈퍼컴퓨팅 센터가 이를 처음 적용한다고 알려졌으며 분자 동력학 (KMD) 데모를 시연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제온 파이는 기후 분석, 의료 영상, 에너지 개발, 제약 분야, 여러 과학 분야, 금융, 국가 안보 관련 연구 등 일반적인 HPC 영역에서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텔은 40 차 TOP 500 슈퍼컴퓨터의 75% 가 (379개)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했고 이미 인텔의 x86 프로세서가 아주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HPC 시장에서 인텔의 제온 파이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앞서 이야기 한데로 동일한 개발 환경과 언어가 제온 파이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인텔은 이를 위해 간단한 개방 표준을 위한 OpenMP 4.0, 포트란 컴파일러와 컴파일러 C/C++ 을 내년 초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HPC 분야의 성장과 더불어 이 분야에서 인텔과 엔비디아의 충돌은 사실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과연 누가 궁극적인 승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양자 대결 구도로 가게 될지는 두고보면 알겠죠. 다만 역시 이 분야에 출사표를 던진 AMD 의 모습은 현재까지 보이지 않습니다. 인텔과 엔비디아는 서로간에 꽤 의식하는 중이지만 AMD 는 거의 언급 자체도 없는 상황이네요. 과연 AMD 가 의도대로 이 시장에서 천하 삼분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역시도 흥미로운 주제라고 하겠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