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2010 년 초 당시 스마트폰 돌풍과 더불어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된 ARM 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서 잡설을 풀어본 적이 있었다. 그 후 2 년 이상이 지난 지금 상당히 많은 것들이 새롭게 추가되고 변했기 때문에 이에 이전 글에 연결해서 ARM 의 잡설을 더 진행해 보고자 한다. (이전글과 통일을 위해서 경어는 생략)
9. 안드로이드 그리고 iOS 의 확장
2010 년은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확산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초기에 아이폰 쇼크에 당한 여러 휴대폰 제조사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반격을 시작했는데 이 중에 가장 두각을 나타낸 OS 는 물론 안드로이드였다. 안드로이드는 나중에 iOS 는 물론 다른 모바일 OS 를 점유율에서 모두 추월하기에 이르는데 이미 그 조짐이 2010 년에 나타나고 있었다.
사실 안드로이드 OS 자체는 반드시 ARM 에서만 구동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안드로이드 OS 는 달빅 가상 머신 (DVM) 이라는 실행 가상 머신 상에서 앱을 구동시키는데 이렇게 하면 앱 구동 속도는 약간 느려지는 대신 x86 이나 ARM 같은 다양한 플랫폼에 중립적으로 작용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이미 모바일 영역의 대세가 된 ARM 은 물론 x86 아키텍처까지 노린 구글의 계획이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로고 )
하지만 2010 년에서 글을 쓰는 시점인 2012 년 하반기 까지 안드로이드야 말로 ARM 의 가능성을 가진 잘 살린 OS 라고 할 수 있으며 이와 함께 ARM 기반 AP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의 가능성을 확대시킨 것이 애플의 iOS 및 A 시리즈 AP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2012 년 3분기 쯤에 이르러서는 전체 스마트폰 마켓 쉐어의 75% 수준까지 점유율을 높였으며 같은 시기에 5억대의 기기가 활성화되고 하루 130 만개의 새로운 안드로이드 디바이스가 활성화될 만큼 급속히 보급되었다. 과거 일반 사용자들은 x86 CPU 가 장착된 윈도우 OS 를 이용해서 인터넷에 접속했지만 이젠 스마트폰이나 타블렛을 이용해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었다.
이점은 iOS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2012 년 6 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무려 4 억대에 달했으며 이 중 1 억대는 아이패드였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 OS 가 순식간에 시장을 장악했지만 타블렛에서는 2012 년까지는 아이패드의 위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저가 안드로이드 타블렛들이 여기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결과적으로는 ARM 기반 AP 들을 쓴 안드로이드 및 iOS 타블렛들이 급격히 보급되는 시대를 맞이했다.
2011 년이 되자 이와 같은 변화의 영향력은 과거 절대 흔들릴 것 같지 않은 MS 및 인텔에게도 전해지기 시작했다. 우선 2011 년 부터 MS 의 윈도우 제품군의 출하량은 과거 처럼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내지 않았다. 오히려 2011 년 상반기에는 소폭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기도 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를 긴장시켰다. 일부에서는 스티브 발머 CEO 가 위험하다는 이야기 까지 등장했었다. MS 는 이 변화를 빨리 감지했으며 곧 자신들이 위기라는 것을 인식했다. 그래서 MS 의 대응은 일단 신속했다.
10. 윈도우 8 과 윈도우 RT
2011 년초 마이크로소프트는 충격 발표를 했다. 그것은 스티브 발머 CEO 가 참가한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차기 윈도우를 ARM 기반 프로세서에서 구동하는 데모를 시연한 것이다. 이렇게 시연을 했다는 것은 사실 준비는 이전에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2011 1월 시연 영상)
사실 MS 가 x86 이외의 아키텍처에서 작동하는 윈도우를 선보였다는 것 자체는 처음도 아니고 놀랄만한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아예 다음 윈도우 버전을 x86 과 ARM 버전으로 나누어 출시한다는 것은 의미 심장한 이야기였다. 이미 MS 는 ARM 기반 AP 를 겨냥한 윈도우폰 OS 를 가지고 있었으나 미래 ARM 기반 AP와 기기들이 급속히 보급되는 시점에서 ARM 기반 AP 제품들을 외면해서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
전력대 성능비에서 ARM 기반 AP 들은 몇년 사이 급속한 발전을 이룩했다. 이에 반해 2010 년 타블렛 및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인텔의 도전은 실패를 -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 더 처참한 실패를 - 기록했다. 2010 년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아이패드와 그 뒤를 이어서 나온 안드로이드 스마트 패드들은 ARM 기반 기기들이 미래에는 단순히 스마트폰 같은 작은 핸드헬드 기기에만 머물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ARM 기반 AP 들은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사실 급속한 성능상의 진보를 통해 단순히 전력 대 성능비라는 관점에서만 인텔의 아톰 기반 AP 들을 견제한 것이 아니었다. 3D 성능등에 있어서는 사실 일부 ARM AP 들이 더 앞서나갔다.
이러한 시점에서 MS 는 빨리 타블렛 시장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ARM 기반 윈도우인 윈도우 RT (Windows RT) 의 탄생 배경이었다. 윈도우 RT 프로젝는 윈도우 8 과 같은 UI 를 가진 ARM 기반 기기에서 돌아갈 수 있는 OS 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OS 는 안드로이드 처럼 플랫폼에 중립이 아니었다. 즉 불행히 윈도우 RT 는 기존의 x86 어플리케이션은 사실상 구동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윈도우 RT 자체가 많이 보급된다면 이 문제는 극복될 수 있일 만한 성질이긴 했다. 아이패드도 처음부터 어플이 넘쳤던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윈도우 RT 가 먼저 널리 보급되어야 하는 어려운 선결과제가 있었다.
2012 년 10 월 윈도우 8 과 함께 공식 데뷔한 서피스 RT 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MS 의 대안이었다. ARM 기반 AP 를 쓴 타블렛에 최적화된 윈도우와 윈도우 제품은 이런 것이다는 점을 MS 는 서피스 RT 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글을 쓰는 2012 년 말 시점에서는 아직 윈도우 RT 의 성공 여부는 가늠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글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은 그것이 아니라 ARM 진영의 위상이 2012 년에 어느 정도인지 하는 것이다. 사실 x86 진영에서 가장 큰 성공을 이룩한 마이크로소프트 조차도 ARM 기반 AP 를 외면해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여길 만큼 ARM 진영은 급속한 성장을 이룩했다.
ARM 진영의 급성장을 이룩한 배경은 앞서 설명한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두 OS - 안드로이드와 iOS - 의 성공 이외에도 이전과는 다르게 상당히 진보된 성능을 가진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지금 생산되는 상당수 ARM 기반 프로세서들은 임베디드나 저성능 제품이 여전이 많다) ARM 기반 AP 들을 주요 회사에서 대량으로 생산한데도 있었다. 이들은 극도로 작고 저렴한 프로세서라는 ARM 의 특징을 다소 이어받기는 했지만 몇 년새 몰라볼 만큼 고성능화, 거대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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