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꽤 인기를 끌었던 콜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 2 에 보면 브라질 리우 데자네이루에서 슬럼가 전투 장면이 나온다. 파벨라 (favela) 라고 부르는 이 달동네는 브라질을 비롯한 여러 남미 국가에서 비슷한 형태를 찾을 수 있으며 현재 남미 국가들의 심각한 빈부 격차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오늘은 여기에 대해서 다소 장황하지만 상세한 설명을 해보기로 한다.
파벨라의 역사적 기원은 19세기말에 브라질 노예 해방 (1888년) 이후 갈 곳이 없는 해방 노예들 및 살곳이 없는 사람들이 슬럼가를 형성하면서 등장했다고 한다. 그 이후 1970년대에 브라질에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수많은 저소득층이 도시로 이주했고 살곳이 없었던 이들이 도시의 주변부나 고지대등 주거 조건이 좋지 않은 곳에 무허가 건물들을 지으면서 오늘날의 파벨라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사실 이런 현상은 우리에게도 아주 낮선 것은 아니다. 과거 우리 나라에도 달동네가 많이 존재했고 지금도 있기 때문이다.
(리우 데자네이루에서 가장 큰 파벨라인 호신야 (Rocinha) 파벨라. 인구 25만 정도로 추정된다.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chensiyuan)
그냥 달동네라고 하면 왠지 정겨운 느낌마져 든다. 위의 사진으로만 보면 여기도 사람사는 동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그런데 브라질의 파벨라가 다른 쪽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그 극단적인 빈부 격차와 범죄 때문이다. 브라질의 극단적 빈부 격차를 보여주는 사진이 있다.
위의 사진은 상파울루의 실제 지역으로 담하나를 경계로 무허가 판자촌인 파벨라와 베란다에 수영장을 갖춘 초호화 아파트가 같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아야 할 사실 가운데 하나는 브라질이란 나라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 처럼 빈국은 아니라는 점이다. 2010년 브라질의 1인당 GDP 는 10816 달러로 우리 나라의 절반 정도 수준이지만 총 GDP 는 2조 달러 규모로 우리나라의 2배이다. 2010년 GDP 성장율은 7.5 % 로 우리 보다 더 높은 수준이었으며 세계 7위의 경제 대국이다. (2010년 기준, 같은 연도에 한국은 15위) 10여년 후 미래에는 세계에서 5번째로 큰 경제 대국이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브라질의 주요 수출 품목인 석탄, 철광석, 원목 등 원자재 및 농작물 등의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며 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산업 국가인 브라질 경제를 부흥시키는데 아주 크게 기여하고 있다. 참고로 브라질은 호주와 더불어 세계 철광석의 20% 를 보유한 국가다.
브라질에서 제일 큰 기업인 Petrobras 는 2010년 포보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기업으로 작년에만 무려 210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업종은 석유 / 가스) (참고로 두번째로 큰 기업도 광업을 주종으로 하는 Vale 이다. 브라질에서 가장 큰 기업들은 대개 자원 및 금융관련 기업들이다. 브라질 3위와 5위의 기업은 금융 기업이고 4위는 식품/음료 업체다. )
그러나 최근에는 항공 산업 같은 기술 집약적인 산업에서도 성과를 올려 이미 브라질은 세계에서 미국와 EU 에 이은 3번째로 큰 항공기 생산 국가이다. 최근에는 자동차 및 전자기기에서도 수출을 늘리고 있다.
이렇듯 2002년경에는 IMF 로 부터 사상 최대의 지원을 받아야 했던 자원 부국 브라질은 세계 경제 성장으로 인한 원자재 및 식료품 가격 상승의 훈풍을 만나 크게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억 9천만 브라질 인구의 15.5 % 가 아직도 최저 생계비 미만의 극빈층 머무르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수출 기업들은 큰 호황을 누리며 새로운 부유층을 형성했지만 모두가 경제 성장의 결과를 나눈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리우 데자네이루에서 가장 큰 파벨라인 호신야 (Rocinha) 파벨라의 파노라마 사진. 브라질의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고층 빌딩 옆에 빈민층 거주 지역인 파벨라가 있다.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chensiyuan)
브라질 도시 빈민층의 상당수가 파벨라에 모여 살고 있는데 이곳이 특히 더 문제가 되는 이유는 범죄 때문이다. 특히 영화 및 게임등을 통해 리우 데자네이루의 파벨라에 대해서 소개 되면서 더 유명세를 탔다. 파벨라는 브라질의 대도시에서 다 볼 수 있지만 특히 유명한 것은 브라질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리오 데자네이루이다. 이 도시는 인구 600만의 대도시로 다른 남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범죄율이 높다.
1978 년에서 2000 년 사이 리오 데자네이루 에서 범죄로 사망한 사람은 무려 4만 9900명에 달한다. 이는 리오 전체 인구에 1% 에 약간 미달하는 정도다 (과거엔 인구가 더 적었음) 또 2006년 한해 동안 2273명이 범죄로 사망했다. 비록 범죄 천국인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에 비하면 양호하긴 하지만 우리 기준으로 보면 전쟁 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범죄로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그래도 최근엔 치안이 안정된 편이다.
특히 범죄가 문제가 되는 곳은 물론 파벨라이다. 파벨라는 다른 지역에 비해 특히 범죄율이 높으며 마악 갱단에 의해 실제적으로 지배되는 곳도 있다. 브라질 정부는 파벨라를 없애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지만 브라질의 빈부 격차는 쉽게 사라질 문제는 아니었다. 여기에다 파벨라의 무장 갱단들은 소총 및 RPG, 저격총 및 기관총등으로 중무장 하고 있어 경찰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상태였다.
위의 고해상도 사진은 2010 년 Complexo do Alemao 파벨라 침공 작전 당시 무장 갱단을 찍은 사진이다. 이들은 자동 소총과 RPG 는 물론이고 일부는 방탄복까지 갖춰 입은 상태였다.
결국 2000년대에는 범죄를 소탕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해병대와 육군, 무장 경찰로 구성된 중무장 병력을 파견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들은 장갑차와 헬기 등을 동원 파벨라의 무장 갱단 진압을 시도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니 아는 사람이 보더라도 이건 반군들에 대한 정부군의 전쟁 선포였다. 이미 전쟁이라고 불러도 좋은 수준의 무력 충돌이 도시 한가운데서 일어났다. 정부군은 마약 갱단이 지배하는 파벨라를 점령하고자 했기 때문에 이는 Favela invasion (파벨라 침공) 으로 불리워졌다.
(종군 기자 (?) 들이 방탄복이나 보호 장구도 없이 취재중. 안쪽에 있는 기자분은 한국인 같은데 ...)
(브라질 해병대의 AAV 가 파벨라의 골목길을 오르고 있다. )
(사제 저격 소총 ? 제식 저격 총이 아니라 사제 소총으로 보임. 물론 무장 갱단의 무기이며 옆에 보이는 건 마약 봉지로 추정. 파벨라 같은 지형에서는 저격수가 꽤 무서울 것으로 생각된다. )
참조 : 군경에 의해 사살된 무장 갱단원은 사진은 그냥 삭제 했음. 미성년자도 와서 볼 수 있고 혐오감을 줄 수있기 때문에 피흘리는 사람이나 시신이 있는 사진은 그냥 삭제했습니다.
심지어 2009년에는 갱단이 공격을 받고 (대공화기 ?) 경찰 헬기가 추락해 2명이 사망하는 일까지 있었다.
2010 년 리오 데자네이루에서는 하계 올림픽 및 월드컵 을 앞두고 대대적인 갱단 소탕 작전에 들어가 다시 한번 파벨라 들에 대한 침공 작전이 시작되었다.
(총격전 당시 택시에 명중한 총탄)
(갱단이 방화한 버스, 작전 중 딴곳으로 주의를 돌리기 위한 계획적인 방화)
이 장면은 약간 모던 워페어랑 비슷해 보인다.
(헬기, 장갑차등을 동원하여 Complexo do Alemão 파벨라를 침공하는 무장 경찰과 브라질 군)
이 전투 중 수십명이 사망하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는데 브라질 정부는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보다 강력한 갱단 박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래 사진은 2011년 6월 19일 다시 리오 데자네이루의 파벨라 침공에 나선 무장 경찰 및 해병대의 사진이다.
( 가장 충격적인 사진은 사실 이 파벨라를 점령 (?) 하고 난 이후 그 정상에 브라질 국기를 계양하는 모습이다. 거의 다른 나라를 무력 침공하고 승리를 기념하는 분위기 )
과거에 비해서 그래도 브라질의 경제 사정은 분명 호전된 상태다. 그리고 범죄율도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갈길은 멀고 마약 갱단의 힘은 죽지 않은 상태다. 최근에 영화와 게임으로 이 파벨라가 화제가 되자 황당하게도 이를 관광 상품으로 까지 개발하기도 했다. 물론 관광이 가능한 파벨라는 어느 정도 치안이 유지되는 곳이겠지만 그래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는 브라질의 어두운 면이다. 어느 사회에나 이런 어두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미래에는 이와 같은 참상을 영화나 게임에서만 볼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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