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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비하로 위기에 몰린 밋 롬니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밋 롬니가 최근 1분 정도 되는 저화질 동영상 녹화 기록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습니다. 이 동영상은 공화당 대선 자금을 지원한 거액 기부자들 사이에서 밋 롬니 후보가 47%의 미국인들은 정부에 의존하면서도 피해자로 생각한다, 이들은 정부가 건강보험, 음식, 집 등 모든 것을 제공해야 할 것으로 믿고 있다" 라고 하면서 이들이 소득세 (income tax) 를 내지 않으면서 혜택만을 바란다는 식으로 비하했습니다. 문제는 그 대상이 미국인의 절반이라는 사실이죠. 




(문제의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UBk7_Q0TsKA )


 이 발언은 마치 미국인들의 47% 는 세금을 내지 않는 것처럼 들리지만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2010 년 연방 세수의 41% 는 개인 소득세 (Individual Income Tax) 로 구성되지만 40% 는 급여세 (Payroll Tax) 로 구성되었습니다. 미국처럼 상품에 붙는 간접세는 낮고 직접세가 높은 나라에서는 어떻게든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떼간다는 것이죠. 


 즉 실제로 소득세나 급여세 처럼 사실상 수입에 붙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사람은 미국인구의 18.1% 이며 이 중 절반은 노인이고 1/3 정도는 연 소득 2 만 달러 이하인 저소득 층입니다. 뒤집어 이야기 하면 미국의 경제 활동 인구의 80% 이상이 어떻게든 자신의 소득 중 일부를 세금으로 낸다는 것이죠. 


 하지만 롬니가 소득세 이야기를 꺼낸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즉 롬니 본인은 물론이고 거액 기부를 한 백만 장자들은 소득세를 많이 내기 때문에 평소에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 소득세를 내지 않는 미국인은 46.4% 인데 사실 이들 중 상당수는 저소득층이 아니라 그냥 봉급 생활을 하는 중산층이고 소득의 일정 부분을 급여세 등으로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들이 상당수는 교육이나 행정등 국가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것 이외에 복지혜택에 기대어 사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사실과는 다르게 전체 미국인의 절반 가까이를 정부에서 보조금이나 혜택을 받으면서 세금은 내지 않는 층으로 비하한 셈이라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런 저런 복지에 들어가는 돈을 줄이고 세금을 낮춰서 궁극적으로 소득을 보전하고 싶어하는 솔직한 마음이 드러나 있는 듯 합니다. (롬니든 그 지지자들이든 간에)


 이 비디오가 어떻게 찍혔던 간에 롬니 후보 측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화질은 나빠도 롬니 본인이 맞다는 건 다 알 수 있을 정도고 롬니 후보도 이런 적절치 못한 발언을 한 것은 인정하는 분위기 입니다. 또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은 사실 맞는 말이다라고 이야기 하가도 합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이들이 공개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생각을 본래 품고 있었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죠. 일단 롬니가 표방하는 정책들이 이런 쪽을 향하고 있으니까요.  


 한편 최근에 점차 유리한 고지에 이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진영은 이 뜻하지 않은 횡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최소한 수백만표 이상을 오바마 진영으로 향하게 만들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결정적으로 대선 승리에 기여할 것인지는 물론 좀 더 두고봐야 알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뉴스를 듣고 드는 생각은 두가지 입니다. 첫번째는 이전에 조선일보 기사로 '봉급생활자 39% 는 세금 한푼 안내... ' 라는 기사가 있었는데 비슷한 뉘앙스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 참조 http://blog.naver.com/jjy0501/100147537471 ) 이전에 말한 대로 한국은 저소득 급여 생활자에 대해서 세금을 잘 내지 않는 영세 자영업자와의 형평성 때문에 과세를 가볍게 하고 있고 대신 간접세를 높게 매기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1000 원짜리 과자를 사도 100 원은 세금으로 내야 하는 특징상 봉급 생활자가 아니라 무직자라도 세금은 내야 하는 구조입니다. 특히 기름이나 특정 기호품에는 더 무거운 세금이 붙죠. 


 그럼에도 이런 사실을 외면하고 근로 소득세/ 종합 소득세를 내지 않는 사람은 세금을 내지 않는 것처럼 기사를 쓰면서 결론은 고소득자에 대해서 과세를 더하면 안된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증세가 옳고 그름을 떠나 사실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과세구조에 대해서 잘 모르면 진짜 그런 줄 알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신문 기사를 볼 때는 항상 주의가 필요합니다. (참고로 글쓴이는 근로 소득세를 부담할 뿐 아니라 사실 많이 내는 편에 속합니다.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말이죠. 만약 미국에 살았다면 소득 성향으론 공화당 지지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성향은 반대지만... )  


 두번째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롬니 후보는 우리 말고 누가 듣겠냐라는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직위가 높아질수록 듣는 귀도 많아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냥 일개 공화당원이 했다면 무시할 수 있는 발언도 공화당 대선 후보인 경우에는 아주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롬니 후보가 욕설을 하거나 음담패설을 한 것도 아니지만 많은 미국 시민들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큰 곤욕을 치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수백만 달러 이상을 써서 붙잡아야 할 표들이 상대방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롬니 후보는 이전에도 말실수로 인해 문제가 된 바 있었지만 이번에는 문제가 더 심각해 보입니다) 


 오늘날 처럼 인터넷, SNS 가 발달하고 스마트 폰등 동영상 녹화를 쉽게 할 수 있는 기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말은 특히 더 조심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보다 순화시켜 이야기 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롬니 후보가 만약 높은 세금 때문에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미국의 성장을 가로 막기 때문에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면 사실상 비슷한 내용이라도 지금처럼 문제되진 않았겠죠) 직위가 올라갈 수록 말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이점은 모두가 명심해야 할 이야기 인 듯 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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