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은 과학자들에게도 중요한 연구 대상일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천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크기가 매우 작고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를 직접 관측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대개는 블랙홀의 중력에 의한 간접 현상 - 예를 들어 동반하는 천체나 혹은 빨려들어가는 물질 - 의 존재를 통해 블랙홀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전에 블랙홀 관련 포스트에서도 설명했듯이 블랙홀은 만약 주변에 물질이 존재하면 강한 중력으로 이를 끌어당기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이 사상의 지평면 (Event Horizon) 안쪽으로 들어가면 빛을 포함한 모든 것이 다시는 나올 수 없게 됩니다.
(블랙홀 관련 포스트는 이전 http://blog.naver.com/jjy0501/100133444772 참조)
다만 블랙홀은 그 중력에 비해서 입구에 해당되는 사상의 지평면의 면적이 매우 좁습니다. 따라서 다량의 물질을 흡수할 경우 한꺼번에 다 삼키지 못하고 상당수는 사상의 지평면에 이르기 전에 다시 배출하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의 관측과 이론적 연구를 통해 블랙홀 주변으로 빨려들어가는 물질이 나선으로 회전하면서 안쪽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는 강착 원반 (Accretion disc) 라고 불리는 데 서로간의 마찰로 인해 매우 뜨겁게 가열된 가스가 빠르게 블랙홀 주변을 공전하고 있는 구조 입니다.
그리고 이 강착 원반에 수직해서 강력한 물질의 제트가 분사되는데 이는 강착 원반에서 나선으로 형성된 자기장의 영향으로 인해 생길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
(블랙홀, 강착 원반, 제트의 모식도 Source NASA )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게 분사되는 제트와 주변의 강착원반의 대략적인 모습이며 사실 블랙홀 자체는 관측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새로운 시도를 통해 강착 원반과 제트, 그리고 블랙홀 자체를 규명하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 근처에는 블랙홀이 없으며 저 멀리 은하 중심 블랙홀은 지구에서 관측하기 좋은 위치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대신 우리는 외부은하 중심에서 수많은 초거대 질량 블랙홀 (Supermassive Blackhole) 들을 찾아냈습니다. 이것들 가운데는 태양 질량의 수십억 배에 달하는 것도 존재합니다.
이런 거대 질량 블랙홀 가운데 하나는 M87 은하 중심 블랙홀 입니다. 대략 우리 은하에서 약 5000 만 광년 떨어진 이 은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60 억배가 넘는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생각됩니다. 이 블랙홀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아마도 명왕성의 궤도 반지름보다 더 클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럼에도 흡수하는 물질의 양에 비한다면 아주 좁은 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은하 중심 블랙홀로 끌려 들어가는 물질들은 거대한 강착 원반을 형성하며 이 장착 원반은 초고온으로 가열되어 X 선등 고온의 물질이 내놓는 전자기파를 방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위에서 설명한데로 강력한 제트를 강착 원반의 수직 방향으로 내놓게 되는 데 그 거대함 때문에 M87 은하 (이 은하는 적어도 태양 질량의 6조배 이상되는 질량을 지닌 E0p 은하임) 의 중심 블랙홀에서는 거의 5000 광년이나 되는 제트가 뿜어져 나오게 됩니다. 이 제트는 원자 보다 작은 아원자 물질로 구성되며 거의 광속으로 뿜어져 나옵니다.
(M87 은하의 중심 블랙홀 제트.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으로 멀리서도 이렇게 관측이 가능한 점으로도 거대함을 짐작할 수 있음 Source : NASA)
MIT 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과학자 팀은 이 은하 중심 블랙홀을 통해 지금까지 제한적으로만 알려졌던 블랙홀의 강착원반 및 제트의 구조를 탐사했습니다. 이는 사실 허블 우주 망원경을 비롯한 가시 및 적외선 영역 우주 망원경으로도 어려운 일이지만 이들에게는 새로운 탐사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세계의 강력한 전파 망원경을 한데 묶어 마치 하나의 큰 전파 망원경 처럼 작동하게 만드는 것으로 VLBI (Very-long-baseline interferometry ) 이라고 알려진 프로젝트입니다.
이 VLBI 의 하위 프로젝트로 Event Horizon Telescope (EHT) 가 존재하는데 허블 우주 망원경이 가시광 영역에서 관측할 수 있는 것보다 2000 배 더 정밀한 관측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EHT 에는 하와이, 애리조나, 캘리포니아에 있는 거대 전파 망원경들이 연합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더 많은 세계 각지의 전파 망원경이 힘을 합쳐 더 자세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들이 Science 에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이 M87 중심은하 블랙홀 주변 강착 원반의 가장 안쪽은 사상의 지평면의 약 5.5 배 정도 지름으로 생각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강착 원반은 블랙홀과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블랙홀 안으로 들어간 물질은 모든 특징이 파괴되지만 대신 블랙홀에 질량을 더해주면서 자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EHT 는 이제까지 가능하지 않았던 세밀한 관측을 통해 블랙홀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도는 강착 원반에서 발생하는 제트의 존재와 블랙홀의 회전 (spin) 을 연구했습니다. 연구진들은 앞으로 더 많은 망원경을 EHT 에 참가시켜 지금까지는 잘 알 수 없었던 강착 원반 안쪽과 제트의 발생 메카니즘을 자세히 규명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블랙홀 자체에 대한 연구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과학자들은 블랙홀의 사상의 지평면으로 떨어지는 물체를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 관측으로 확인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Sheperd S. Doeleman, Vincent L. Fish, David E. Schenck, Christopher Beaudoin, Ray Blundell, Geoffrey C. Bower, Avery E. Broderick, Richard Chamberlin, Robert Freund, Per Friberg, Mark A. Gurwell, Paul T. P. Ho, Mareki Honma, Makoto Inoue, Thomas P. Krichbaum, James Lamb, Abraham Loeb, Colin Lonsdale, Daniel P. Marrone, James M. Moran, Tomoaki Oyama, Richard Plambeck, Rurik A. Primiani, Alan E. E. Rogers, Daniel L. Smythe, Jason SooHoo, Peter Strittmatter, Remo P. J. Tilanus, Michael Titus, Jonathan Weintroub, Melvyn Wright, Ken H. Young, and Lucy Ziurys. Jet-Launching Structure Resolved Near the Supermassive Black Hole in M87. Science,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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