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UV (자외선) 시각을 가진 심해 게




 인간이 보는 가시광 (visible light) 는 대개 380 - 740 nm 정도 파장의 전자기파를 의미합니다. 전체 전자기파 가운데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이지만 사실 인간의 시력은 포유류 가운데서 우수한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 가운데는 인간이 보지 않는 범위의 파장을 볼 수 있게 진화한 것들도 많습니다. 


 이는 생존에 유리한 파장대로 시각이 진화한 경우로 많은 새들은 자외선 (UV  Ultraviolet, 대개 300 - 400 nm) 영역대를 식별할 수 있으며 이 영역대에서만 보이는 색깔을 가진 새들도 존재합니다.  이런 색깔은 새의 성별을 나타내거나 짝짓기 등에 사용되는 것도 있습니다. 즉 새의 깃털 색은 우리가 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죠. 또 곤충들 역시 화분을 모으고 수분을 할 수 있는 식물을 고르는데 자외선 영역대의 시각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곤충들의 시각은 인간만큼 좋지는 않지만 대신 인간이 볼 수 없는 파장대를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과학자들은 심해에 사는 게들 역시 이런 자외선 영역대의 시각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노바 사우스이스턴 대학 (Nova Southeastern Univ. ) 의 타마라 프랑크 (Tamara Frank) 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바하마 제도에서 깊이 500 - 1000 미터에 사는 갑각류들을 채취해 이들의 시력을 연구했습니다. 대개 이 깊이에서는 자외선은 말할 것도 없고 사실 태양 빛이 거의 있을 수가 없는 데도 이들이 눈이 퇴화되지 않고 시력을 지녔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지만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존재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소형 무인 잠수정들을 이용해서 심해에 사는 갑각류들을 조사했는데 여러 종의 갑각류들이 빛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와 같은 생물발광 (bioluminescence ) 자체는 보기 드문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내는 파란색에서 자외선 영역에 가까운 빛들은 사실 갑각류 본인들이 내는 것은 아니고 이 갑각류가 먹는 플랑크톤들이 내는 것입니다. 드물긴 하지만 이런 심해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생물 발광을 이용하는 동물들이 존재합니다. 


 연구자들은 이들이 채취한 두 종의 갑각류, (게 종류인  Eumunida picta ( λmax  = 363nm)Gastroptychus spinifer (λmax = 383nm)  ) 의 시력을 센서를 이용해서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푸른색과  UV 영역에 민감한 시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되었는데 이것들이 먹이를 찾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진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가설을 수립했습니다. 특히 이런 시력의 진화는 생물 발광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 깊이까지 들어오는 태양 빛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먹이가 내는 파란색 및 자외선을 보는 것입니다. 


 이들의 시력이 가장 민감해지는 영역은 바로 인간은 볼 수 없는 자외선 영역대라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데 인간으로 치면 거의 파란색과 자외선만 보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력은 가시광이 빛추는 지구 대기 중에서는 주변 사물을 보는데 불리하게 작용하겠지만 먹이를 찾는데만 사용한다면 굳이 다른 영역대의 파장을 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다른 영역 파장대의 빛은 여기서는 들어오지도, 누군가가 발광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연구자들은 이들이 어느 영역까지 볼 수 있고 얼마나 많은 심해 생물이 환경에 적응한 시력을 발전시켰는지 알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s:

  1. S. Johnsen, T. M. Frank, S. H. D. Haddock, E. A. Widder, C. G. Messing. Light and vision in the deep-sea benthos: I. Bioluminescence at 500-1000 m depth in the Bahamian Islands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12; 215 (19): 3335 DOI: 10.1242/jeb.072009

  2. T. M. Frank, S. Johnsen, T. W. Cronin. Light and vision in the deep-sea benthos: II. Vision in deep-sea crustaceans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12; 215 (19): 3344 DOI: 10.1242/jeb.072033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