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115 - 화성의 드라이 아이스 눈







 이제까지 화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직접 보지는 못한 것이 이산화탄소가 얼어서 생긴 드라이 아이스로 된 눈 (Dry Ice Snow) 입니다. 오래전부터 화성의 양 극지방에는 계절에 따라 크기가 변하는 극관 (polar ice cap) 이 있다는 것이 알려져 왔습니다.



 그 정체는 화성의 대기의 주요 성분인 이산화탄소와 일부 수증기가 얼어서 생긴 드라이아이스 및 얼음으로 이것들이 증발하거나, 먼지등으로 덮히거나, 다시 눈이 쌓이면서 다양한 지형을 형성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생각하기로 드라이 아이스는 물이 얼어서 되는 얼음과는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화성의 극지방에서는 지구와는 다른 특이한 기상 현상 - 예를 들어 드라이 아이스가 간헐천 처럼 먼지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현상  - 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온도가 오르면 일단 액체로 녹게 되는 물과는 달리 드라이아이스는 승화 (sublimition)  을 통해 바로 기체로 변하게 됩니다.







 (화성의 극지방에 있는 거대한 드라이 아이스의 극관  북극 (아래), 남극 (위). 거대한 드라이 아이스 빙하 위에 먼지가 쌓이고 다시 눈이 내리고 승화(sublimition) 하면서 독특한 무늬를 만든다.    Source : NASA )




 이 거대한 극관의 크기는 북극에서는 겨울철에 최대 지름 1000 km 에 달하는 것으로 보이며 두께는 평균 2 km 에 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피는 160 만 ㎦  으로 그린란드의 285 만 ㎦ 에 비해 작지만 그래도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드라이 아이스 형태로 잠자고 있습니다. 남극 역시 거의 비슷한 부피의 드라이 아이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와 같은 드라이 아이스는 여름철에는 그 크기가 감소하고 겨울에는 눈의 형태로 내리는 드라이 아이스와 또 지면에서 서리처럼 생겨나는 드라이 아이스 덕분에 다시 그 부피를 보충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드라이 아이스 얼음 빙하가 있는 극지방에 도달한 로버나 착륙선이 없기 때문에 실제 드라이 아이스로 된 눈이 내리는 것인지 아니면 드라이아이스가 직접 지표에서 생기는 것인지 그리고 가장 가능성 높게 둘다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최근 JPL 의 폴 헤인 (Paul Hayne) 과 그의 동료들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아마도 화성에 드라이 아이스의 눈이 내리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들은 MRO (Mars Reconnaissance Orbiter)  에 탑재된 Mars Climate Sounder 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이 기기는 가시광과 적외선 영역의 9 가지 파장에서 입자와 가스를 추적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이에 따르면 2006 년에서 2007 년 겨울 시즌에 화성의 남극에는 대략 500 km 지름의 높은 이산화탄소 구름이 지속적으로 형성되었으며 남극과 가까운 고위도 지역 (남위 70 - 80 도 선) 에는 이보다 작고 수명이 짧은 이산화탄소 구름들이 형성되었다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MRO 의 Mars Climate Sounder 가 본 화성 남극의 이산화탄소 구름. Observations by NASA's Mars Reconnaissance Orbiter have detected carbon-dioxide snow clouds on Mars and evidence of carbon-dioxide snow falling to the surface. (Credit: NASA/JPL-Caltech) )



 이들 이산화탄소 구름은 영하 125 도에서 드라이아이스 입자를 형성할 수 있으며 이 구름의 충분히 두껍고 큰데다 매우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드라이 아이스 입자들이 뭉처셔 눈과 비슷한 형태로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또 기기가 지평선을 향했을 때 적외선 파장 영역대에서 검출되는 드라이 아이스 입자가 지표까지 이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드라이 아이스 입자가 지표로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연구팀은 주장했습니다.



 드라이 아이스는 물과는 달리 얼면서 육각 결정을 형성하지는 않기 때문에 화성의 지표에 내리는 드라이 아이스 입자는 눈과는 사뭇 다른 양상일 것입니다. 또 충분히 기온이 낮으면 직접 화성의 대기가 드라이 아이스 형태로 바뀔 수 있습니다. 아마 이런 과정들을 포함해서 매년 1.5 - 2 m 정도 두께의 드라이 아이스 층이 새로 생겼다가 승화되었다가 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화성에 착륙한 랜더 중 가장 극지방에 가까이 간 것은 Mars Phoenix Lander 입니다. 다만 드라이 아이스의 눈이 내리는 것은 확인하지 못했고 랜더 자체도 통신 및 에너지 문제로 가까스로 미션을 마쳤을 뿐이라 아쉽게도 추가적인 정보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아무튼 미래에 실제 화성의 극지방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도 로버가 직접 가서 확인할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면 드라이 아이스에 의한 극지 기후가 어떤 독특한 지형과 환경을 만들어 내는지에 대해서 알게 될 날이 올 것이고 화성에 내리는 드라이 아이스의 눈이 지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입니다.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Martian_polar_ice_caps


http://www.jpl.nasa.gov/news/news.php?release=2012-286




Journal Reference:



Paul O. Hayne, David A. Paige, John T. Schofield, David M. Kass, Armin Kleinböhl, Nicholas G. Heavens, Daniel J. McCleese. Carbon dioxide snow clouds on Mars: South polar winter observations by the Mars Climate Sounder.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2012; 117 (E8) DOI: 10.1029/2011JE004040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