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연방 준비 제도 (Fed, 이하 연준) 가 QE3 (Quantitative easing 3) 라는 칼을 빼들었습니다. 지난 8월에서 9월초에 발표된 세계 각국의 경기 지표들은 점차 세계 경제가 침체로 들어서고 있다는 우려를 낳게 했으며 미국의 경우에는 서로 상반된 지표에도 불구하고 2013 년 재정 절벽 (fiscal cliff) 에 대한 우려와 이미 한도까지 이른 미 정부 부채로 인해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커지던 시점이었습니다.
일단 미국의 경우 2분기 성장률도 1.5% 수준으로 나쁘다고 하긴 어려워도 충분한 회복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공급관리자 협회 (ISM) 이 발표한 8월 제조업 지수가 49.6 으로 2009 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수치가 50 이하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지난 3 개월간 50 아래여서 우려를 증폭시키는 수치였습니다. 따라서 이 발표가 있은 후 QE3 에 필요성이 다시 거론되었습니다. 다만 소비 부분에서는 8월 소비지수가 74.3 을 기록해 올해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는 등 양호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대서양 건너 유럽의 상황은 올해 들어 점차 악화되는 모습으로 소비판매 지수가 11개월 연속으로 하락하고 유럽 경제를 받치는 독일조차 8월 경기 신뢰도 지수가 102.3 으로 4개월 연속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역내 불량국인 스페인이나 그리스 경제의 암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중국의 경우 2분기에 7.6% 로 성장률이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고 한국도 2.4 % 성장으로 1분기 대비해서도 점차 연간 성장률이 낮아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수출이 감소하면서 3분기 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아직은 부진한 미국 경제와 점차 성장률이 떨어지는 세계 경제에 더해서 미국의 국가 부채가 이전에 언급했듯이 16조 달러를 넘어선 것도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국가 부채가 증가한 것 자체도 문제지만 더 문제는 이제 2011 년 어렵게 협상을 통과시킨 부채 한도 16.4 조 달러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정부가 지출은 급격히 줄이고 세금을 늘릴 경우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가하는 재정 절벽이 나타날 가능성이 아주 높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재정 절벽 논란은 사실 2013 년이 아니라 이미 2012 년에 큰 이슈가 되가고 있고 이를 피하거나 적어도 그 충격 여파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재정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과 상당한 대립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QE3 에 대한 관측이 나왔는데 이것이 재정 절벽을 직접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아니지만 그로 인한 경제 충격을 완화시키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FOMC 이 열린 12 - 13 일 이후 벤 버냉키 연준 위장은 QE 3 라는 칼을 다시 뽑아들었지만 실행도 하기 전부터 QE3 에 대한 효과에 대한 의견이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아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연준이 QE1 을 시작한 2009 년 3월 18일 이후 1조 4500 억 달러의 규모의 채권을 사들였고 다시 경기 회복이 부진하자 QE2 를 시행하면서 (2010 년 11월 2일) 6000 억 달러를 추가로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이 당시에도 QE 에 대한 효과에 논쟁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후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대신 단기 국채를 팔아버리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Operation Twist) 를 2011 년 9월 22일 부터 시행해서 6 - 30 년 만기 국채 4000 억 달러를 매입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장기 금리를 낮춰서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촉진한다는 전략이었으나 큰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QE3 에 대한 부담심리로 인해 2012 년 6월 21일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연장해서 추가로 장기 국채 2670 억달러를 매입하고 단기 국채를 매각하기로 결정했죠. 그와 동시에 0 - 0.25 % 의 초저 금리를 2014 년까지 연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치들이 모두 경기를 회복하는데 충분치 않다고 판단되자 결국 연준은 QE3 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2012 년 9월 13일) 이는 매달 4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 채권인 주택담보부증권(MBS) 를 사들이는 것으로 이미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로 상들이는 450 억 달러를 포함 850 억 달러를 매달 사들이게 되며 언제까지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2015 년 중반까지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QE 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모두 기대한 만큼 성과를 거두었는지에 논란이 꽤 있었으며 QE3 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이미 시행도 하기전 회의 적인 시각과 그래도 유동성 공급은 필요하다는 입장이 대립 중에 있습니다. 아무튼 일단 하려면 너무 늦기전에 하는 것 보다 지금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과연 장기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생각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증시 부양 효과는 있겠지만 과연 이것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이 촉진된다라고 말하기는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당장에 다른 대안이 연준에게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가장 가능한 방법을 추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무튼 이로 인해 당장엔 유동성이 추가 공급되어 금, 원유 및 기타 원자재, 곡물가 인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가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규모가 아주 크다곤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효과는 아주 제한적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무튼 주가가 당장에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실제로 QE3 발표 직후에 세계 각국의 주가가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사실 QE3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미국의 재정 절벽과 정부 부채 한도 조정 문제라고 생각이 드는데 사실 이 문제에 대응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대선과 연결되어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다른 해법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는 꽤 미래가 불투명한 (사실 선거가 끝나도 2011 년의 사례에서 보듯이 합의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QE3 의 기능은 어쩌면 그 전에 미국 경제가 얼어 붙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누구도 QE3 를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곤 생각하지 않을 테니 말이죠.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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