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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뇌는 가축화 과정에서 작아졌나?

 


(The skull of a dog and the 3D model of the brain in it based on high-resolution CT-scanning. Credit: László Zsolt Garamszegi, Enikő Kubinyi, Kálmán Czeibert, Gergely Nagy, Tibor Csörgő, Niclas Kolm, Evolution of relative brain size in dogs—no effects of selection for breed function, litter size, or longevity, Evolution, Volume 77, Issue 7, July 2023, Pages 1591–1606, 10.1093/evolut/qpad063)



(The allometric relationship between brain and body size in canids. Points are species-specific estimates of bady mass and brain volumes observed in 25 canid species and the line defines the expected relationship between these based on the evolutionary model. The domesticated dog is highlighted with filled point (that shows the mean trait values across 11 ancient breeds). The data point for the common raccoon dog that is the only canid species that hibernates is labelled with its scientific name and shows that this species has the smallest brain size as expected from its body size. Credit: Laszlo Zsolt Garamszegi. Biology Letters (2024). DOI: 10.1098/rsbl.2024.0336)

가축화된 동물은 뇌가 작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기와 젖, 알, 가죽 등을 얻을 목적으로 키우다보니 온순하고 살이 많이 찌거나 혹은 원하는 물건을 많이 만드는 방향으로 선택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먹지 않는 부위인 뇌의 크기는 작은 쪽으로 선택이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동물이 가축화 과정에서 야생 친척에 비해 뇌가 작아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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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의 경우 키우는 목적상 다른 가축보다 훨씬 복잡한 일을 시키기 때문에 뇌가 크게 작아질 이유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영리한 개를 원하기 때문에 이런쪽으로도 계속 진화압이 가해져서 개의 뇌는 크게 작아지지 않았을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야생 개라고 할 수 있는 회색 늑대 (학명 Canis lupus)와 비교하면 가축화된 개 (학명 canis familiaris)는 사실 뇌가 작습니다. 따라서 개 역시 가축화 과정에서 사람의 보살핌에 삶을 많이 의존하면서 뇌의 크기가 작아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각에 반기를 드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헝가리와 스웨덴의 두 연구자 (László Zsolt Garamszegi from the Institute of Ecology and Botany, Center for Ecological Research, Hungary, and Niclas Kolm from the Department of Zoology, Stockholm University, Sweden)가 이끄는 연구팀은 개와 늑대만 비교한 것이 아니라 25종의 개과 동물을 비교해 신체 크기와 뇌의 상관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개과 동물에서 개의 뇌의 크기는 오히려 평균 수준에 수렴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진짜로 낮은 종은 너구리 (학명: Nyctereutes procyonoides)였습니다. 너구리는 개과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동면을 하는 동물로 이것이 뇌의 크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됩니다. 동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뇌의 크기를 줄여야 하는 진화압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동물의 뇌의 크기에 영향을 주는 인자는 여러 가지이며 가축화된 동물이라고 해서 반드시 뇌가 예외적으로 작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인간의 영리한 친구인 개가 사실 개과에서 특별히 뇌가 작거나 지능이 낮은 동물이 아니라는 점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8-domestication-smaller-brain-size-dogs.html

László Zsolt Garamszegi et al, The reduction in relative brain size in the domesticated dog is not an evolutionary singularity among the canids, Biology Letters (2024). DOI: 10.1098/rsbl.2024.0336 , royalsocietypublishing.org/doi … .1098/rsbl.2024.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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