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rasitic flatworm Haplorchis pumilio produces non-reproductive soldiers (left) which have much larger mouths than their reproductively capable colony-mates (center). The soldiers use their mouths to defend the colony by producing powerful blasts of suction to kill their enemies (right). Credit: Dan Metz)
기생충은 매우 복잡한 생활사를 지닌 경우가 많습니다. 먹이 사슬을 타고 여러 숙주를 이동하고 감염 확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여러 트릭을 사용하면서 숙주를 조종하는 등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고 캠퍼스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UC San Diego's 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의 과학자들은 사람에게도 감염되는 흡충류 (trematodes)가 유충 단계에서 개미나 벌, 흰개미처럼 생식력이 없는 병정 기생충을 만든다는 의외의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주혈흡충이나 간흡충 같이 사람에 기생하는 흡충류 역시 복잡한 생활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장흡충에 속하는 하플로키스 푸밀리오 (Haplorchis pumilio)의 생활사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플로키스는 우선 물속에 있는 달팽이에 감염된 후 여기서 유충이 무성생식을 통해 증식해 덩어리 같은 군집을 형성합니다. 이후 두 번째 중간 숙주인 물고기로 이동하고 최종적으로 물고기를 잡아먹은 사람이나 다른 온혈 척추동물을 종숙주로 삼습니다.
연구팀은 하플로키스의 제1 중간숙주인 민물 달팽이(Melanoides tuberculata) 안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일부 유충이 생식능력은 없고 몸길이도 0.5mm로 작은 대신 입은 다섯 배나 크다는 것입니다.
이 이상한 유충의 목적은 달팽이를 중간 숙주로 사용하는 다른 기생충의 유충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병정 기생충을 갖춘 덕분에 하플로키스는 다른 기생충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진화는 꽤 징그럽긴 하지만 동시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종의 사회적 기생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은 편형동물의 놀라운 진화입니다. 다만 사람에 감염될 수 있는 기생충인 만큼 우리에겐 박멸만이 답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7-biologists-human-infecting-parasite-sterile.html
Daniel C. G. Metz et al, The physical soldier caste of an invasive, human-infecting flatworm is morphologically extreme and obligately steril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4). DOI: 10.1073/pnas.240095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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