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ctron microscopy showing the parasitic Ca. Nha. antarcticus attached to its host, Hrr. lacusprofundi. Credit: Joshua N Hamm)
지구 생명체는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마도 가장 먼저 생긴 그룹인 고세균(archaea)과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세균, 그리고 세균에서 진화한 진핵생물이 그들입니다. 고세균은 섭씨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 온천이나 아니면 극저온 환경 등 과거 초기 지구의 환경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세균으로 가장 오래 전 생긴 생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무튼 이들은 고립된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독특한 대사 기능을 지닌 경우가 적지 않아 과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시드니 공대의 미생물학자인 얀 랴오 박사와 호주 미생물 및 감염 연구소의 라인 더긴 교수 (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UTS) microbiologists Dr. Yan Liao and Associate Professor Iain Duggin, from the Australian Institute of Microbiology and Infection)가 이끄는 연구팀은 영하 20도의 남극 호수에서 다른 고세균에 기생하는 고세균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생물의 몸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방식은 세균은 물론 진핵생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생존 전략입니다. 따라서 고세균에 기생하는 고세균도 충분이 있을 법 하지만, 사실 드물게 관찰됩니다. 연구팀은 매우 우연한 기회에 남극의 짠 호수인 딥 호수 (Deep lake)에 살고 있는 기생성 고세균을 발견했습니다. 남극에 무슨 호수냐고 하겠지만, 이 호수는 물이 매우 짜서 영하 20도에서도 얼어붙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극한 환경에 아주 작고 볼품없어 보이는 고세균인 칸디다투스 나노할로아케움 안타크티구스(Candidatus Nanohaloarchaeum antarcticus)이 살고 있습니다. 칸디다투스는 DPANN이라는 그룹의 고세균으로 다른 세균 표면에 붙어 살아갑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칸디다투스가 숙주인 할로루브룸 라쿠스프로푼디 (Halorubrum lacusprofundi) 안으로 아예 들어가 기생충처럼 영양분을 가로채고 증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사진)
칸디타투스는 완전히 기생 생활에 적응해 크기가 매우 작아졌으며 유전자의 숫자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필요한 대사의 대부분을 숙주에서 가로채면서 일어난 변화입니다. 이런 변화의 끝은 아마도 바이러스 같은 형태일 것입니다. 칸디타투스는 고세균에서도 이런 기생 전략이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하지만 고세균도 이렇게 진화할 수 있다면 혹시 사람 같은 진핵 생물에 감염되는 형태로 진화할 수 있는 건 아닐지 하는 생각도 드네요. 물론 극한 환경에서 주로 살아가는 생물이다보니 그런 경우보다는 같은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고세균에 기생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연구를 통해 그런 가능성이 있는 건 아닌지 검증하는 일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8-ancient-antarctic-microorganisms-aggressive-predators.html
Joshua N. Hamm et al, The parasitic lifestyle of an archaeal symbiont, Nature Communications (2024). DOI: 10.1038/s41467-024-49962-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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