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고대 미노아 및 미케네인의 기원이 밝혀지다.


(The Minoans were a literate Bronze Age civilization that flourished thousands of years ago (one woman shown dancing, in a fresco fragment that dates from 1600-1450 BCE). Credit: Wikipedia/Photo by Wolfgang Sauber is licensed under CC BY-SA 3.0)


 서구 문명의 가장 중요한 기원인 그리스 문명은 크레타섬의 미노아(미노스, Minoan) 문명과 함께 태동했습니다. 크레타 섬에서 기원전 2600년에서 1100년 사이 번성했던 미노아 문명은 자신만의 문자와 예술, 그리고 건축물을 남겼으며 나중에 등장한 그리스 본토 문명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미노아 문명 보다 조금 이후 시기에 그리스 본토에서 발전한 문명이 미케네 문명(Mycenaean)으로 기원전 1600년에서 1100년 사이 그리스와 에게해를 중심으로 크게 번성했다가 기원전 1100년경 파괴되어 그리스는 잠시간 암흑기에 들어서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복구된 그리스 문명이 우리에게 친숙한 고대 그리스 문명으로 아테네나 스파르타 모두 이 시기에 활약한 도시 국가들입니다. 


 미노아 문명과 미케네 문명의 기원 및 이 문명을 일군 사람들에 대한 연구는 19세기부터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여기에는 호머의 오딧세이와 일리아드 같은 문학 작품이 미친 영향도 상당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신화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그리스와 터키에서 많은 발굴 작업을 벌였고 결국 고대 그리스와 에게해 문명의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노아인과 미케네인의 기원에 대해서는 알기 힘들었습니다. 흔히 나오는 설명은 미케네인이 북부에서 남하에서 선주민을 정복하고 이곳에 미케네 문명을 일궜다는 것이지만, 과학적 근거는 부족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연구팀 (University of Washington, the Harvard Medical School and the Max Planck Institute for the Science of Human History)은 현대 터키 및 그리스인의 유전 정보와 당시 발굴된 고대인의 유해 19구에서 찾아낸 유해에서 복원한 DNA를 이용해서 고대인의 기원을 찾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이 고대 청동기인의 유전자는 현재 그리스인의 것과 유사하며 사실상 미노인과 미케네인의 유전자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상당히 유사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유전정보를 감안하면 유럽 북쪽 보다는 지금의 터키에서 살았던 고대 신석기 농부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현재 유럽인의 3가지 중요 기원 지역 중 하나가 바로 북부 유라시아 지역으로 최초의 농업이 발생한 문명 지대와 가까운 지역입니다.


 이번 연구는 미케네인이 외부에온 이민족이라는 과거의 가설을 반박하는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상식적인 결론 - 사실 가까이 있는 비슷한 민족이라는 것 - 을 보여준 셈입니다. 덜 드라마틱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멀리 있는 이민족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외부 문명을 받아들이기 편했을 것이고 때때로 미노아인이 미케네에 정착해서 살면서 그 문화가 전파되었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쪽이 더 현실성 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참고 

Iosif Lazaridis et al, Genetic origins of the Minoans and Mycenaeans, Nature (2017). DOI: 10.1038/nature23310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