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University of Queensland)
화려한 색상을 지닌 버섯은 먹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독버섯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독을 만드는 것도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는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독이 있다는 것을 포식자에게 알려 먹히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기껏 고생해서 독을 만들었는데, 포식자가 알지 못해 먹게 되면 먹히는 쪽이나 먹는 쪽이나 모두 곤란하기 때문이죠.
호주 퀸즐랜드 대학의 연구팀은 갯민숭 달팽이(sea slugs/nudibranchs)의 일종인 Gonibranchus splendidus (사진) 의 경고 메세지를 포식자들이 어떻게 해석하는지 조사했습니다. 이 갯민숭달팽이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위는 세 가지인데, 주변의 노란 테두리와 등에 있는 붉은 반점, 그리고 독특한 머리 장식 타은 부속지입니다.
생김새를 보면 붉은 색의 반점이 가장 강한 경고를 보내는 것 같지만, 의외로 물고기 포식자 (triggerfish Rhinecanthus aculeatus)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위는 노란 색 테두리라고 합니다. 아마도 이 부분은 인간과 색을 인지하는 능력이 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색을 구분하는 능력이 비교적 뛰어난 편입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갯민숭달팽이의 붉은 반점이 사실 개체마다 다른 반면 둥근 테두리 노란색의 패턴은 단순하고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포식자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같은 패턴이 더 유리할 것이기 때문에 경고 무늬는 서로 수렴하는 패턴이 있습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첫 인상과는 달리 노란색 테두리가 경고 무늬라는 점을 납득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는 동물에 눈에 비친 세상과 우리가 보는 세상의 차이를 설명하는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걸 보니 과거에 쓴 동물에 눈에 비친 세상이라는 포스트가 생각나네요.
참고
Anne E. Winters et al. Stabilizing selection on individual pattern elements of aposematic signal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017). DOI: 10.1098/rspb.2017.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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