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저장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면서 이제 어느 정도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데이터 저장 단위가 나노미터 크기까지 작아지면서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이제 분자 수준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미시세계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불러들이는 일은 만만치 않은 도전 과제입니다.
최근 맨체스터 대학의 연구팀은 분자 수준의 자기 기록을 남기는 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자기 이력 (magnetic hysteresis)이란 자기장을 가해서 하드디스크나 자기 테이프에 자성 기록을 남기는 방식인데, 이를 분자단위에서 가능하게 하려면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과거 기록은 -259 °C로 사실상 절대 영도에 가까워 액체 헬륨을 사용해서 일시적으로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맨체스터 연구팀이 보고한 온도는 -213 °C로 여전히 극저온이지만, 이전보다 많이 온도가 올라가 분자 자기 데이터 저장 기술의 상용화에 한 걸음 더가섰습니다. 데이터 기록밀도는 평방인치당 200Tb 혹은 25TB로 현재 하드디스크의 기록 밀도가 평방인치당 1Tb가 조금 넘는 점을 생각하면 하드디스크 기록 밀도를 100-200배로 늘릴 수 있는 셈입니다.
물론 실용화를 위해서는 더 온도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적어도 저렴한 냉각 수단인 액체 질소로 냉각할 수 있는 -196 °C의 벽을 돌파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단계까지 도달하면 액체 질소 냉각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에너지 및 비용 효과적인 분자 자기 저장 기술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당장에 사용화 가능한 기술은 아니지만, 현재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를 감안하면 언젠가는 분자 단위 데이터 저장기술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연 이 한계를 인간이 극복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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