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rpillar chewing on a leaf. Credit: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자연계에서 흥미로운 사실 가운데 하나는 다세포 생물 가운데 직접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초식 동물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신 이를 분해하는 공생 박테리아의 도움을 받아 이를 분해해 영양분을 섭취합니다. 이를 위해 소 같은 초식동물은 복잡하고 큰 소화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흰개미부터 거대한 코끼리까지 초식 동물에서는 거의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특징입니다. 하지만 항상 예외는 존재합니다.
콜로라도 대학의 연구팀은 나비목 (Lepidoptera)에 속하는 곤충의 애벌레 가운데 먹은 것을 거의 소화시키지 않고 배설하는 애벌레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작물을 갉아먹는 해충이 있기 때문에 특히 이 사실은 중요합니다. 연구팀은 박각시나방 Manduca sexta의 애벌레를 모델로 이들의 장내 세균에 대해서 연구했습니다.
인간의 경우 대변의 절반 이상이 세균일 정도로 장내 세균이 많습니다. 장내 미생물은 사실 우리 몸에 있는 세포보다 더 많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애벌레의 배설물에는 극히 적은 수의 미생물만이 존재했다고 합니다. 사람과 비교하면 5만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수준의 미생물만 존재했고 다양성도 극히 적어 열대우림과 사막 수준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나마 이들이 가진 미생물은 대부분 본래 먹던 잎에 살던 종류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연구팀은 이 애벌레가 단순히 미생물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높은 pH와 빠른 장내 이동속도, 단순한 장 구조를 지녀 미생물의 증식을 막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The high pH, simple gut structure, and fast transit times that typify caterpillar digestive physiology may prevent microbial colonization) 실제로 항생제를 이용해서 박테리아가 없는 애벌레를 만들었지만, 이들은 성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생기는 의문은 그렇다면 먹은 것의 일부만 소화시킬 수 있는데 왜 이런 이상한 방식을 진화시켰는지 입니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과 공존하는 것이 장점도 있지만, 그에 따른 단점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내 미생물을 목표로한 살충제나 식물의 화학성분에 취약해질 수 있고 복잡하고 큰 장을 만드는 것 역시 상당한 비용을 수반합니다. 마지막으로 공생 미생물이 종종 질병을 일으키곤 합니다.
이 연구는 생존 전략에 한 가지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우리의 삶이 그렇듯이 여러 가지 방식이 있고 모두 각자의 상황에서 정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참고
Caterpillars lack a resident gut microbiom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7). DOI: 10.1073/pnas.1707186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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