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642 - 시계 태엽 금성 로버를 고려하는 나사



(The Phase II concept for AREE features tank treads for locomotion and an internal wind turbine. There are several significant advantages to the tank design, besides just not tipping over quite as often. Since it’s vertically symmetrical, if it does flip over for some reason, it can keep on going. This is by no means the final design, and the JPL team is starting to look at wheels as well, since wheels may be more robust due to fewer moving parts. Image: NASA/JPL-Caltech)​


(An early concept image for the AREE featuring a legged design.   Image: ESA/J. Whatmore/NASA/JPL-Caltech )
 나사는 금성 표면에 로버를 보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금성 표면은 두꺼운 구름에 뒤덮혀 있고 무엇보다 섭씨 500도에 가까운 고온과 100기압에 달하는 높은 압력이 지배하는 장소라서 대개의 탐사선은 몇 시간 버티지 못하고 임무를 종료하게 됩니다. 나사는 이런 환경에서 장시간 움직이면서 표면의 정보를 수집해 지구로 전송할 로버를 개발하려는 것입니다.
                    ​http://blog.naver.com/jjy0501/220933737217
 이는 매우 기술적으로 어려운 도전임에 틀림없습니다. 기존의 전자 장치와 동력 장치로는 이런 고온 고압 환경에서 장시간 견디기 어렵습니다. 압력의 경우 심해에서도 작동이 가능한 무인 잠수정처럼 어떻게든 고압 환경에서 작동하는 장치를 만들 수 있지만, 이런 고온 환경에서 장시간 작동이 가능한 장치를 개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나사 제트 추진 연구소(JPL)의 연구팀은 상당히 급진적이면서 이전에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NASA Innovative Advanced Concepts (NIAC) 프로그램의 일부로 진행되는 극한 환경 자율 주행 로버 The Automaton Rover for Extreme Environments (AREE)에서 조나단 사우더 (Jonathan Sauder)가 이끄는 연구팀은 전기 모터 대신 기계적인 방법으로 움직이는 로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바람의 힘을 이용해서 시계 테엽과 비슷한 장치에 에너지를 기계적으로 저장한 후 로버를 이동시키는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더 기괴하게도 다리를 이용해서 움직이는 방법을 고려했으나 현재는 1차대전 당시의 탱크처럼 무한궤도를 이용한 좀 더 온건한 방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탱크형 로버는 내부에 수직으로 움직이는 풍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영상)


 이 방식은 영구적으로 에너지를 조달할수 있지만, 대신 바람이 불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더구나 움직이는 건 어떻게 되더라도 전기계통은 별도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문제는 있지만,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 같습니다. 이전에 나온 RTG를 이용한 스털링 엔진도 기발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정말 상상도 못했던 아이디어입니다. 최소한 전기 모터나 내연 기관과는 달리 온도에 구애받지 않고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획기적인 것 같습니다.


(AREE stores wind power in a composite clock spring, much like a pocket watch. The mechanical system shown above can measure the energy stored in the rover’s springs, and uses a clutch to deliver power to the locomotion system when enough has been stored up. If you only want the rover to run after a certain amount of time, or after other conditions have been met, mechanical logic gates can be added to incorporate the output of a clock, or other sensors. Image: Jonathan Sauder/NASA/JPL-Caltech )


 다만 실제로 이런 로버가 제작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앞으로 넘어야할 산이 많고 현재는 개념 연구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실제로 등장한다면 나사가 만든 가장 기상천외한 기계 가운데 하나로 등극할 듯 싶네요.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