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몸의 세포보다 더 많은 수의 장내 미생물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세균이기 때문에 크기가 작은 덕분이기는 하지만, 그 숫자가 적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습니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가 소화시킬 수 없는 물질을 소화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양분을 제공하거나 유해한 세균이 장내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이 여러 가지 질환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UC 데이비스의 안드레아스 바움러 교수(Andreas Bäumler, professor of medical microbiology and immunology at UC Davis Health)와 그의 동료들은 장내 미생물과 식이 섬유의 상관관계를 조사했습니다. 광고의 영향으로 인해서 장내 미생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유산균 같지만, 실제로는 본래 가지고 있던 장내 미생물과 먹는 음식이 장내 미생물 구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이 인간이 소화시키지 못하는 식이 섬유를 분해해서 짧은 사슬 지방산 (short chain fatty acid)를 만든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 짧은 사슬 지방산이 장내 환경에 영향을 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짧은 사슬 지방산이 대장 표면에 있는 세포에 위치한 PPAR-γ 시그널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시그널 패스웨이는 복잡하지만, 결론만 말하면 장내 미생물이 분해한 짧은 사슬 지방산이 대장 세포에 신호를 보내 산소 농도를 낮추는 쪽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산소가 별로 없는 환경 (혐기성 환경)에서 사는 장내 미생물에 유리한 조건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 살모넬라 같은 병원성 미생물이 쉽게 침투할 수 없는 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장내 미생물은 면역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이 어떻게 우리 몸을 지키는지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내 미생물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적절한 식이 섬유 섭취가 필요함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제 책인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에서 언급했지만, 한국인의 식이 섬유 섭취량은 권장량보다 낮을 뿐 아니라 점점 더 낮아지고 있습니다. 식생활 서구화는 물론이고 가공 식품 섭취가 자꾸만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깊습니다.
식이 섬유가 건강에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질병 예방은 물론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주는 만큼 적절한 섭취가 중요하겠습니다.
참고
"Microbiota-activated PPAR-γ-signaling inhibits dysbiotic Enterobacteriaceae expansion," Science (2017). science.sciencemag.org/cgi/doi … 1126/science.aam9949
https://medicalxpress.com/news/2017-08-dietary-fiber-intestines-health.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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