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직장 생활이나 학업은 말할 것도 없고 업무가 끝난 후에도 이어지는 만남이나 혹은 TV 시청, 웹서핑 등으로 인해서 과거보다 수면 시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수면의 질까지 떨어지면 상당히 피곤하게 마련인데,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들이 여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휴스턴 대학 검안학과(University of Houston College of Optometry)의 연구팀은 그 기전을 알아내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17세에서 42세 사이의 건강한 참가자 21명에게 디지털 기기에서 나오는 청색광 (blue light) 같이 짧은 파장의 빛을 차단할 수 있는 안경을 자기 전에 하루 3시간씩 쓰게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청색광 차단 안경(blue-blocking glasses)을 쓰고 2주간 디지털 기기들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이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연구의 리더인 리사 오스티린 박사(Dr. Lisa Ostrin)에 의하면 이들의 멜라토닌 수치는 최대 58%까지 증가했으며 멜라토닌을 복용하는 사람에게서도 증가가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LED 백라이트를 비롯해서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서 나오는 불빛이 멜라토닌의 생성을 감소시키는 것입니다. 동시에 참가자들의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 역시 향상되었습니다. 이는 멜라토닌 생성 증가와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멜라토닌 생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 태양광으로 밝기면에서 디지털 기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합니다. 따라서 과거 다른 디지털 기기나 지금같이 강한 불빛이 없던 시절에는 멜라토닌 생성이 주기적으로 일어났으나 현재처럼 낮에도 햇빛을 잘 보지 못하고 밤에도 강한 불빛에 노출되는 시대에는 과거 같은 주기적인 생성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특히 LED 등에서 나오는 청색광이 멜라토닌 생성 수용체인 intrinsically photosensitive retinal ganglion cells (ipRGCs)를 자극해 멜라토닌의 생성을 억제하며 장시간 이에 노출되면 이로 인한 수면 장애에 노출된다고 합니다. 디지털 기기의 상당수에서 청색광을 비롯한 짧은 파장이 빛이 나오는 점을 생각하면 타당성 있는 가설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이 현대인의 삶이기도 합니다. 비록 소규모 연구이긴 하지만 연구팀은 청색광 차단 안경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안경을 쓰고도 디지털 기기는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수명 장애의 치료에 효과가 있을지 검증하기 위해서는 더 대규모 임상 실험이 필요해보이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전에 청색광이 덜 나오는 기기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참고
Lisa A. Ostrin et al. Attenuation of short wavelengths alters sleep and the ipRGC pupil response, Ophthalmic and Physiological Optics (2017). DOI: 10.1111/opo.12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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