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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이야기 976 -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에는 인이 풍부하다?


 

(SwRI Lead Scientist Dr. Christopher Glein contributed to new findings that phosphorus in the form of orthophosphate (e.g., HPO42-) is likely abundant in the subsurface ocean of Saturn's moon Enceladus. A soda or alkaline ocean (containing NaHCO3 and/or Na2CO3) inside of Enceladus interacts geochemically with a rocky core. Modeling indicates that this interaction promotes the dissolution of phosphate minerals, making orthophosphate readily available to possible life in the ocean. Because phosphorus is an essential ingredient for life, this finding bolsters mounting evidence for habitability within this small Saturnian moon. Credit: Southwest Research Institute)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는 지름 500km에 불과한 작은 위성이지만, 과학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태양계에서 첫 번째로 간헐천 같은 수증기 분출이 관찰된 위성으로 내부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관측 결과와 이론적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엔셀라두스의 얼음 지각 아래 큰 바다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토성의 중력에 의한 조석 마찰이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에 엔셀라두스의 암석 핵에서는 지구 심해의 열수 분출공처럼 다양한 화학 물질과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곳에서 태양 에너지와 독립적인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물과 에너지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물질은 여러가지인데, 그 중 하나가 인 (phosphorus)입니다. 인은 RNA와 DNA의 주요 원소이자 ATP 같은 지구 생명의 에너지 기본 물질을 만드는 필수 원소입니다. 따라서 인이 없으면 지구와 비슷한 형태의 생명체가 생겨나기 어렵습니다.

사우스웨스트 연구소의 크리스토퍼 글레인 박사 (Southwest Research Institute's Dr. Christopher Glein)는 열역학 및 역학 모델링 (thermodynamic and kinetic modeling)을 통해서 엔셀라두스의 바다와 암석 핵의 상호 지질 화학적 작용을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직접 검출하지는 못했지만, 충분한 양의 인이 엔셀라두스의 바다에 녹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저널 PNAS에 발표했습니다.

물론 엔셀라두스의 바다에서 인에 의존하지 않는 지구와 다른 형태의 생명체가 생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지구와 비슷한 형태의 생명체가 우주에 드문 것이 아니라 흔한 형태라면 인 같은 미량 원소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다만 이 연구 결과는 이론적인 것으로 실제 엔셀라두스의 바다에 인이 풍부한지,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생명체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결국 직접 탐사선을 보내 확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당장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결국 인류는 유로파는 물론이고 엔셀라두스의 바다를 직접 탐사하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2-09-evidence-habitability-ocean-saturn-moon.html

"Abundant phosphorus expected for possible life in Enceladus's ocea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2). DOI: 10.1073/pnas.2201388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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