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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액의 진화 - 사실은 여러 번 발명됐다?



 (Petar Pajic, UB PhD student in biological sciences, prepares a saliva sample for separation and analysis. In the new study, the team used a gel electrophoresis technique to separate mucins from other proteins in the saliva of various mammals. Credit: Douglas Levere / University at Buffalo)



 끈적끈적한 점액은 사실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연의 발명품입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세포 표면을 감염과 물리적 충격에서 보호하고 윤활유 역할도 해주는 중요한 물질입니다. 하지만 포유류를 비롯한 척추동물에서 점액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버팔로 대학의 피터 파직 (Petar Pajic, UB PhD student in biological sciences)과 동료들은 49종의 포유류에서 점액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단백질인 침의 뮤신 (mucin) 생성 유전자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이 유전자들은 공통 조상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적어도 15번에 걸쳐 새로운 방법으로 진화한 것이었습니다. 



 뮤신 단백질은 PTS (proline, threonine, serine) 반복이라는 아미노산 배열 덕분에 핵심적인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미노산이 규칙적으로 반복될 수 있는 것은 각기 다른 과정을 거친 덕분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침 속에 있는 뮤신인 MUC10는 쥐에서 발견된 MUC7과는 다른 종류입니다. 포유류의 진화 과정에서 뮤신이 아닌 단백질에 PTS 반복이 추가되어 뮤신이 된 과정은 각 그룹에서 독립적으로 일어난 일로 생각됩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뮤신처럼 기본적인 단백질은 이미 오래전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을 것 같은데 의외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과학 연구는 그럴 것 같다는 생각보다 실제로 확인하고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 같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2-08-evolution-mucus-slime.html


Petar Pajic et al, A mechanism of gene evolution generating mucin function, Science Advances (2022). DOI: 10.1126/sciadv.abm8757. 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m8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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