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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은 현재의 대멸종과 비슷하다?



 (Credit: Curtin University)



 2억 5200만년 전 발생한 페름기 말 대멸종은 모든 멸종의 어머니라고 부를 만큼 엄청난 대규모의 멸종 사건이었습니다. 이 시기 이후 등장한 생물체는 이전과 많이 달랐기 때문에 이 때를 중생대와 고생대의 분기점으로 나눕니다. 하지만 사실 5060만년 정도 지속된 중생대 첫 번째 시기인 트라아이스기 말에도 상당한 수준의 멸종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시기의 멸종 원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론들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멸종 사건의 단골 가설인 화산 활동입니다. 이 시기에 대서양 가운데서 대규모의 해저 지각 생성과 화산 분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와 황화수소 (hydrogen sulfide)가 배출되어 해양 생명체는 물론 지구 생명체의 멸종을 불러왔다는 것입니다. 



 커튼 대학의 칼룸 피터 폭스 박사 (Calum Peter Fox, from the WA-Organic and Isotope Geochemistry Centre (WA-OIGC) in Curtin's School of Earth and Planetary Sciences)가 이끄는 연구팀은 영국 브리스톨 해엽 분지 (Bristol Channel Basin)에서 발굴한 미세 화석을 분석해 당시 있었던 대규모 해저 화산 활동이 어떻게 대멸종을 유발했는지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흥미롭게도 당시 지금과 유사한 상황이 펼쳐졌다는 증거가 나왔습니다. 



 2억 년 전 대규모 화산 분출로 인해 나온 이산화탄소는 지금처럼 해양 산성화와 지구 온난화를 유발했습니다. 이로 인한 기후 변화는 해양 생태계는 물론 육상 생태계에도 큰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동시에 해양 산성화로 인해 단단한 껍데기를 지닌 동물들의 성장이 크게 제약을 받으면서 먹이 사슬 전반에 영향을 미쳤고 이로 인해 대규모 멸종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현대에는 인간이 화석 연료를 사용하면서 배출한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비슷한 일을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지금과 그때가 다른 점은 독성이 강한 황화수소가 대량으로 배출되어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결과론적으로 우리가 적지 않은 양의 독성 물질과 오염 물질을 바다에 배출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것은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 때 일어났던 일을 지금 인류가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2-01-twin-triggers-triassic-era-extinction.html


https://en.wikipedia.org/wiki/Triassic%E2%80%93Jurassic_extinction_event


Calum P. Fox et al, Two-pronged kill mechanism at the end-Triassic mass extinction, Geology (2022). DOI: 10.1130/G49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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