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ots of mean ratios of measurements Bd/GL and SD/GL compared with size (GL) on horse (a) metacarpals and (b) metatarsals from archaeological sites (bars are mean ± standard deviation). Credit: DOI: 10.1002/oa.3038)
중세 시대 영화를 보면 강철 소재의 플레이트 아머로 무장한 기사가 커다란 말을 타고 기마 돌격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에게 친숙한 플레이트 아머는 중세 후기에서 르네상스 시기에 등장한 갑주로 그전에는 체인 메일이 주를 이뤘습니다. 말 역시 중세 시대에는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몽골 기병의 말 크기가 작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사실 중세 서양 말도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습니다.
영국 엑서터 대학의 헬레네 벤커트(Helene Benkert, from the University of Exeter)가 이끄는 연구팀은 서기 300년부터 1650년까지 171개 장소에서 발굴된 말 뼈를 분석해 시기별로 말, 특히 전투용 말의 크기를 비교했습니다. 말의 전체 크기를 추정할 수 있는 중족골 (metatarsal)과 중수골 (metacarpal, 사람에서는 손이지만, 말에서는 앞 발)를 비교하면 차이는 분명합니다. 말 크기는 로마 말기보다 중세 시기 중반에 조금 더 작아졌다가 이후 커졌지만, 모두 근세와 현대의 말보다 현저히 작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당시 기록과 뼈 크기를 대조해 중세 대부분의 시기에 말 키가 지금의 조랑말 (pony)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말의 크기를 측정하는 핸즈 (4인치, 대략 10cm) 단위 기록을 보면 중세 시기 말은 대개 어깨 높이가 14.2핸즈 (147cm) 이하로 현재의 포니의 기준에 맞는 수준이었습니다. 중세 영화에 등장하는 샤이어 말처럼 키가 1.7-1.9m 급 말은 사실 없었고 그보다 작은 15-16핸즈 말도 매우 드물었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입니다.
아마도 이 시기에는 작은 말이 더 키우기 편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처럼 곡물 사료를 마구 먹여 덩치 큰 말을 유지하는 것보다 작은 말이 사료 조달도 쉽고 이동하면서 풀 먹이기도 쉬웠을 것입니다. 말이 클수록 먹는 양도 비례해서 늘어났을테니까요. 무거운 플레이트 아머가 등장한 것도 사실 중세보다는 그 이후의 일이고 중세에는 사람도 지금보다 평균적으로 약간 작았기 때문에 말이 클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그렇다고 해도 영화나 사극에서 조랑말 타고 기마 돌격 하는 중세 기사를 보고 싶은 관객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쥐라기 공원에 나오는 깃털 없는 도마뱀 같은 공룡이 지금은 잘못된 고증이라고 해도 랩터 대신 뛰어다니는 타조를 보고 싶은 관객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2-01-medieval-warhorses-surprisingly-small-stature.html
Carly Ameen et al, In search of the 'great horse': A zooarchaeological assessment of horses from England (AD 300–1650), International Journal of Osteoarchaeology (2021). DOI: 10.1002/oa.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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