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ucture of Trimethylamine oxide (TMAO). Credit: public domain)
적색육 (red meat)은 돼지고기, 쇠고기 같은 포유류의 고기를 말하는 것으로 닭고기 같은 백색육이나 어류 같은 수산물과 구분하는 뜻으로 쓰입니다. 해산물 혹은 고기로 분류하는 우리와 다른 서구식 기준이지만, 실제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이 달라 의학적으로도 의미 있는 분류입니다. 적색육 자체가 건강에 해로운 건 아니지만, 다른 많은 음식처럼 많이 섭취할 경우 심혈관 질환이나 일부 암의 발생율을 높인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적색육에서 생성되는 물질인 TMAO (trimethylamine N-oxide, (CH3)3N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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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브랜드 클리닉의 스탠리 하젠 박사 (Stanley Hazen, MD, PhD, of Cleveland Clinic)가 이끄는 연구팀은 적색육에서 어떻게 TMAO가 생성되는지 그 기전을 연구했습니다. 이 과정에 장내 미생물이 관여한다는 사실은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전 포스트 참조. 참고로 같은 연구자에 의한 후속 연구)
클리브랜드 연구팀은 TMAO 대사에 관여하는 장내 미생물의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적색육에 포함된 L-카르니틴 (L-carnitine. 지방산을 미토콘드리아로 옮기는 데 필요한 효소로 동물성 단백질에 포함)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대사되 중간 단계인 γ-butyrobetaine (γBB)로 바뀝니다. 이후 다시 TMAO나 그 전구 물질인 TMA로 바뀌는데, 이 과정에 관여하는 미생물은 사실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사람 장내에서는 Emergencia timonensis라는 미생물이 주로 관여합니다.
연구팀이 3000명의 환자에서 얻은 데이터에 의하면 γ-butyrobetaine 수치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중대한 심혈관 질환 위험도와 연관이 있습니다. 따라서 과도한 적색육 섭취를 피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만약 그렇게 식습관을 바꾸기 힘들다면 장내 미생물 환경을 변화시키거나 대사를 차단하는 방법을 연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팀은 E. timonensis의 유전자 중 TMAO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gbu (gamma-butyrobetaine utilization) 클러스터를 분석해 4개의 유전자 (gbuA, gbuB, gbuC, gbuE)가 주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현재로써는 기전만 밝히는 단계이지만, 미래에는 유전자를 바꾸든지 아니면 장내 미생물을 바꾸는 방식을 통해 치료적인 접근도 가능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식이요법이 장내 미생물 환경을 바꾸는데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흔히 간과하는 문제 중 하나이지만, 사실 장내 미생물은 결국 우리가 먹는 음식물을 먹고 사는 미생물이기 때문에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그 구성이 상당이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채식 위주의 식단을 지닌 사람의 장내에는 E. timonensis나 γ-butyrobetaine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아마 한국 사람의 장내 환경을 보면 미국인보다 훨씬 낮은 수치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참고
https://medicalxpress.com/news/2021-12-red-meat-cardiovascular-disease.html
https://en.wikipedia.org/wiki/Trimethylamine_N-oxide
Stanley Hazen, The microbial gbu gene cluster links cardiovascular disease risk associated with red meat consumption to microbiota l-carnitine catabolism, Nature Microbiology (2021). DOI: 10.1038/s41564-021-01010-x. www.nature.com/articles/s41564-021-0101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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