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발견된 항생제인 리팜피신 (rifampicin, 혹은 리팜핀)은 반 세기 이상 결핵과 다른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널리 처방됐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약물은 대부분 이미 많은 연구가 되어 있어 그 효능과 부작용에 대해서 더 이상 밝힐 게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오래된 약물이라도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효능이 뒤늦게 발견되어 새로 주목 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오사카 시립대학 (Osaka City University)의 과학자들은 리팜피신이 동물 실험 모델에서 알츠하이머 같은 치매의 진행을 늦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뇌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치매를 유발하는 물질인 아밀로이드성 단백질 올리고머 (Amyloidogenic protein oligomer)의 생성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그 정확한 기전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아마도 염증을 억제하는 능력 덕분으로 생각됩니다. 연구팀은 2016년 이 사실을 확인한 후 뇌에 안전하게 리팜피신을 전달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연구했습니다.
리팜피신 자체는 결핵 치료제로 장기 처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6개월 이상 장기 복용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목적이 치매 예방이라면 10년, 20년 장기 복용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더구나 뇌는 인체에서 가장 잘 보호 받는 장기 중 하나로 약물이 쉽게 침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의 약물입니다. 리팜피신은 본래 지질에 잘 녹아 뇌의 장벽인 BBB를 잘 통과해 뇌수막염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먹는 방식으로 장기간 사용할 경우 부작용 우려가 있습니다. 그런데 리팜피신을 코에 뿌리는 경우 후각 신경을 통해 약물이 흡수되기 때문에 10 mg/kg/day 용량의 알약과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 0.081 mg/kg/day 정도의 스프레이만 있으면 됩니다. 장기간 사용한다면 현저히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셈입니다. 다만 이 약물이 실제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없다면 이것도 의미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연구팀은 리팜피신과 레스베라트롤 (resveratrol)이라는 파이토알렉신 계통의 물질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비강 스프레이를 만들어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에서 치매 예방 효과를 검증했습니다. 전임상 단계의 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연구팀은 Medilabo RFP라는 스핀 오프 기업을 설립하고 일본과 미국에서 임상 시험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런 형태의 예방적 치료제는 효과를 검증한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마 결과가 좋게 나온다 해도 5년, 10년 후의 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결과만 좋다면 약물도 매우 저렴하고 저농도에서는 큰 부작용도 없을 가능성이 높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약물이든 알츠하이머 같이 서서히 인간 존엄성을 파괴하는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면 적극 환영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science/dementia-nasal-spray-rifampicin-resveratrol-human-trials/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nins.2021.763476/f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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