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onavirus in culture. Credit: Dr Julian Druce VIDRL, Peter Doherty Institute for Infection and Immunity.)
호주의 멜버른 및 모나쉬 대학 (University of Melbourne and Monash University), 노던 병원 (Northern Hospital),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팀이 2022년 초 코로나 19 치료를 이용한 비강 스프레이 치료제의 임상 시험에 돌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 치료제에서 가장 독특한 부분은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라는 점이 아니라 항바이러스제가 아닌 헤파린이라는 사실입니다.
헤파린은 오래 전부터 사용된 항응고제로 피를 굳지 않게 하는 약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항바이러스 효과는 없는 약물입니다. 따라서 코로나 19 치료용 스프레이 제제에 주 효과 성분으로 헤파린을 쓴다는 것은 저 같은 의사들에게도 상당히 놀라운 일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당연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SARS-CoV-2가 코로 침투해 세포에 달라붙기 위해서는 세포를 보호하는 두꺼운 점액질을 통과해야 합니다. 더구나 이 점액은 계속해서 흘러내려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부착을 방해합니다. SARS-CoV-2 바이러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첫 단계로 코 세포 표면에 있는 헤파린 황산염에 부착합니다. 헤파린 황산염은 항응고제로 쓰이는 헤파린과 구조가 비슷하지만 사실 그 기능은 다릅니다.
헤파린 황산염 :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733620&cid=60266&categoryId=60266
아무튼 헤파린 스프레이를 한 번에 2회, 하루 3번 뿌리면 이 헤파린이 SARS-CoV-2와 결합해 바이러스가 세포 표면의 헤파린 황산염에 결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이 스프레이 치료제의 원리입니다. 연구팀은 헤파린의 역할이 디코이 (decoy)라고 설명했습니다. 군용기가 미사일 추적을 피하기 위해 뿌리는 디코이처럼 바이러스가 세포가 아닌 엉뚱한 헤파린에 결합해 무력화되는 것입니다.
헤파린 자체는 점막이나 먹어서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피가 멈추지 않는 부작용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상처가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부분을 포함해 부작용을 임상 시험을 통해 밝혀내야 합니다. 물론 진짜 효과가 있는지도 알아내야 하겠죠.
연구팀은 헤파린이 바이러스 증식을 초기에 억제해 코로나 19의 진행을 막는 것은 물론 바이러스 전파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헤파린 자체는 매우 쉽게 구할 수 있는 약물이고 저렴하기 때문에 코로나 19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헤파린은 이미 중증 코로나 19 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미 국립 의료원 (NIH)에서는 임신하지 않은 코로나 19 입원 환자에서 예방적 항응고제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Hospitalized nonpregnant adults with COVID-19 should receive prophylactic dose anticoagulation (AIII))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2432370784
이미 헤파린이 코로나 19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인데, 이번에는 치료 자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medicalxpress.com/news/2021-12-nasal-covid-clinical-trial.html
https://newatlas.com/health-wellbeing/nasal-spray-heparin-coronavirus-infection-clinical-trial/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