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공룡은 알에서 부화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A photo of a hatchling Protoceratops andrewsi fossil from the Gobi Desert Ukhaa Tolgod, Mongolia. Credit: © AMNH/M. Ellison)


 공룡은 고생물학 역사상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진 동물이지만, 동시에 아직도 많은 미스터리가 남아있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조류로 진화한 것을 제외하면 척추동물의 주요 그룹 가운데 멸종된 보기 드문 그룹이기도 합니다. 당시 파충류, 조류, 포유류, 양서류는 살아남았는데, 중생대 가장 큰 번영을 누렸던 공룡이 자취를 감췄다는 점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공룡이 부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그 해답 중 하나를 제시할지도 모릅니다.


 오랜 세월 공룡 연구자들은 공룡이 얼마나 알에서 빨리 부화하는지, 그리고 공룡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자라나는지를 가지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이는 공룡이 악어나 도마뱀 같은 파충류에 가까운 그룹인지, 아니면 조류에 더 가까운 그룹인지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그레고리 에릭슨 (Gregory Erickson)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근연종과의 추정으로밖에 설명하기 어려웠던 문제에 대한 단서를 제시했습니다. 그것은 공룡의 알이 부화까지 걸리는 시간이죠. 


 사실 가까운 근연종 없이 멸종한 동물이 알에서 깨어나는 시간을 알아낸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연구팀은 운좋게 매우 잘 보존된 프로토케라톱스 (Protoceratops)와 히파크로사우루스(Hypacrosaurus)의 배아(embryo)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전자는 양만한 크기의 소형 공룡으로 알크기가 194g에 불과한 반면 후자는 4kg에 달하는 큰 알을 가진 중형 공룡입니다. 


 연구팀은 이 배아 화석을 고해상도 CT 스캔으로 조사하는 한편 이빨 화석을 몇 개 추출해 이를 특수 현미경으로 상세하게 관찰했습니다. 화석에서 드러난 미세한 성장선 (사진)을 근거로 연구팀은 공룡이 알에서 부화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과거 생각보다 두 배 정도 긴 3~6개월 정도라고 추정했습니다. 


(Daily growth lines in the dentine of an embryonic tooth of Hypacrosaurus. Credit: © G.M. Erickson)


 구체적으로 작은 공룡은 3개월, 큰 공룡은 6개월이 걸린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조류보다 훨씬 길며 다른 파충류에 가까운 기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더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부화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공룡이 위기 상황에서는 취약해질 수 있는 약점입니다. 


 일단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 사이 포식자에게 노출될 가능성도 높으며 어미가 알을 보호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문제는 아마도 혜성 혹은 소행성 충돌 같은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할 경우 생존 가능성을 더 낮췄을 것입니다. 빠르게 크고 빠르게 부화하는 조류가 이런 상황에서 더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물론 이것이 비조류 공룡만 멸종한 이유를 다 설명하지 않습니다. 왜 악어류나 거북류, 도마뱀류, 양서류는 같이 멸종하지 않았을까요? 부화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알은 분명 약점인데 공룡은 어떻게 이 약점을 극복하고 중생대를 지배한 생물이 되었을까요? 이 연구는 모든 의문을 해소하기 보다는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참고 


Dinosaur incubation periods directly determined from growth-line counts in embryonic teeth show reptilian-grade development, PNAS, www.pnas.org/cgi/doi/10.1073/pnas.1613716114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