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est strip is compared with a colour chart that indicates the degree of ketonuria. Bayer Ketostix reagent strips. Source: wikipedia/public domain )
앞서 소개했던 케톤증(ketosis) 관련 포스트에 이어지는 내용으로 장기간의 케톤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설명해 보겠습니다. 사실 이 내용은 제가 출간한 책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 에서 빠진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너무 두껍거나 전문적인 내용은 독자들에게 읽히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독자는 정해져 있는 만큼 책을 더 두껍게 구성할 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책 소개
케톤증은 에너지 대사의 기본 물질인 포도당 대신 케톤체(Ketone body)라는 산성 물질이 생성되는 상황입니다. 탄수화물 섭취는 매우 적고 지방 섭취가 많을 때 생길 수 있는데, 하루 50~100g 정도의 탄수화물로도 케톤증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정상인에서는 보기 힘든 질환입니다. 다만 당뇨환자에서 생기는 당뇨성 케토산증(DKA)나 알콜 중독자에서 생기는 알콜성 대사산증 (AKA)는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소면으로 케톤체가 나올 뿐 아니라 호흡을 통해서도 아세톤 냄새가 날 수 있는데, 이 정도 되면 의식을 잃고 생명이 위험해지는 심한 케톤증이 생긴 것입니다.
아무튼 대사성 산증(metabolic acidosis)을 일으키는 만큼 보통 케톤증은 피해야할 상황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치료 목적으로 케톤증을 유발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케톤 생성 식단 (ketogenic diet, KD)가 그것입니다.
우연히 금식을 하면 소아 뇌전증(epilepsy, 과거 간질이라고 불렸지만,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서 이름을 뇌전증으로 변경했음)이 호전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20세기 초반 케톤 생성 식단을 이용한 뇌전증 치료가 한 때 유행했습니다. 그 기전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은 복잡하지만, 포도당 대신 케톤체가 뇌에서 사용되면서 여러 기전을 통해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에는 뇌전증에 사용할 수 있는 약이 두 가지 뿐 (bromide와 phenobarbital)인데다 사실 약 자체의 부작용도 있고 치료가 잘 되는편이 아니라서 1938년에 페니토인 (Phenytoin) 같은 새로운 약물이 하나씩 나오자 사라지게 됩니다. 일단 케톤 생성 식단 자체가 사람이 먹기 편한 음식이 아니고 여러 부작용되 동반하기 때문에 이걸 감수하면서 장기간 먹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케톤 생성 식단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1990년대입니다.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소규모로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소아 뇌전증의 치료로 시도했던 것이 언론 매체에 보도되면서 주목을 끌었던 것입니다. 이후 몇 가지 약물을 통한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반복적인 소아 뇌전증 치료에서 케톤 생성 식단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초기 등장했던 고전적인 (classical) 케톤 생성 식단은 지방과 다른 영양소의 비율을 4:1 이나 3:1으로 맞추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이 있어 단백질은 어느 정도 비율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지방 75%, 단백질 20%, 탄수화물 5% 식으로 당질 기아를 유지하면서 다른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케톤 생성 식단 하나만으로도 부작용이 적지 않은데 다른 필수 영양소까지 부족해지면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어 고전적인 케톤 생성 식단 이외에 중간 사슬 중성 지방 MCT (Medium-chain triglycerides) 을 포함하는 MCT 케톤 생성 식단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보통 섭취하는 긴사실 중성지방 (long-chain triglycerides (LCT))에 비해 MCT가 케톤체를 더 잘 생성하기 때문에 지방의 비율을 낮춰 탄수화물의 양을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케톤증에 대한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닌데다 MCT 기름을 상당량 먹으면 소화 장애를 일으켜 그렇게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아닙니다.
또 다른 변형은 고지방 다이어트 식단인 엣킨스 식단을 변형한 modified Atkins 다이어트로 역시 지방 비중을 줄이고 탄수화물 단백질 비중을 늘린 식단인데, 케톤 생성 식단을 시작할때나 혹은 증상이 조절될 때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와 같은 케톤 생성 식단은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에 의해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하며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심하거나 혹은 어느정도 조절되면 중단해야 합니다. 너무 길게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기서 대표적인 부작용에 대해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장기간 치료적 목적으로 케톤 생성 식이를 하는 소아들은 성장이 정체되거나 혹은 성장 자체를 멈추게 됩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사성 산증 자체가 뼈의 칼슘 침착을 방해하는 것도 원인입니다. 다시 말해 칼슘이 뼈로 가지 않고 혈액에 고농도의 칼슘이 존재합니다. 이것이 소변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결정을 이루면 신장 결석이 생기는 것이죠. 이것도 문제지만, 뼈가 약해지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사실 케톤 생성 식이를 해서 뇌전증 자체가 완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케톤 생성 식이는 적당한 선에서 종료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행히 뇌전증 발작이 항상 심한 것은 아닐 수 있으므로 증상이 호전되면 정상 식이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장기간 케톤 생성 식이를 할 경우 치료가 가능한 최소 수준의 케톤증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사진에서 보는 것 같은 소변 내 케톤 농도 측정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조절하게 됩니다. (물론 부작용을 제외하고 생각해도 오래 먹기 힘든 식단이기도 합니다. 기름지게 먹는 서양인도 75% 지방을 몇 년간 먹어야 한다면 견디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복합 약물요법으로도 치료되지 않는 소아 뇌전증에 대해서만 케톤 생성 식이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성인에서는 아직 어떠한 경우에도 치료 방법으로 확립되지 않았지만, 성인에서 다른 신경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소규모 연구들이 있어 더 연구는 필요합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한 사람이 케톤 생성 식이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 증상이나 질병이 없는 사람이 소변 검사로 혈중 케톤체 농도를 측정해가면서 변비에서 이상지혈증, 무월경 등 다양한 부작용 - 흥미롭게도 체중 감소가 그 중 하나인데, 아마도 일반인에서 케톤 식단을 시도하는 가장 흔한 이유일 것입니다 - 을 감수하면서 먹는다는 건 사실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훨씬 안전하고 검증된 저열량 식단이 많은 걸 생각하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건강에 해를 주지 않는 저열량식의 경우 체중이 조금씩 빠지기 때문에 효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결국 케톤 생성 식단 같은 정상적이지 않은 식단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운데다, 만약 참고 오래 먹으면 이상 지혈증에서 무월경까지 매우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권장하기 어려운 방법입니다.
사실 매우 특수한 경우에 사용되는 식이라 해당 분야의 의사가 아니라면 의사에게도 생소한 것이 케톤 생성 식이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장기간 유지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장기간 유지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누가 좋다고 이야기해도 집에서는 따라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먹는 보통 식사가 훨씬 건강한 음식이고 몸에 좋습니다. 제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냥 밥 잘먹는게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Reference.
1. Freeman JM, Kossoff EH, Hartman AL (Mar 2007). "The ketogenic diet: one decade later". Pediatrics. 119 (3): 535–43. doi:10.1542/peds.2006-2447.
2. Levy RG, Cooper PN, Giri P (Mar 2012). "Ketogenic diet and other dietary treatments for epilepsy". Cochrane Database Syst Rev. 3: CD001903. doi:10.1002/14651858.CD001903.pub2.
3. Liu YM (Nov 2008). "Medium-chain triglyceride (MCT) ketogenic therapy". Epilepsia. 49 (Suppl 8): 33–6. doi:10.1111/j.1528-1167.2008.01830.x. P
4. Kim DY, Rho JM (Mar 2008). "The ketogenic diet and epilepsy". Curr Opin Clin Nutr Metab Care. 11 (2): 113–20. doi:10.1097/MCO.0b013e3282f44c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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