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제가 낸 책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 에서 다뤘던 내용을 잠시 소개해 보겠습니다. 아마도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정말 지방을 많이 먹으면 살이 빠질까하고 의문을 품으신 분도 있을 것이고 나는 주변에서 그렇게 해서 체중을 줄인 사람도 봤다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저처럼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왜 그런지 여기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지금 설명하는 내용은 책에 있는 부분을 일부 풀어서 설며한 것입니다.
비만이 심각한 보건 문제가 되면서 이를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습니다. 당연히 식이요법은 비만 치료의 핵심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반적인 비만 치료에서 약물 요법이나 운동 요법 단독으로 만족할만한 치료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보통 식이요법/운동요법, 그리고 필요시 약물 요법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심각한 비만의 경우 수술적 치료가 고려될 수 있으나 득실을 따져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비만의 원인이 섭취하는 에너지가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많아서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론입니다.
통상적인 식이요법은 당연히 열량 제한식입니다. 하루 섭취열량에서 500~1000 kcal 정도를 줄이는 열량 제한식을 하는 경우 체중 감량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적게 먹으니까 살이 빠진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적게 먹고 계속 버티게 할 것인가입니다. 본인의 의지만으로 되면 사실 비만은 별로 심각하지 않은 문제일 것입니다.
이미 비만이 있는 경우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비만이 되는 이유는 비만이 되는 생활 습관과 더불어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열량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내분비 계통의 변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생활 습관과 식습관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축적된 지방을 줄이기 위해서 저열량식을 장기간 유지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과거 주로 시도되던 저지방 열량 제한식은 열량이 높은 지방을 줄이므로써 먹는 양 자체를 줄이지 않고 열량을 비교적 쉽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000년에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16개의 임상 시험 (총 1910명, 2~12개월 간)을 분석해서 저지방 식이요법이 일반 식이보다 우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Low-fat intervention groups showed a greater weight loss than control groups (3.2 kg, 95% confidence interval 1.9-4.5 kg; P < 0.0001), and a greater reduction in energy intake (1 138 kJ/day, 95% confidence interval 564-1712 kJ/day, P = 0.002)) (1)
이 연구에서는 전체 열량 소비에서 지방 비율을 10% 감소시키면 6개월간 2.9kg 정도 체중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들에서 지방 섭취를 줄인 만큼 탄수화물 섭취를 늘렸기 때문에 이는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이요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반대로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이 초기에 체중감량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 물론 열량을 제한한 상태에서 고지방 식이요법을 진행하기 때문에 평소 먹던 식사에 비해서 상당히 줄어든 양을 먹게 되지만, 초기에는 저지방 열량 제한식보다 체중 감량 효과도 크고 혈중 지질 분포도 더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연구는 2000년대 초반 등장했는데, 아마도 이것이 돌고돌아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 다음 연구 결과는 잘 모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후 등장한 연구 결과에서는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이상 장기간에 걸친 열량 제한식에서 고지방식이 저지방식에 비해 우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2009년 811명의 비만 피험자를 대상으로 2년간 진행한 연구에서는 탄수화물의 양을 35~65%, 지방의 양을 20~40%로 바꿔가면서 열량제한식을 테스트한 결과 체중을 줄이는 중요한 원인인 열량 제한이지 탄수화물이나 지방의 비율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
사실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렇게 오래 논쟁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약간 이상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지방을 먹든 탄수화물을 먹던 체내에서는 결국 지방의 형태로 남는 에너지를 저장합니다. 따라서 먹는 걸 줄여야 체중이 줄어들지 지방을 많이 먹거나 먹지 않는다고 체중이 줄어들지는 않는 것입니다.
2012년 대한 비만 학회 비만치료 지침에서는 “당질과 지방의 비율보다는 주요 열량공급원인 이들 영양소의 총섭취를 조절하여 열량 섭취를 줄이는 데 일차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권고했습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당연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고지방 열량 제한식이의 경우 초기에 체중 감량 효과가 저지방 열량 식이보다 높은 편인데, 이는 그만큼 고지방 식이가 우리가 평소 먹던 식이와 달라서 신체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보통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단기간에 체중이 빠지는 걸 원하기 때문에 고지방 다이어트가 인기를 끌었던 것도 그럴만한 이유는 있습니다.
그러나 평소 먹던 것과 상당히 다른 식사를 오래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탄수화물이 주식인 한국인의 경우 잠시간의 체중 감소에 만족한 후 일반적인 식사로 돌아와서 본래 체중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풀어서 설명해도 앞으로도 계속 독특한 다이어트 요법은 유행할 것입니다. 비만이 쉽게 치료가 되지 않고 그 유병률이 계속 증가중에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쉽게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유혹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체중을 줄일 수 있다면 왜 비만의 유병률이 높아지는지 의문을 품는 게 정상입니다. 특히 이런 이상한 식이 요법이 널리 시도되는 미국이 비만 대국이라는 사실을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Reference
1. Astrup A, Grunwald GK, Melanson EL, Saris WH, Hill JO. The role of low-fat diets in body weight control: a meta-analysis of ad libitum dietary intervention studies. Int J Obes Relat Metab Disord. 2000 Dec;24(12):1545-52.
2. Foster GD, Wyatt HR, Hill JO, McGuckin BG, Brill C, Mohammed BS, Szapary PO, Rader DJ, Edman JS, Klein S. A randomized trial of a low-carbohydrate diet for obesity. N Engl J Med. 2003 May 22;348(21):2082-90.
3. S acks FM, Bray GA, Carey VJ, Smith SR, Ryan DH, Anton SD, McManus K, Champagne CM,
Bishop LM, Laranjo N. 2009. Comparison of weight-loss diets with different compositions of
fat, protein, and carbohydrates. New Engl J Med 2009;360:859-73.
잘읽었습니다! 매우 유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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