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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수화물 고단백 식이가 사망률을 높인다?



  블로그를 통해서 소개드린 것처럼 제가 책을 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모든 사람이 읽어봐야 하는 필독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처음 쓰는 책이다보니 아쉬운 점도 많고 수정할 점도 많아 보이지만, 계속 붙잡고 있을 수도 없어서 일단 출간한 것이지요. 내용은 3대 영양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적절한 섭취 기준에 관한 것으로 제목은 "과학으로 읽는 3대 영양소 -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로 정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블로그를 통해서 설명한 내용과 중복되지만, 대부분 새로운 내용으로 구성되었을 뿐 아니라 훨씬 상세한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에 블로그를 애독하셨던 독자분이라도 이미 읽은 내용을 다시 읽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잠시 책에서 자세히 다루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한국인의 경우 평균적으로 전체 열량의 2/3 이상을 탄수화물에서 공급받고 있습니다. 전체 열량 섭취에서 70% 이상을 탄수화물로 섭취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는데, 이는 2015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서 제시한 적정 탄수화물 섭취량 비율은 전체 열량의 55~65% 정도입니다. (참고로 WHO 기준은 55-75%) 이는 밥 같은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해도 좋지만, 동시에 순수한 탄수화물만 먹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흰쌀밥의 경우 상당히 정제된 탄수화물로 대부분의 열량을 쌀밥에서만 섭취하면 여러 가지 영양 불균형에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콩을 섞은 잡곡밥이나 이런 저런 반찬과 후식을 먹어서 이런 문제를 피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과도한 육류 섭취를 통해서 탄수화물 섭취가 줄어들면 이것 역시 문제를 일이킬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탄수화물 공급 부족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케톤증(Ketosis)인데, 통상적으로 하루 밥 한공기 분량의 탄수화물만 섭취해도 예방이 가능해서 정상인에서는 보기 어렵습니다. 케톤증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 번 다뤄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적당한 정도의 저탄수화물 고단백 식이가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저탄수화물 고단백 식이는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밥을 주식으로 삼는 한국에선 보기 어려운 식단입니다. 고기를 많이 먹는 서구 식이에 가깝기 때문에 주로 서구 국가에서 연구가 잘 진행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두 개의 큰 코호트 연구를 소개합니다. 


 - 그리스 에픽 (EPIC, European Prospective Investigation into Cancer and nutrition study) : 에픽 연구는 유럽 여러 나라 50만 명의 대규모 인구 집단을 베이스로 한 코호트 연구입니다. 아테네 대학의 연구팀은 에픽 연구에 참여한 22,944 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1993년부터 2003년 사이 10년간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총 113,230 인년(person years) 데이터를 분석해서 455명의 사망 사례와 식이 습관의 연관성을 조사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식이 패턴을 조사해서 LC/HP 스코어 (Low carbohydrate, High protein)를 냈습니다. 이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섭취를 10단계로 나눠서 점수를 준 것으로 2점은 탄수화물 섭취가 매우 높고 단백질이 낮은 것이며 반대로 20점은 탄수화물 섭취는 매우 높은 반면 단백질 섭취는 매우 높은 것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탄수화물 섭취 1 십분위수 증가당 사망률 변화는 0.94 (95% 신뢰구간(CI) 0.89-0.99)로 나타났습니다. 즉 탄수화물 섭취가 감소하고 단백질 섭취가 증가하면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든 변수를 보정했을 경우 LC/HP 2 단위 증가당 사망률은 1.08(1.03-1.13)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는 남유럽 인종과 남유럽 식이에서도 저탄수화물 고단백 식이가 사망률 증가와 연관성이 있다고 나타난 것입니다. 


 - 스웨덴 북부 Va¨sterbotten 코호트 : 스웨덴은 고기 섭취량이 많은 북유럽식 식생활을 지니고 있습니다. 1990년에서 2008년 사이 총 37,639명의 남성 (1460명 사망)과 39,680명의 여성 (923명 사망)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연구에서는 LCHP 점수와 연관성이 이 연구에서는 분명하지 않게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전 연구에서는 여성에서 분명한 연관성이 나타났으며 이번 연구에서도 LCHP 점수와 무관하게 탄수화물 섭취가 여성에서 낮은 사망률과 연관성이 있었습니다. (0.95 (95% CI 0.91 - 0.99), P = 0.010)) 이는 육류 섭취량이 높은 유럽 인구에서 육류 섭취량을 다소 낮추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는 하지만, 좀 더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 두 연구 데이터는 서로 다른 식생활과 인종 그룹 - 북유럽과 남유럽 - 모두에서 탄수화물 섭취 비율 증가가 사망률을 낮추는데 유리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지금보다 더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연구에서 탄수화물 섭취 비율은 30-60%선이었습니다. 즉, 탄수화물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그룹조차 한국인 평균보다 약간 낮은 수준입니다. 이 연구들은 탄수화물 섭취량을 전체 열량의 60%선까지 올려도 최소한 더 위험하지 않거나 사망률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인이 탄수화물 비중을 80%선까지 끌어올려야 함을 이야기하지는 못합니다. 


 사실 탄수화물 섭취를 어디까지 늘리면 사망률 증가와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연구 결과를 조합하면 현재 증거 수준에서는 55~65%라는 권고안은 그럭저럭 타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0% 이상에서 몇몇 질환이 증가하는 것 같다는 보고들은 있거든요. 


 이 점을 감안하면 탄수화물 극단적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지나치게 탄수화물 중심 식사를 하는 것 역시 앞으로 언급하겠지만, 문제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이야기가 길어져서 다음 포스트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보겠습니다. 


 Reference

1. Trichopoulou A, Psaltopoulou T, Orfanos P, Hsieh CC, Trichopoulos D. Low-carbohydrate-high-protein diet and long-term survival in a general population cohort. Eur J Clin Nutr. 2007 May;61(5):575-81

2. Nilsson LM, Winkvist A, Eliasson M, Jansson JH, Hallmans G, Johansson I, Lindahl B, Lenner P, Van Guelpen B. Low-carbohydrate, high-protein score and mortality in a northern Swedish population-based cohort. Eur J Clin Nutr. 2012 Jun;66(6):6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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