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현재의 당 섭취 권고안 (sugar guideline)은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



 오늘날 여러 가공 식품에는 상당한 양의 첨가당 (added sugar)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로는 설탕과 액상과당인데, 아무튼 이런 식품을 많이 먹으면 비만, 당뇨 및 심혈관 질환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케익, 도넛, 과자류나 탄산 음료를 비롯한 가당음료가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렇게 열량이 높은 음식을 자주 먹으면 비만이 되는 것은 물론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이해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과연 어느 선까지 규제를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모든 연구가 의견을 같이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현재 나와있는 대표적인 가이드라인은 첨가당 섭취를 전체 열량의 10% 이내로 제한하는 미국인인을 위한 식생할 가이드라인 (8차, 2015-2020, U.S.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 2015-2020) 및 WHO 권고안( 유리당 섭취를 전체 열량의 10%이내 권장, 5% 까지도 추가 이득이 있을 수 있음)이 있으며 2015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 역시 전체 열량의 10% 이상을 첨가당으로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논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내과학 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는 현재의 당 섭취 권고안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실렸습니다. 맥마스터 대학(McMaster University)이 이끄는 연구팀에 의하면 정확한 권장 섭취량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사실 현재 첨가당 기준으로 전체 열량 섭취의 10%가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기도 하지만, 이제까지 나온 가이드라안은 5%에서 25%까지 다양한 기준량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에는 당류 (보통은 이당류나 단당류를 포함한 개념으로 먹었을 때 단맛이 나는 탄수화물 분자) 가운데 첨가당 만 기준으로 경우도 있고 총당류를 포함한 경우도 있습니다. 


 연구팀은 1995년부터 2016년사이 나온 논문을 리뷰해 대개의 과학적 근거 수준이 높지 않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좀 더 전문적으로 말하면 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 같은 무작위 실험이 별로 없다는 것인데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에서는 전체 열량의 10%, 20%, 30%를 첨가당으로 강제로 섭취하게 한 후 장기간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테스트가 가능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그런 실험을 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인체 대상 실험 연구는 장기가 아닌 단기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첨가당 섭취가 건강에 해롭다는 증거가 많은 마당에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연구를 장기 지속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연구가 관찰 연구(observational study)가 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하는데, 아무래도 무작위 실험이 아니다보니 결과를 해석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첨가당이 많이 들어간 가공 식품을 자주 먹는 사람은 바쁘게 일해야하거나 아니면 소득이 적은 계층일 가능성이 높고 여러 가지 이유로 건강이 나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통계적인 방법으로 이를 보정한다고 해도 편향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는 셈이죠. 


 다만 지금까지 진행된 역학 연구에서 대부분 과도한 첨가당 섭취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쪽으로 나타나는 것은 중요합니다. 지나친 첨가당 섭취는 결국 비만, 심혈관 질환, 대사 증후군, 당뇨의 위험도를 높이게 됩니다. 연구팀 역시 이번 연구 결과를 잘못 해석해서 가당음료나 사탕류 같이 에너지가 매우 농축된 식품을 먹어도 좋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첨가당 10%가 타당한 권고안인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첨가당은 최소한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잘 디자인 된 연구가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함은 분명합니다. 이 리뷰가 지적하는 점은 그렇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