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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품은 삼엽충



(A light photograph of a pyritized, egg-bearing specimen of Triarthrus eatoni. A cluster of nine eggs is present on the right side of the head. Credit: Western Illinois University)

(A false color, three dimensionally rendered image of a pyritized, egg-bearing specimen of Triarthrus eatoni, with a cluster of eggs on the right side. Credit: Western Illinois University)


 삼엽충은 고생대를 대표하는 생물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삼엽충 화석이 고생대 지층에서 발견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생물학자들이 비교적 쉽게 삼엽충의 생태에 대해서 알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화석과 마찬가지로 삼엽충도 일부만 화서화 되는 경우가 흔하고 알처럼 부드러운 부분의 거의 화석화되지 않기 때문에 삼엽충이 어떻게 새끼를 낳고 키웠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웨스턴 일리노이 대학의 토마스 헤그나 교수(Western Illinois University Assistant Professor of Geology Thomas Hegna)와 그의 연구팀은 극적으로 잘 보존된 4억 5천만 년 전의 삼엽충 화석에서 알의 흔적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늘날의 근연 관계에 있는 다른 해양 절지동물처럼 삼엽충 역시 단단한 껍질 속에 알을 보호했다는 증거가 발견된 것입니다. 


 이 화석의 주인공은 부드러운 진흙에 순식간에 매몰되어 알과 함께 비명횡사한 삼엽충으로 물론 삼엽충 본인에게는 매우 안된 일이지만, 덕분에 화석화되기 힘든 알이 같이 매몰되어 화석화될 기회를 얻었습니다. 고해상도 CT 스캔을 통해서 단단한 껍질과 다리 사이에 알의 흔적을 찾아낸 연구팀은 이를 저널 Geology에 발표했습니다. 


 과거에도 알의 화석으로 생각되는 화석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일단 작고 동그랗게 생긴 알이 누구의 것인지를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알의 화석은 껍질 속에서 단단히 보호받고 있었던 점으로봐서 의심의 여지 없어 삼엽충 엄마가 품은 알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렇게 단단한 껍질 속에서 알을 보호하는 것은 이미 고생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셈이죠. 


 무력한 새끼를 보호하려는 모성 본능은 많은 동물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본능은 인류에게까지 이어진다고 할 수 있겠죠. 이 화석의 주인공은 4억 5천만년 전에도 이런 본능이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 


Thomas A. Hegna et al. Pyritizedtrilobite eggs from the Ordovician of New York (Lorraine Group): Implications for trilobite reproductive biology, Geology (2017). DOI: 10.1130/G387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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