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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대 살았던 거대 거위



(Reconstruction of Garganornis ballmanni Meijer, 2014 based on the newly described fossil remains. This reconstruction is based on a generic Western Palaearctic Goose with short and robust tarsometatarsus, short toes and very short wings according to the known elements of Garganornis ballmanni. Illustration made by Stefano Maugeri. Credit: Royal Society Open Science (2017). DOI: 10.1098/rsos.160722)


 거위는 사실 흥미로운 조류에 속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생명의 역사에서 거위 역시 독특한 방향으로 진화를 했던 증거들이 있습니다. 최근 노르웨이와 오스트리아의 과학자팀은 중부 이탈리아에서 매우 독특한 고대 거위의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이 거위는 키가 최대 1.5m에 몸무게가 22kg으로 현재의 타조보다 크지는 않지만, 거위 중에서는 상당한 크기로 몸무게와 작은 날개 때문에 날지는 못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거위가 이렇게 커진 사연입니다. Garganornis ballmanni Meijer 라고 명명된 이 거위는 대략 600-900만년 전에 살았던 조류로 이들이 살았던 장소는 당시에는 크지 않은 섬 지형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생물학에서는 섬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형 상위 포식자는 생존을 위해서 상당히 넓은 면적을 필요로 합니다. 예를 들어 풀을 먹고 사는 토끼는 좁은 면적에서도 생활이 가능하지만, 호랑이나 사자 같은 육식 동물은 넓은 면적이 필요하죠. 그런 만큼 좁은 섬에서는 상위 포식자가 생활하기 어렵습니다. 숫자가 10-20마리 이하 수준으로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과정을 겪는 것이죠. 


 그렇게되면 과거 포식자와 함께 진화했던 동물들은 큰 변화를 겪습니다. 예를 들어 코끼리의 경우 과거처럼 무리하게 큰 덩치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데다 작은 섬안에 먹을 것도 적기 때문에 크기가 점점 줄어드는 진화 과정을 겪습니다. 그 결과 키가 1m에 불과한 코끼리가 탄생하는 것이죠. 


 그런데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이 거대 거위 역시 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상태에서 굳이 하늘을 날아야하는 이유도 없어지고 먹을 것도 상대적으로 풍부해져 몸집을 키운 것으로 보입니다. 적당히 몸집을 키운 후에는 섬안에서는 대적할 상대가 없으므로 다른 포식자로부터 공격받는 경우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섬에서 일어나는 독특한 진화는 섬이라는 격리된 환경의 영향 아래서 일어납니다. 따라서 섬은 진화의 가장 생생한 현장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윈이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큰 영감을 받은 것 역시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참고 


Marco Pavia et al. The extreme insular adaptation of Meijer, 2014: a giant Anseriformes of the Neogene of the Mediterranean Basin, Royal Society Open Science (2017). DOI: 10.1098/rsos.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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