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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307 - 블랙홀 주변에서 유기물이 발견?



 블랙홀하면 무엇이든지 빨아들이는 괴물같은 천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좀 더 물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호킹 복사로 내놓는 것도 있을 수도 있고, 미처 사상의 지평면으로 빨려들어가지 못한 물질들이 제트의 형태로 뿜어져 나온다는 것도 알수 있지만 아무튼 모두 창조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죠. 

 그런데 일본 국립 천문대의 슈로 타카노(Shuro Takano at the National Astronomical Observatory of Japan (NAOJ)) 와 나고야 대학의 타쿠 나카지마(Taku Nakajima at Nagoya University)가 이끄는 연구팀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파 망원경 가운데 하나인 ALMA를 사용해서 블랙홀 주변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물질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 물질이란 유기물(Organic compound) 입니다. 

 연구팀은 지구에서 4700만 광년 떨어진 은하인 M77(혹은 NGC 1068)에 대해서 조사하던 중이었습니다. 이들이 ALMA를 이용해서 관측한 부위는 은하계 중심에 있는 거대 블랙홀 주변으로 형성된 구조였습니다. 우리 은하 중심과 마찬가지로 이 은하 중심에도 거대 블랙홀이 있는데, 이 은하 중심에는 매우 활발한 거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합니다. 

 이 거대 질량 블랙홀 주변에는 빨려들어가는 물질들이 원반 모양으로 모인 강착 원반이 존재하지만, 더 멀리에서 빨려들어가는 물질들의 나선형 흐름이 존재합니다. 이는 핵주위 원반(circumnuclear disks (CND))이라고 불리며 수십 광년 이상의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의 가스와 먼지가 많은 지역에서는 별들이 다수 생성되는 지역이 존재합니다. 

 연구자들은 이 지역을 조사하면서 각 물질이 내는 파장을 분석해 어떤 물질이 있는지 존재했습니다. 그러자 연구자들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물질이 검출되었습니다. 즉 핵주위 원반에서 생각보다 복잡한 탄소 화합물이 검출되었던 것입니다. 여기에는 일산화탄소 같이 비교적 단순한 물질도 있지만 시아노아세틸렌 cyanoacetylene (HC3N)이나 메탄올(methanol (CH3OH)) 같이 다소 복잡한 유기물도 존재했습니다. 



(거대 질량 블랙홀 주변의 유기 물질의 분포. 노란색 HC3N, 붉은색 CS, 파린색 CO.  The central part of the galaxy M77, also known as NGC 1068, observed by ALMA and the NASA/ESA Hubble Space Telescope. Yellow: cyanoacetylene (HC3N), Red: carbon monosulfide (CS), Blue: carbon monoxide (CO), which are observed with ALMA. While HC3N is abundant in the central part of the galaxy (CND), CO is mainly distributed in the starburst ring. CS is distributed both in the CND and the starburst ring.
Credit: ALMA (ESO/NAOJ/NRAO), S. Takano et al., NASA/ESA Hubble Space Telescope and A. van der Hoeven ) 

 이것이 의외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블랙홀 주변은 블랙홀에 나오는 강력한 X선과 자외선으로 인해 복잡한 분자가 살아남기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설령 좀 복잡한 분자가 형성되었다손 치더라도 곧 분해되고 말 환경이죠. 그런데 과학자들은 핵주변 원반 및 그 주변의 별이 생성되는 3500광년 너비의 은하 중심부에서 이런 물질들을 대거 발견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일산화탄소는 주로 별이 생성되는 위치에 있었으며, 시아노아세틸렌과 아세토니트릴(acetonitrile (CH3CN))은 핵주변 원반에 주로 분포했습니다. 그리고 일황화탄소(carbon monosulfide)와 메탄올의 경우에는 두 장소 모두에 분포했습니다. 참고로 이런 물질들은 생명활동 없이도 우주에서 탄소와 다른 원자들의 상호 작용으로 저절로 형성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도저히 이런 물질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서 발견되었다는 것이죠.  

 이와 같은 의외의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블랙홀에서 가까운 위치에 강력한 자외선과 X선에서 보호받는 '안전구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구팀의 가설에 의하면 블랙홀의 강착원반과 제트에서 나오는 X선과 자외선이 두꺼운 가스와 먼지에 의해 가려지는 지역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것이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겠죠. 일종의 WiFi 음영 지역 같은 부분이 핵주위 원반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유기물이 있다고 해도 블랙홀 주변에서 생명체가 생겨날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의외의 결과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보입니다. 어디나 숨을 구석은 있게 마련이란 이야기니까요. 

 참고 

Journal References:
  1. Shuro Takano, Taku Nakajima, Kotaro Kohno, Nanase Harada, Eric Herbst, Yoichi Tamura, Takuma Izumi, Akio Taniguchi, Tomoka Tosaki. Distributions of molecules in the circumnuclear disk and surrounding starburst ring in the Seyfert galaxy NGC 1068 observed with ALMA. Publications of the Astronomical Society of Japan, 2014 [link]
  2. Taku Nakajima, Shuro Takano, Kotaro Kohno, Nanase Harada, Eric Herbst, Yoichi Tamura, Takuma Izumi, Akio Taniguchi, Tomoka Tosaki. A Multi-Transition Study of Molecules toward NGC 1068 based on High-Resolution Imaging Observations with ALMA. Publications of the Astronomical Society of Japan, 2015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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